윤치호 일기 - 1916~1943
윤치호 지음, 김상태 엮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좀더 남보다 손해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를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극소수는 자신의 입장과 그리 연관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볼 줄 알면서도 일을 추진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일을 시끄럽게 한다는 비난과 함께 그래서 뭐가 달라졌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윤치호는 너무 모든 것을 잘 알만큼 똑똑한 일제하 지식인으로 해도 안 될 것 같은 일에 크게 골머리를 쓰지 않으려 했고, 결국 친일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윤치호는 주로 당시 되지 않을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내 놓길 주저하지 않은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잘 모르는 철없는 사람쯤으로 간주하고 혹독한 비난을 일기에 주저없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슴으로 연민이 가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내게는 윤치호보다는 이름 없는 독립군들, 손해볼 줄 알면서 한 번 해 보고 보는 주변 소수의 동료들의 삶이 더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 가정학습 이론편
장병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평소 아이에게 기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책읽기, 글쓰기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자의 말 중, 창의력은 충실한 기본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다양한 아이들을 지도해 본 결과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무엇도 자기 존중감을 통해 형성된 자기 정체성 없이는 공든 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편에서 생각하고 대화를 충분히 나누며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자기 정체성은 이후 올바른 국가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말, 아 저자의 식견이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상의 제대로 된 한국인을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씌어진 책이라는 사실에 책을 읽으며 많은 발전을 품은 생각을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둘째를 낳고 큰애에게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산 책이다. 책이 오자마자 둘이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고 난 후 딸과 나는 서로를 붙잡고 울었다. 그 뒤로도 서로 맘이 상했거나 소원하다 싶을 때 자주 꺼내보는 책이 되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우리 딸이 6세였다. 당시 죽음에 관심이 많았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엄마는 죽으면 안되라는 식으로 받아들였지만, 7세가 된 지금은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들게 되어 있고, 죽음은 또 다른 생명과 연결된다는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남동생이 커서 책의 남자 아이처럼 집안을 어질러 놓고 엄마가 그것을 보고 미치겠다 정말 하는 것을 보며 어쩜 책하고 똑같냐고 하며, 동생에게 걱정마 그래도 엄마는 널 사랑하니까 하고 말할 때면 많이 커버린 큰애에게 고마음도 느낀다.

요즘엔 이 책을 선인장 호텔과 함께 다시 읽었다. 두 책 모두 남을 위한 희생, 그것을 달가와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또 다른 생명과의 연결성 등 비슷한 내용이 많은 책이다. 나와 딸은 책을 통해 대화를 한다. 그리고 책이 재미있을 땐 그것을 바로 노랠로 옮겨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는 항상 우리의 단골 노래가 된다.

'언제까지나 민영이를 사랑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민영이는 영원한 엄마의 친구
언제까지나 우리딸을 사랑해' 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도서관에 가서 혼자 빌려온 책이다. 처음엔 색갈이 좀 칙칙하다고 생각했지만 딸이 너무 좋아했다.

우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산다는 것, 그것을 보고 거부반응보다는 넓어진 집, 더 화목한 집을 갖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내용에 걸맞는 구석구석까지 그림은 꼼꼼하게 담아내고 있다. 처음 만희네 집 식구가 몇일가를 보고 딸과 나의 의견이 달랐다. 책을 처음에 건성건성 봐서인지 딸아이는 식구가 정말 많네 하며 부러워했던 것이다. 알고보니 그것은 만희의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옥상에 올려진 장독대, 싱싱한 야채들, 화단에 핀 꼴들은 어린 시절 할머니댁의 기억을 아이로부터 끌어내었다. 우리는 순간 늘 저녁 시간 때 가졌던 긴장감(우린 맞벌이라 저녁엔 늘 아이 숙제로 가족 모두 몸살을 앓거든요)을 벗어던지고 하나가 되어, 그래 그 때는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토끼를 키웠는데, 만희는 좋겠다 강아지를 키워서 하며 신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아파트가 아닌 곳으로 꼭 이사를 가서 만희처럼 살자는 희망을 안은채 책을 덮었다.

동화책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래서 동화가 나이들수록 좋아진다. 만희네 집은 그래서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한말의 개혁.독립투사 서재필
이정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독립협회에 관한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입니다. 보고자 했던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와 관련된 자료는 구체적이거나 새로울 것이 없었던 책이었지만, 읽고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우선 서재필의 일생을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고, 그가 참여했던 갑신정변, 독립신문 발간과정, 1920년대 외교독립투쟁론, 광복 이후의 미군정 특사로 파견되어 고국에 와서 활동한 내용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서재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재필을 친미파로, 나아가서 미국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구해보고자 했던 애국자로 규정 짓고 업적을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관점에서 서재필이 많이 이해되었습니다. 그것은 작가가 바란 의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서재필이 갑신정변 실패 이후 일본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후 노동과 고학의 시간을 보내다 홀렌 백이란 은인을 만나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보다는 당시 1880년대 미국의 풍요로운 물질 문명과 민주주의라는 이상과 그것을 위한 노력이 서재필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더 관심 있게 쓰고 있습니다. 링컨이나 가필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려 했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우리 조선의 발전을 꿈꾸어 보기도 하고, 당시 발행된던 수백종의 언론 기사들을 자유롭게 쓰고 그것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던 자유를 가졌던 미국을 보며 우리가 발전을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을 보았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것은 작가가 글을 쓰며 추측을 많이 반영해 쓴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서재필의 전기를 쓸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후 서재필은 의학을 공부하게 되고 조선 정부의 노력으로 조선으로 돌아와 정부의 도움을 얻어 신문을 발간하게 됩니다. 민중 계몽이야말로 우리가 근대화를 통해 부국강병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보았던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그는 민주주의를 뜨겁게 부르짖고 있으며, 그것을 많은 청년 지식인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본문에서 밝혔듯이 우리 민족이 교육만 받는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에서 출현한 것들이었습니다. 이후 3.1운동 이후 외교 투쟁론이 무위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재산을 털어가며 청원서를 제출하고, 미국 사회 상류층에 조선의 입장과 처지를 밝히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광복 이후 어렵게 미군정의 초청으로 귀국해 활동한 내용을 보고 극단적인 친미파라는 수식어로만 비판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 인물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서재필을 이해하자는 입장에서 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참고로 이 책은 독립 신문에서 밝힌 사설 중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싣고 있습니다. 서재필의 교육관, 여성관, 미래관, 앞으로 조선이 나아가야 할 것 등등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담겨 있습니다. 역사 전공자들은 한번은 꼭 읽어야 할 것입니다. 서재필을 비판하는 경향의 책들과 같이 읽는다면 더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