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의 개혁.독립투사 서재필
이정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독립협회에 관한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입니다. 보고자 했던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와 관련된 자료는 구체적이거나 새로울 것이 없었던 책이었지만, 읽고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우선 서재필의 일생을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고, 그가 참여했던 갑신정변, 독립신문 발간과정, 1920년대 외교독립투쟁론, 광복 이후의 미군정 특사로 파견되어 고국에 와서 활동한 내용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서재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재필을 친미파로, 나아가서 미국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구해보고자 했던 애국자로 규정 짓고 업적을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관점에서 서재필이 많이 이해되었습니다. 그것은 작가가 바란 의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서재필이 갑신정변 실패 이후 일본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후 노동과 고학의 시간을 보내다 홀렌 백이란 은인을 만나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보다는 당시 1880년대 미국의 풍요로운 물질 문명과 민주주의라는 이상과 그것을 위한 노력이 서재필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더 관심 있게 쓰고 있습니다. 링컨이나 가필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려 했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우리 조선의 발전을 꿈꾸어 보기도 하고, 당시 발행된던 수백종의 언론 기사들을 자유롭게 쓰고 그것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던 자유를 가졌던 미국을 보며 우리가 발전을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을 보았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것은 작가가 글을 쓰며 추측을 많이 반영해 쓴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서재필의 전기를 쓸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후 서재필은 의학을 공부하게 되고 조선 정부의 노력으로 조선으로 돌아와 정부의 도움을 얻어 신문을 발간하게 됩니다. 민중 계몽이야말로 우리가 근대화를 통해 부국강병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보았던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그는 민주주의를 뜨겁게 부르짖고 있으며, 그것을 많은 청년 지식인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본문에서 밝혔듯이 우리 민족이 교육만 받는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에서 출현한 것들이었습니다. 이후 3.1운동 이후 외교 투쟁론이 무위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재산을 털어가며 청원서를 제출하고, 미국 사회 상류층에 조선의 입장과 처지를 밝히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광복 이후 어렵게 미군정의 초청으로 귀국해 활동한 내용을 보고 극단적인 친미파라는 수식어로만 비판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 인물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서재필을 이해하자는 입장에서 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참고로 이 책은 독립 신문에서 밝힌 사설 중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싣고 있습니다. 서재필의 교육관, 여성관, 미래관, 앞으로 조선이 나아가야 할 것 등등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담겨 있습니다. 역사 전공자들은 한번은 꼭 읽어야 할 것입니다. 서재필을 비판하는 경향의 책들과 같이 읽는다면 더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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