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 - 편지와 그림에서 묻어나는 이중섭의 삶과 사랑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가디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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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소를 즐겨 그렸고 가난한 살림 탓에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남겼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개정판으로 나온 화가의 편지와 그림들을 보며 그의 그림이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16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화가는 아버지 쪽은 대지주이고 어머니 쪽은 평양의 민족 자본가인 집안의 막내로 일본의 데이코쿠미술학원으로 유학할 정도로 유복하게 살았습니다.
1945년 5월 오랜 연인인 마사코(이남덕)와 결혼하지만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휴전 후 부인과 두 아들은 일본인 수용소로 들어갔다가 곧 일본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중섭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게 됩니다.
이 책에는 1953년부터 1955년까지 화가가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남덕 여사가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 화가가 결혼 전 연인 마사코(이남덕)에게 보낸 그림 엽서 등이 담겨있습니다.

개정판에는 고 김춘수 시인의 이중섭 연작시 중 두 편과 고 이경성 미술평론가의 ‘이중섭 예술론’, 친구인 고 구상 시인의 이중섭의 대한 추억의 글이 실려 있어 한국 미술사에서 이중섭 화가의 위치는 물론 가난하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다정했던 친구 이중섭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를 그린 그림은 물론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그림이 다수 수록돼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편지는 상대가 있는 글이지만 받는 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본다는 전제가 없기에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편지지 상하좌우에 뽀뽀라는 글자를 60번이나 쓴 절절한 연서는 어느 순간 가난한 예술가의 힘든 모습을 드러내고 맙니다.
그래도 아들들에게는 어머니를 당부하고 자전거 두 대를 사서 가겠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은종이 그림이 춘화라는 이유로 철거되고 그림 값을 떼이기도 하면서 삶의 희망을 잃고 건강까지 악화된 순간에도 가족에게 돌아갈 순간을 고대했던 화가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39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화가의 편지와 그림은 그 시절 가난한 예술가의 고통이 느껴져 가슴이 아파옵니다.

천진하게만 보이던 그림 속의 아이들과 가족을 그릴 때의 화가의 심정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기에 그림은 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편지와 함께 올칼라의 그림이 실린 책은 화가의 생을 되짚어 보고 것은 물론 두고 두고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가디언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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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 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4
김보통 외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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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호시탐탐‘은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십시일反’을 시작으로 만화가 10인의 마침표 없는 인권 여행 ‘어깨동무‘, 차별을 넘어 너와 나를 잇는 만화 공감 ’사이시옷’을 이은 창비인권만화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일상에서 인권이라는 말을 듣고 사용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다음한국어사전)라는 뜻말고 제대로 인권에 대해 공부하거나 교육받은 적은 없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사망,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한 이야기, 이주 노동자 문제 등이 뉴스에 나올 때 잠깐 관심을 갖는 정도였습니다.

8명의 작가가 “일상 속에 숨어 인권을 노리는 혐오와 편견”을 잡아낸 일곱 편의 차별 이야기 ‘호시탐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김보통’작가의 ”최후의 보호막”은 마법과 대마왕이 등장하는 판타지 성격을 띤 이야기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현실 속 노동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정상이라는 굴레를 만들어 조금만 벗어나도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청첩장 도둑”을 읽으며 만약 내가 수인의 엄마라면 진심으로 딸의 사랑을 응원하고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과속화되는 지역 소멸시대 문제를 다룬 ‘섬’ 역시 가볍게 읽을 수 없습니다.

10년 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기후 위기를 다룬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맞는 아이가 등장하는 “끄나빠”와 학교 폭력과 사적 제재를 다룬 “참교육”은 픽션이 아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들이기에 현실감있게 다가옵니다.

가장 인상적인 만화는 돌봄이 소재가 된 ”수수께끼“입니다.
저 역시 현재 친정 엄마가 요양병원에 입원중이기에 고령화에 따른 질병과 가족의 부담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페이지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면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된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면회를 갈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의 엄마를 보는 괴로움과 고령의 엄마가 오래오래 살아계시길 진심으로 바라지 못하는 마음이 죄스럽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의 글이라도 접근이 어려운 장르라면 독자와 만나기가 쉽지않습니다.
창비인권만화 시리즈는 일단 만화인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해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드라마 DP의 원작가 ‘김보통’작가를 시작으로 정년이의 ’서이레‘와 위안부 할머니 증언을 그린 ‘풀‘의 ’김금숙‘작가는 평소 만화를 많이 읽지 않는 저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작가라 반갑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혐오와 편견의 눈으로 보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있습니다.
학습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겨우 다른 이의 인권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웃프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곧 나의 인권과 연관돼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 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갖게 되는 인권이 특정인들에게는 투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슬퍼집니다.

시리즈가 시작된지 21년 째인 현재도 누군가는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리즈가 계속돼 인권에 대해 알아가고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 좋지만 여전히 인권을 외쳐야만 간신히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마음이 아픕니다.
이 시리즈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과 이 시리즈가 필요없게 되는 세상을 바라며 많은 독자들이 함께 읽고 여러가지 인권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면 합니다.


<본 도서는 창비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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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동남아 - 24가지 요리로 배우는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현시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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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유럽이나 미주의 다른 나라보다 부담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종교와 역사적으로도 복잡한 관계를 유지해온 동남아의 여러 나라는 음식 역시 닮은 듯 서로 다른 색다른 맛의 음식이 다수 존재합니다.

<미식 동남아>는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에 재직 중인 현시내 교수가 직접 맛본 동남아 음식에 대해 설명한 저서입니다.
참고자료나 연구를 통해 쓴 글이 아닌 직접 경험한 동남아의 사람들의 인정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그치지 않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모두 5부로 나누어 샐러드, 국수, 볶음밥, 한 그릇 요리, 디저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24가지 요리를 소개하면서 특유의 맛을 내는 소스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음식의 유래를 역사와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에 얽힌 추억을 읽을 때는 나와 전혀 인연이 닿지않은 이들이지만 그 다정함이 전해집니다.

가장 관심이 갔던 국수 이야기는 대부분의 면 요리들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혀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베트남 쌀국수 퍼, 태국 볶음면 팟타이, 인도네시아 볶음면 미고렝, 필리핀 볶음면 빤싯,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커리 국수 락사까지 면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현지인들의 취향과 욕구에 맞춰 현지의 재료와 요리 방식으로 새롭게 재탄생“(p114)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거나 스스로 김치 종주국이라고 말하는 중국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오릅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우리는 정작 동남아 음식을 각 나라별로 구분하지 않고 대표적인 이름으로 뭉뚱그려 말하곤 합니다.
<미식 동남아>를 읽으며 음식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자가 직접 먹거나 만들어 본 음식은 대부분 직접 찍어 책에 실은 사진처럼 화려하지않고 수수해 보여 좋습니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전문 요리책이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역사적, 문화적 배경 등을 소개하는 데 초점”(p12)을 두고 있어 어렵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국수부터 시작해 다채로운 역사가 뒤섞인 디저트 ’할루할로‘로 끝을 맺은 이야기는 음식과 함께 한 동남아의 역사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먹게 될 동남아 음식은 전혀 다른 느낌과 맛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꼭 ‘할루할로’를 맛보시기를 바라며 맛깔난 동남아의 다른 이야기도 기다리겠습니다.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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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식물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안톤 순딘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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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은 약 4억 년 전에 지구에 등장했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시절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알고 있는 양치식물이라고는 나물로 먹는 ‘고사리’뿐인 저에게 이 책은 양치식물의 역사와 분포, 종류는 물론 기르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봄이면 돌돌 말린 새순이 돋아나고 그 새순이 펴지면서 종에 따라 다양한 잎으로 성장하는 양치식물은 오랜 세월 인간에게 신비한 식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특히나 꽃이 피지도 않고 홀씨주머니로 번식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마법과 신화 속에 신비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답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양치식물이 대영제국이 식민지를 늘려가면서 유럽의 정원을 식민지의 양치식물이 차지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값나가는 양치식물을 채집하다 목숨을 잃기도 하고 멸종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니 그 시절 얼마나 사랑받은 식물인지 짐작이 가기도 합니다.

저자 “안톤 순딘”은 양치식물을 향한 열정은 물론 토양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도 관심이 많은 원예사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양치식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식물이 좋아하는 토양을 알려주고 키우는 방법, 번식 방법 등 정원 꾸미기 안내는 실제로 적용하고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양치식물이라는 한가지 종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양치식물의 역사와 분포, 종과 품종, 양치식물에 얽힌 역사, 예술에 담긴 양치식물, 양치식물 재배 기술”뿐 아니라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진들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원예와 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사진 작가의 눈으로 본 식물들의 생생함을 사진 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고사리뿐 아니라 상당수의 양치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난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던 ’박쥐란‘ 역시 양치식물의 한 종류였고 홀씨 번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양치식물의 사진을 보는 것도 정말 좋은 책입니다.

<도서는 생각의 집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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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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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특별히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내 삶을 좌지우지해서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것도 아닌데 그냥 싫어지는 것들이지요.
젊은 작가는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 아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지금의 삶을 짚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반지하에 살아도 딸에게는 최선을 다했던 엄마가 있고 학처럼 고고한 할머니, 그리고 다섯 살 어린 동생의 삶이 녹아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 데 누군가에게 대놓고 자랑할 수도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나와 전혀 다른 세대의 작가이지만 그의 삶에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경비나 택시 아저씨에게 음료를 건네면서 비슷한 일이 내 부모에게 일어나기를 바랐고, 누군가에게 화를 내야 할 때 애써 웃으며 비슷함을 내 동생도 겪을 수 있길 바랐다.”(p81)

“스스로를 보살피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서 숨 쉰다. 개에게 배운바,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한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6)

”사람을 방해하는 것도 사람,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도 사람, 누군가는 구체적인 악의를 가르치지만, 후자는 구체적 선의를 가르친다. 그런 게 구체적 악의에서 나를 구한다.(p139)

관심이 없는 존재에게는 싫다는 감정도 생기지 않습니다.
정말 나와 상관없는 존재가 싫어졌다면 안 부딪히고 안 보면 해결됩니다.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고 고쳐 말하면 대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싫어하는 것이 없는 인생은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의 싫은 행동을 따라하지않고 왜 내가 그것을 싫어하는 지 고민하는 사이 나의 모습은 좋은 쪽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나 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은 변화된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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