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담에 ‘널리 여행하면 현명해진다.’는 말이 있다.
또 ‘귀여운 자식에게 여행을 시켜라.’는 말도 있다.
꼭 이런 말이 아니더라도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풍물을 보며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에서 오는 불편과 피곤함 쯤은 감수하며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며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이젠 지치고 힘든 현실과 이 치열함 삶속에서 살짝 물러나 이미 유물이 되어 버린 과거로의 여행을 시도해 본다.
<괴나리봇짐 지고 세상 구경 떠나 보세>는 멀게는 몇 백 년 전에서부터 근대의 우리 부모들 세대의 농촌과 어촌, 그리고 산골 마을을 거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과 장인 정신이 드높은 마을을 차례로 둘러보는 조상들의 생활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농업을 이 세상의 가장 으뜸이 되는 근본으로 여기며 살았던 그때 대장간의 요란한 풀무질 소리에 힘을 얻고, 곡식 찧고 빻은 연자매를 지나치면 마당 한 귀퉁이 댑사리비를 매는 촌부를 만날 수 있다.
충신, 효자, 열녀를 기린 홍살문을 지나 늙은 주모 반기는 정다운 주막에 들려 여행의 피로를 풀다보면 어느 새 하루해가 저물어 봉놋방에서 밤을 보낸다.
이제는 나룻배에 몸을 실고, 조개 캐고 소금 만드는 갯마을을 지나 내쳐 멀리 제주도까지 들려본다.
밤이면 밥도둑 게 잡이도 하고, 독살과 죽방렴에서 물고기도 잡으며, 썰물 진 갯벌에서는 조개도 잡아 보리라.
제주도 전통 배인 테우와 덕판배에 몸을 싣고 숨비소리 처량한 제주도 해녀도 만나보고, 물허벅으로 물항아리도 가득 채우고 돌하르방에게는 소원도 빌어 본다.
이제는 숨 좀 돌려 물레방아 도는 두메 마을에서 닥종이 두드려 한지도 만들어보고, 도공을 따라 그릇도 빚어 보다 깊은 산골 심마니의 “심봤다.” 소리에 함께 기뻐해 본다.
이제는 대처로 나가 보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 서울에는 힘 좋은 장정들이 하는 품팔이 장작패기도 만날 수 있고, 전국을 돌던 보부상도 만나게 된다.
죄인을 다르셨던 감옥을 돌아보고 나오면 여름에 쓸 얼음을 빙고에 넣기 위해 한강에서 얼음을 뜨는 모습도 보게 된다.
낮은 신분이었지만 자신의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던 대목장과 말총으로 갓을 만들었던 갓방을 지나면 가죽을 다룬다는 갖바치를 만나보게 된다.
긴 여행의 끝에 들려오는 판소리는 여행에서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이제는 민속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모습을 그림책으로나마 돌아보고 나니 오랜만에 고향에라도 다녀온 듯하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모두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정이 넘쳐 났던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다.
지나버린 과거가 중요한 이유는 과거 없이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미래 또한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고리따분하다고 멀리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에서 삶에 여유와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