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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 - 무당 ㅣ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4
선자은 글, 이광익 그림 / 사파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당이나 굿만큼 세대별로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도 흔치 않다.
할머니, 어머니 세대의 무당은 인간의 소망을 신에게 고하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일을 하는 전달자인 동시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 찾아가 의논할 수 있는 조언자였고 치유자였고, 예언자였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게 무당은 미신이고 사라져야할 악습일 뿐이었고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이렇게 점점 사라져버리는 무당이라는 직업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란 실체가 없는 존재를 이해시키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반갑게도 내 뇌리에서도 이미 사라져 버린 존재인 무당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 굿을 도맡아하는 단골무당이지만 사람들에게 대접도 못 받고 무시만 당하는 엄마가 연이는 부끄럽기만 하다.
어느 날 마을에 마마가 퍼지면서 이웃끼리 싸움이 시작되고 마을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해져 간다.
연이엄마는 바닷가로 나가 굿을 시작하고 집안에만 있던 사람들도 모두 나와 한마음으로 굿판에 어울리게 되면서 마마도 마을을 떠나게 된다.
지금은 퇴치되어 이름도 낯선 전염병 마마와 무당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신을 모시는 종교적 의미의 무당이 아닌 마을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직업인 무당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또한 장구를 들고 장단을 맞추는 연이는 엄마의 직업을 이해하며 화해하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귀신을 부르고 귀신과 접하는 무당은 언제나 무섭고 두렵기만 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림책 속의 무당은 자신을 낮추고 마을 사람들을 돕고 화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림 역시 다소 어두운 색감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혀 음침하거나 거부감이 이는 어두움이 아니라 신기하고 오묘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당과 굿, 그리고 단골과 손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 문화와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이제는 미신이나 점쟁이로 불리는 직업인 무당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준 고마운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