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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아버님께 ㅣ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약용하면 ‘신유박해’로 유배된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의 저서를 남긴 조선 후기 실학자로 기억할 것이다.
또한 1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했던 대학자의 쓸쓸한 모습과 함께 유배지에서도 후학을 양성한 그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고향에 남아 지아비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존재는 좀체럼 기억해 내지 못한다.
[다산의 아버님께]는 훌륭한 학자 ‘정약용’의 모습을 둘째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남겨진 가족의 모습을 담담히 담고 있다.
1808년 봄, 정약용의 둘째 아들 학유는 7년 전 유배 길의 아버지의 처절했을 마음을 헤아리며 아버지가 유배되어 계신 강진 다산으로 길을 떠난다.
2년 동안 아버지에게서 학문을 배우고 초당의 제자들과 교류하던 학유는 고향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결심과는 다르게 학문에만 정진할 수가 없다.
가난한 살림과 아버지의 구명을 위해 나서지 않고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뜨리는 아버지의 벗들에 대한 배신감과 아버지의 기대만큼 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위대한 위인 뒤에 숨어 묵묵히 세상을 살아간 가족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야기는 곁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애통한 부정까지도 느끼게 해 준다.
특히나 해배를 위해 외숙부 홍의호에게 편지를 보내보라는 아들의 편지에 보내온 답장은 올곧은 선비의 기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현재를 살아 갈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글귀이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옳고 그름의 기준과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여기에는 또 네 가지 등급이 나온다. 가장 높은 것은 옳음을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고, 둘째는 옳음을 지키고도 해를 입는 경유이다. 세 번째는 그름을 쫒아 이익을 얻는 것이고, 가장 낮은 네 번째 등급은 그름을 쫒고 해를 보는 경우이다........그름을 쫒아 이익을 얻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 마침내는 아무런 이익도 없이 네 번째 등급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무엇 때문에 내가 그리하겠느냐.”
몇 해 전에 백련사를 거쳐 다산초당을 들른 적이 있었다.
친정이 영암인데다 작은 오빠가 강진에 살지도 꽤 여러 해가 지났지만 어쩌다보니 그때 처음으로 그곳에 가게 되었다.
백련사를 지나 다산초당으로 가는 잘 정비된 숲길을 걸으면서도 정약용의 위대한 사상이나 그가 남긴 저서에 대한 생각보다 오랜만에 걷는 게 힘겹기만 했었다.
그렇게 도착했던 초당의 모습도 훌륭한 저서가 지필 된 곳이라기에 너무나 소박해 다소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다시 한 번 다산초당에 가 볼 기회가 있다면 위대한 학자 다산 정약용뿐 아니라 멀리서 힘겨운 나날을 보냈을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느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