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언제나 바쁘지만 누군가 “프랑켄, 도와줘!”를 외치면 언제 어디든 꼭 찾아오는 프랑켄을 만나러 가봐요.처음 알게 된 그림 작가입니다.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떠오르게 하는 프랑켄은 박사가 창조한 괴물을 닮은 듯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언제나 달려가는 특별한 인물입니다.그림책의 그림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촘촘하고 볼거리가 많아요.먼저 까마귀 까까가 소개하는 프랑켄의 집은 개미굴처럼 생겼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멋진 집입니다.털복숭이 강아지와 까까가 함께 하늘을 타는 카트를 타고 손님에게 출동하는 프랑켄의 모습에서 강단마저 느껴집니다.이제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오븐이 도움을 청하자 프랑켄이 손을 벗고 나섭니다.그런데 프랑켄 혼자 오븐을 수리하는 게 아닙니다.까까도 털복숭이 강아지도 함께 즐겁게 노래하며 함께 합니다.낡은 오븐의 변신은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줍니다.그림책은 아이에게 어떤 가르침을 드러내놓고 강요하지 않습니다.그러나 읽다보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버려지는 쓰레기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사고를 당해 온몸이 흉터 투성이인 고양이를 보면 쇠외된 이를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 반성하게 합니다.시계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보여주어 감동을 줍니다.작거나 낡아 쓸모없게 보이는 것에서 찾아낸 소중함이 그림책을 보다보면 그대로 느껴집니다.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들과 다른 게 틀린 게 아니라고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하는 프랑켄의 이야기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힘이 됩니다.마음이 우울한 날 “프랑켄, 도와줘!”를 외쳐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프랑켄입니다.🎁사랑스러운 프랑켄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보림출판사에서 도서를 보내주셔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순한 제목의 책은 앞면지의 글을 읽는 순간 책에 대해 잘못알았음을 직감하게 한다.쇠똥구리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5세 미만용 배움책은 “점차 쇠약해지는 중산층의 온갖 자기 혐오를 매끄럽게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모든 장에 실린 새로운 낱말들은 아이들이 만찬 자리에서 그런 개념들을 줄줄 읊으면 교양있는 손님들이 감동”할 수 있고 “ 선명한 색채와 명료한 표현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가족을 집단 무의식의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이끌어 보다 큰 틀에서 문화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엄마와 수전과 존은 “의미의 죽음(The Death of Meaning,저자가 가상으로 만든 전시)에 간다.그런데 그들의 대화가 이상하다.누구든 A4용지 한 장이면 수 억원대 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마틴 크리드의 ‘작품 88:A4 용지를 구겨서 만든 공“을 보며 엄마는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실제로 있는 작품과 기존의 작품을 참고한 가상의 작품과 작가의 순수한 가상 작품들이 전시된 전시실을 걷다보면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를 강요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단순히 어린이용 현대 미술 서적인 줄 알았다 실물을 보고 식겁했다.기대했던 책이 아니라 놀랐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딱 잘라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현대미술의 실체를 보는 기분이다.보통 사람에 눈에는 별 의미없이 보이는 현대 미술품들을 비꼬는 듯도 하고 난해한 작품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거금을 들여 구입하는 이들을 비웃는 듯도 하다.마지막으로 알라딘에 소개된 편집자의 추기를 읽어보면 이 책이 어떤 의도로 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편집자 추기: 이 책은 영국 클래식 아동 도서의 형식을 패러디해 현대미술을 풍자하는 책으로, 책에 적힌 소개글처럼 실제 5세 이하 어린이용 책은 아닙니다. 도서 구매시 유의 부탁드립니다.🎁여러 번 볼 때마다 더 즐거운 도서는 채성모의 손의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열화당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김소월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수많은 가곡과 가요로 불리는 김소월의 시는 100여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김소월의 시와 꽃과 여성을 많이 그린 천경자의 그림이 함께 실린 시그림집 <<진달래꽃>>에는 시 150편과 그림 34점이 함께 한다.다른 시대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한 두 예술가의 작품은 여러가지로 닮은 모습이다.표지 그림으로 실린 ‘꽃무리 속의 여인’은 함께 실린 ‘애모’ 속 누군가를 기다리는 화자의 모습을 그린 듯 애달픈 느낌으로 다가온다.시인의 시는 대목대목 가슴 절절함을 선사하고 화가의 그림은 꿈꾸는 듯 아련하기만 하다.시의 한 대목에서 소제목을 따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해 실은 시는 어떤 순서로, 어떤 방법으로 읽어도 좋다.시인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지않아도 그의 시가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여러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오랜만에 학창시절 국어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읽은 정재찬 교수의 ‘왜 소월인가에 대한 작은 답변’을 읽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그래도 줄을 긋고 단어 하나 하나를 해부해 의미를 찾던 시 읽기가 아닌 자유롭게 읽기는 정해진 답이 없어 더 좋다.같은 시지만 맑은 날 읽을때와 비가 오는 날 읽을 때가 다르고 기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천경자의 그림과 함께 해서 더 좋았던 김소월의 시는 후루룩 읽고 덮을 책이 아닌 곁에 두고 오래오래 즐기면 더 좋은 시그림집이다.📚애모왜 아니 오시나요.영창에는 달빛, 매화꽃이 그림자는 산란히 휘젓는데아이. 눈 꽉 감고 요대로 잠을 들자.저 멀리 들리는 것!봄철의 밀물 소리물나라의 영롱한 구중궁궐, 궁궐의 오요한 곳, 잠 못 드는 용녀의 춤과 노래, 봄철의 밀물 소리어두운 가슴속의 구석구석 .....환연한 거울 속에, 봄 구름 잠긴 곳에.소솔비 내리며, 달무리 들려라.이대도록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좋은 시와 그림을 함께 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동안 그녀는 남편이 진짜 자기 남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소설의 첫문장이다.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영국인이자 스페인인 토마스 네빈슨은 영국 유학을 떠났다가 그 곳에서 살인 사건에 연류된다.범인으로 몰린 위기에 처한 토마스는 비밀정보국과의 거래로 외교부 직원으로 위장해 비밀정보요원으로 살아가게 된다.그는 학창시절부터 사랑하던 베르타 이슬라와 결혼한 후에도 여전히 비밀정보요원으로 활동하게 되고 베르타는 남편이 단순히 출장으로 여러 날 집을 비운다고 생각한다.어느 날 남편이 없는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베르타와 아들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베르타는 남편의 진짜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하지만 토마스는 직업 특성상 가족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말할 수 없게 되면서 부부는 갈등을 겪게 된다.그러던 중 1982년 4월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하자 토마스는 작전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되고 12년 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7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은 굳이 세계사를 다시 되짚어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스페인의 역사를 포함한 냉전시대의 세계사를 자세히 안다면 휠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소설은 여주인공 베르타 이슬라가 토마스의 실종 후 겪는 혼돈이 주가 되어 실종된 토마스 행적을 따라 가며 진행된다.소설을 읽으며 과연 토마스와 베르타는 진짜 사랑하는 부부가 맞았을까 여러번 반문하게 된다.베르타는 남편의 죽음을 확신하지 않으면서도 무작정 기다리는 모습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 단 한번 만났던 남자를 만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토마스 역시 숨어지내던 곳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 딸까지 낳는다.어쩜 그들의 결혼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어린 시절 운명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결혼을 하고 자신을 다 드러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처음부터 억지로 꽤맞춘 관계가 아닌가 싶다.결혼한 부부는 알게 모르게 비밀을 갖고 살아가지만 자신의 존재자체를 말할 수 없는 이와는 절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쫄깃한 스파이 소설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부부의 의미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품게 하는 이야기이다.자신이 누구인지도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말할 수 없는 배우자라면 제대로 결혼 생활은 유지할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와 함께 처음엔 이유도 모른체 혼자 남겨진 베르타가 불쌍하더니 토마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국가에 의해 이용만 당하다 용도폐기된 토마스가 젊은 날이 한없이 불쌍해진다.마지막으로 옮긴이의 말 중 두고두고 읽고 반성해야 될 문장을 옮겨적어본다.정치인들은 가끔은 사악하고 비집하고 분별력도 없는 민중을 절대로 비판하지 않는다. 민중을 나무라는 법이 없으며 절대로 그들의 행동을 힐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칭찬할 것이 전혀 없는데도 언제나 변함없는 칭찬 일색이다. 민중은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며,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전황했던 과거의 군주를 대신하고 있다. 한마디로 왕들과 마찬가지로 민중 역시 아무리 경솔한 것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 특권을 가졌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누구를 뽑든, 누구를 지지하든 하등의 책임을 지지않는다. 입을 다물었던 것에 대해서, 동의한 것에 대해서, 강요했거나 요구했던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의 프랑코주의,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헝가리와 크로아티아의 나치즘은 과연 누구 잘못인가? 소련의 스탈린주의. 중국의 모택동주의 또한 누구의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 민중은 단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고, 언제나 피해자 행세를 하며 벌도 받지 않았다.🎁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글로 남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예전에 인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자신에 대해 글 써보기라는 과제가 있었고 본인의 글을 사람들 앞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으며 눈가가 촉촉해졌고 듣는 사람들도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매운 맛의 그의 소설 ‘네 번의 노크’와 ‘대지와의 키스’를 후덜덜하게 읽었던터라 에세이 또한 강한 맛을 생각했는데 작가는 생각보다 휠씬 가까이에 있었다.스스로 망했다고 말하는 경험과 아버지의 죽음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남은 작가는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며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결국 “우리는 평생 전학생으로 사는 운명이니까!”가 당첨 됐다. 자의, 타의에 의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자는 뜻으로 정한 거라 제목 후보들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니까. 내가 전학을 가기도, 다른 친구가 전학 가는 모습도 지켜 보며 사는 게 인생이니까. (p23)📚지나 보면 가장 힘들었던, 겨울이라 생각했던 어리고 서툴렀던 때가 봄이었다.시간이 더 지나서 지금을 돌이키면 지금도 봄이지 않을까? 길게 보면 난 언제나 봄에 사는 것이었다. (p183)300페에지가 넘는 작가의 글을 단 몇 줄로 요약할 수 없지만 글을 읽는 내내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않았다.우선 물건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핸드폰을 두고 산책을 나가는 일부터 실천해봐야지 싶다가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어 멈칫해지지만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은 다시 한 번 다잡게 된다.🎁작가가 아닌 나와 다름없는 케이시 작가님을 만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앞으로도 건승하셔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도서는 작가님이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