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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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작가로 아이들보다는 내가 더 좋아하는 동화 작가다.
얼마전엔 <길벗어린이>출판사에서 그림책 강아지똥에서 빠진 부분을 모두 살린 <동화 강아지똥>을 읽었기에 평생을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실천한 삶을 산 작가의 이야기가 더 반갑다.

1937년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태어나 2007년 일흔의 나이로 소천하기까지 정지아 작가가 동화같은 아름다운 글로 작가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국민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지만 누구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셨고 가장 낮은 곳에서 마지막까지 사랑을 실천한 삶이 슬프고도 아름답다.

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리면서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았던 작가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가 늘 꿈꾸던 세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가 평생 소원하던 세상이 영원히 오지 않을지라도 그의 깊고 순한 마음만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하느님! 이 골목에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 차게 해 주세요. 고통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해 주세요. 싸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해 주세요. 한민족이 남북으로 나위어 싸우지 않게 해 주세요.”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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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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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일본소설 중 재미와 상관없이 가장 불쾌했던 소설은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이다.
좀 과장에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라 누구에게도 권할 수 없었던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살육에 이르는 병’이후 가장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번역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도모키는 평범한 가정의 외아들이다.
그리고 도모키에게는 고스모라는 친구가 있는데 엄마는 경찰인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가고 그 폭력은 고스란히 고스모와 두 살 아래 동생 가이아에게 행해진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어느 날 도모키를 찾아온 고스모는 아버지의 컴퓨터를 고장냈는데 아버지가 알면 자신들을 죽일 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는 데 도와달라고 한다.

친구라고는 도모키뿐인 고스모를 외면할 수 없어 고스모의 집에 함께 가게 되고 그곳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동생 가이아의 시체를 마당에 묻으려는 아버지와 마추친 둘은 고스모 엄마가 있다는 도쿄로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그 뒤를 ‘악마 같은’이 아닌 토할 것 같은 ‘진짜 악마’ 아버지가 뒤쫒는다.

소설의 가독성은 두 말할 필요없이 좋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두 소년이 엄마를 찾아 가출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모험을 끝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라는 이야기에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존재이자 동생을 죽인 살인자 아버지가 뒤를 쫒는다.’는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소설은 잔혹극이 된다.

재미는 있지만 아무것도 의지할 곳 없는 고스모의 사정이 너무 마음 아프고 자신을 고스모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 생각하고 끝까지 함께 하는 도모키를 보며 내용은 물론 주인공 두 소년의 어린 나이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경찰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잘 표현돼 더더욱 불편했던 것 같다.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만 절대 해피앤딩이 아닌 이야기를 읽고 기분이 꿀꿀한 경험을 다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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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상점 TURN 2
강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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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알게 된 작가, 한겨레출판의 턴 시리즈 두번 째 이야기라 그냥 집어든 책이야.
표지의 오싹함보다는 “식물, 상점”이라는 왠지 말랑하고 직관적인 제목에 끌렸고 다 읽고 나서는 표지의 섬뜩함이 확실히 보이네.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곳에 유희는 “식물, 상점”이라는 식물 가게를 열어.
다행히 SNS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 손님이 꽤 많이 찾아오는 유명한 장소가 되지.
그런데 유희를 찾아오는 손님들 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자 손님들이 은밀한 부탁을 하기 시작해.

나는 사적 보복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쁜 사람을 법으로 확실히 응징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되려 본인이 범죄자가 되버리는 선택이니 이해는 하지만 찬성할 수는 없어.

그래도 소설을 읽는 동안은 속은 시원했어.
소설 속에는 우리가 tv 뉴스에서 수없이 봐 오던 나쁜 놈들이 등장하거든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동물을 학대하고 신고한 사람을 스토킹하는 놈, 사귀는 여자친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놈, 직장 내 갑질을 포함 성희롱하는 놈들까지.

피해자는 죽을 것처럼 무서워서 신고 했는데 이런 놈들은 금방 풀려나 피해자를 더 괴롭히는 경우도 많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잖아.
그래서 픽션인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완성될 수 없는 이야기라 읽을 때 쾌감같은 게 생겼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아니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평안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읽었어.
그리고 진짜 나쁜 놈들을 흔적없이 처리해 주는 일을 막 응원하게 됐지 뭐야.
거기다 유희를 의심하고 뒤를 캐는 형사가 나오거든 나는 이상하게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는 막 무섭고 그래서 읽다가 커피도 마셨고 빨래도 돌렸고 막 이것저것 집안 일도 하다가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다 덮기를 반복했어.
그만큼 시원하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야.

뉴스를 보다가 정말 죽이고 싶을만큼 못된 놈들이 법망을 빠져나와 세상을 활개치고 다닐 때 답답함을 느꼈다면 이 책으로 잠시나마 위안을 받아보길 바라.
조예은 작가님의 “입속 지느러미”도 특이하고 재미있었는데 이 책도 꽤나 재미있어서 턴 시리즈 나올때 마다 읽을 것 같아.
물론 강민영 작가님도 기억해 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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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끔찍한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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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불리는 ’마르틴 베크‘시리즈 일곱 번째 이야기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전직 경찰서장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졸음을 이겨가며 사건 현장에 도착한 마르틴 베크는 살해당한 사람이 뉘만임을 알게 된다.

뉘만은 오랜 기간 투병 중이었지만 가정에서는 좋은 아버지였고 남편이었으며 자존감이 강한 경찰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그의 악행이 하나하나 밝혀지는데 오랜 기간 악독한 경찰이었고 많은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경찰의 사법 옴부즈맨에 뉘만의 대한 수많은 고발건이 접수되지만 매번 관련없다거나 기억하지 못하거나 정당하게 처리했다는 식으로 결론 내려지게 된다.
그 중 아내를 잃고 오랜기간 민원을 제기했던 전직 경찰인 에릭손의 진정 역시 묵살됐음을 알게 된다.

사건의 진실은 짧은 시간에 밝혀지고 범인의 정체도 금방 밝혀지지만 범인은 경찰을 타킷으로 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며 막장으로 몰리게 된다.
소설은 누가 범인임을 밝혀가는 과정은 물론 범인과 대치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흥미를 배가시킨다.

소설은 ‘경찰 소설’이라는 이름을 단 시리즈지만 과감하게 경찰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시리즈가 쓰여진지 50년이 넘었고 스웨덴이라는 먼 나라의 소설이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않았다는 느낌을 지을수가 없다.

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어지고 있고 잘못된 수사를 절대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좋은 경찰이란 범인을 때려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
소설을 읽는 내내 오랜 시간 악조건 속에서 초과 근무하는 경찰에 빙의된 듯 하품을 여러 번 째지게 했다.

<본 도서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돼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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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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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 활동하다가 60세에 은퇴 후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제목에 들어간 생소한 단어인 ‘귀축(鬼畜)‘은 아귀와 축생을 이르는 말로 너무나 야만적이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아빠는 엄마가 죽였습니다.
언니도 엄마가 죽였습니다.
오빠는 엄마와 죽었습니다.
엄마는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
우리 집 귀축은 엄마였습니다.

엄마와 오빠가 늦은 밤, 드라이브 중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금을 수령을 위해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딸 유키나가 사립탐정 사카키바라에게 사고 조사를 의뢰한다.
탐정은 가족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먼저 읽은 <기만의 살의>는 편지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였다면 <귀축의 집>은 탐정이 사건의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해 가며 사건을 해결해 가는 방식이다.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이야미스‘가 가미된 본격 미스터리라는 옮긴이의 말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가족의 의미와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은 인간은 본디 악의 존재인지 악으로 길러지는 지 고민하게 된다.
이미 벌어진 일을 인터뷰를 통해 복선을 깔고 마지막 회수하는 방법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연달아 읽은 작가의 소설 중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더 매콤하고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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