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여자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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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나 진술서가 떠오르는 제목의 소설은 1983년생인 주인공 ‘나’와 1959년생인 ‘나’의 엄마 미복이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몸에 관한 이야기다.
평생에 걸쳐 매우 마른 몸으로 살았던 ‘나’와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몸으로 살아온 ‘미복’의 삶은 전혀 다르지만, 소설의 1 ,2부에서 전하는 그녀들이 자신의 몸을 대하는 모습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고, 엄마인 ’미복‘보다는 나이가 적은 나지만 두 여자의 살았던 시대 대부분을 공감하며 세상은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며 읽었다.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신의 몸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짧은 이야기였지만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영석 언니에게 전하는 말을 거듭 읽으며 <몸과 여자들>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p65)

- 영석 언니, 억압과 해방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뫼비우스의 띠인지도 몰라. 억압이 계속되다가 어느 날 전복되어 해방으로 향하지만, 어떠한 종류의 해방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국 억압으로 작용해. 나에겐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이 그래. 해방을 어디까지 해방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억압을 어디까지 억압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억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걸 따지다 보면 해방이 결국 억압과 이어져 있다고 느껴. 언니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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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지지 않고 ㅣ 인생그림책 49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고정순 그림, 권정생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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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문학가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다 가신 권정생 선생이 번역해 더 특별합니다.
뒤표지에 적힌 시 원문만으로도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게 됩니다.

시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 시에 고정순 선생의 그림은 시를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작은 교회의 지붕에 종탑을 보는 까마귀로 시작된 그림책은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비에도 바람에도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삶을 꿈꾼 시인의 시는 그림을 만나 사계절을 담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분단으로 가슴 아파하는 이의 뒷모습도 보여줍니다.

100년도 전에 살았던 시인의 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은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살피라는 간곡한 부탁을 합니다.
검소하게 살다 가신 권정생 선생의 모습이 시를 읽는 동안 내내 떠오릅니다.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허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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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조건 :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
네후네 하야세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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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인생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 모집 중! 월급 15만 엔~ *입주 필수>

당장 죽어도 상관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청년 ‘다카라 다카히로’는 역 근처라 편리하고 조용한 10층짜리 맨션의 702호에 입주한다.
단 입주 옵션으로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야 한다.

친구가 된 이웃은 시커멓게 짓무른 여섯 개의 손가락과 대롱 모양의 입안에는 긴 혀를 갖고 있는 괴이한 존재이다.
베란다 너머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웃은 매번 “친구에게 들은 얘기인데”로 시작하는 괴담을 들려준다.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고 ’그 사람’이라고 부를 만큼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다카히로의 현실이 암담해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섭다기 보다 애잔하고 마음 아픈 도시 괴담쯤으로 여겨진다.
비밀에 싸인 맨션 5층의 존재와 엄마를 원했던 705호 스미에 유나에게 더 깊은 사연이 있는 듯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도 ‘다카히로’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와 주는 간도 씨와 괴이라는 존재와 가까운 듯한 이노히라 씨, 어릴 적 친구인 하야토의 위로가 큰 힘이 돼 줘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이라는 마지막 장의 글자는 모든 떡밥을 회수할 기회가 미뤄져 허탈하기도 하지만 더 오싹한 후속작이 나온다는 예고이기에 올여름이 가기 전에 다음 편이 출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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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ㅣ 웅진 우리그림책 155
박성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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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제6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쉿!>은 민트색 표지에 가느다란 글자의 제목, 그리고 아이와 고양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표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앞면지를 넘기면 새까만 바탕에 그려진 고양이에게 누군가 “안녕!” 인사를 건네네요.

편안한 잠옷을 입은 아이와 유연한 몸짓의 고양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건네는 말에 반응하며 물속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다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그림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검은 배경에 여러 겹의 실루엣을 겹쳐 그린 그림은 아이와 고양이의 꿈속인 듯 환상적입니다.
처음에는 아이와 고양이의 몸짓에 집중해 읽다 인사를 건네는 이의 정체를 알고 다시 읽을 때는 글자의 배치가 비밀스러운 존재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글밥이 적은 그림책은 그림에 집중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글자를 읽기 위해 휘리릭 넘겼다면 반복해서 읽으며 아이와 고양이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됩니다.
짧은 글이지만 기발한 그림 속에서 여름밤의 성가시지만 그것마저도 즐거웠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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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법
박현민 지음 / 달그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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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달그림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놀이터의 그네는 앉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놀이기구로 어느 곳을 보고 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박현민 작가의 신간 #그네타는법 은 방향을 선택해 탈 수 있는 그네의 특성을 살려 앞면과 뒷면을 고정해 놓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도형자 2개를 사용해 그린 그림책은 e-북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차별화된 그림책의 물성을 보여줍니다.
수직으로 움직이는 그네의 특성을 살려 길게 제작된 판형과 탁상 달력 방식의 스프링 제본은 앞뒤로 움직이는 그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흰색 면과 회색 면으로 표현된 그림책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우리 인생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먼저 제목이 적힌 흰색 면을 시작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겨봅니다.
나한테 딱 맞는 그네도 처음에는 타는 게 쉽지 않은 데다 힘껏 발을 굴러야 하고 두 손을 꽉 잡아야 합니다.
중심이 흔들리면 베베 꼬이고 앉아서 타야 오래 탈 수 있습니다.

흰색 면이 그네에 빗댄 삶의 기준과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회색 면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네 타기를 막 시작한 어린이에게는 그네를 타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설명서가 될 것이고 삶이 불안한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길잡이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그네의 앉는 방향을 내가 정하듯 우리의 인생 또한 나아갈 방향을 자신이 정합니다.
그네를 힘껏 굴려 높이 올라가는 아이도 있고 차분히 앉아서 흔들리는 그네에 몸을 맡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듯 인생도 저마다 좋아하는 높이가 있습니다.
혼자 타는 그네의 높이를 다른 사람과 굳이 비교하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남과 비교할 필요 없습니다.

<그네 타는 법>은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매일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오브제가 됩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메시지는 큰 위로를 건네줍니다.
이왕 탔으니, 끝까지 올라가도 되지만 반드시 높이 올라갈 필요 없는 그네처럼 나 자신에 맞춰 유연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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