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김성은 지음, 양양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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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뭉끄 6기 활동 중 문학동네어린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소방관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까지 다 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복되는 미래 시제의 문장에 담은 것은 그런 마음입니다.
큰 용기를 품고 자기 몫의 삶을 힘껏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책을 드립니다.
-김성은

김성은 작가의 시집 <못된 말 장례식>에 수록된 ’지금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를 재구성해양양 작가가 그림을 그린 시 그림책입니다.
오늘 낮에 찾은 결혼반지를 낀 스물아홉 대현 씨는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를, 사이렌을 울리며 화재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소설의 프롤로그 격인 페이지를 지나면 미래 시제의 문장으로 대현 씨가 계획하고 꿈꾼 미래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열흘 뒤 지영 씨와 결혼식을 올릴 것이고 일 년 뒤엔 대현 씨를 꼭 빼닮은 딸이 태어날 것이고 어떤 날은 함께 화재를 진압하던 후배가 크게 다쳐 몇 달을 괴로워하기도 할 것입니다.

좋은 시는 그림이 없이도 충분한 감동을 주지만 좋은 시에 어울리는 그림이 함께 한 순간 그 감동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뒷면지에 소개된 시의 전문만 읽었을 때도 감동적이지만 그림과 함께 감상하는 시는 더 입체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림책을 펼쳤을 때 사투가 벌어지는 화재 현장과 대현 씨의 미래가 함께 그려진 페이지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맑은 수채화로 그려진 대현 씨의 미래가 그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의 안전이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림책을 받고 얼마 안 돼 완도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던 두 소방관의 사망 뉴스를 접했습니다.
세 남매의 아버지, 그리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라는 두 소방관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림책을 펼쳐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대현 씨가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랍니다.
누구든 안전한 사회를 꿈꾸듯 안전한 사회를 위해 힘쓰는 이들의 안전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대현 씨의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세상을 위해 힘을 보태는 이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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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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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현대문학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이혼 후 주간지 기자를 그만둔 ‘마에자와 게이코’는 탐정 사무소를 차렸지만, 변변한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 폐업 위기에 처해 있던 어느 날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15년 전 죽은 아들 도시히로의 태어났을지도 모를 아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로 단서라고는 그 당시 사귀던 여자가 건넨 명함에 적힌 ‘나카자와 유카리‘라는 이름과 ’꿈꾸는 허브 모임’이라는 소속 단체의 이름뿐이다.

고액의 보수를 약속받은 게이코는 명함에 적힌 꿈꾸는 허브 모임을 조사하다 15년 전 작은 신흥 종교 단체 신도들의 집단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단체의 소속이었던 유카리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한편 전 직장인 출판사 후배 유리의 의뢰로 사인이 불분명한 사망 사건을 조사하다 남극에서 재취한 얼음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남극 얼음을 섭취하고 죽은 사체에서 발생한 시아노박테리아가 마을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도시의 수원인 마을의 댐을 장악해 간다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15년을 주기로 일어난 집단 사망 사건은 도시히로의 선배 물리학자 츠유키의 도움으로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생각지 못한 공포에 맞닥뜨린다.
도시히로가 죽기 직전까지 중세의 해독 불가 문서인 ‘보이니치 필사본’을 연구했고, 그것이 그의 죽음은 물론 집단 사망 사건과의 관련성도 찾게 된다.

’스즈키 고지‘라는 이름은 익숙지 않더라도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는 귀신으로 유명한 영화의 <<링>>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 영화 <<링>>의 원작을 쓴 작가의 신작 <<유비쿼터스>>는 원귀나 유령이 아닌 지구 생명체 총중량의 99.7퍼센트를 차지하는 식물의 역습에 관한 이야기다.
동물과 구별되는 생물군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의지나 감각이 없다고 알고 있는 식물이 본성을 드러내는 세계는 인간의 무력감을 증대시킨다.

소설은 자연보호를 강조하지도 않고 교훈으로 삼지도 않지만 읽다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느끼게 한다.
도처에 존재하는 식물의 능력을 보여주는 작가의 이야기는 귀신이나 요괴가 등장하지 않아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다.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이들의 활약으로 위험을 잠깐 잠재운 이야기는 한없이 뿌리와 잎을 뻗어가는 식물의 생명력처럼 언제든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재등장할 수 있기에 두렵고 무섭다.
방대한 참고 문헌만으로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지는 이야기는 여름이면 들려오는 녹조 관련 뉴스를 올해부터는 쉽게 넘기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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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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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다산스토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어린 시절부터 위탁 시설을 전전하던 루이사는 부활절을 앞둔 어느 날, 배낭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넣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첫 회화 작품인 <바다의 초상>의 경매가 열리는 교회에 몰래 잠입한다.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오래된 엽서의 그림을 대면하게 된 루이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장 사랑하는 친구 피스캔을 위해 그림 옆에 작은 표식을 남긴다.

경매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경비원을 피해 도망치던 루이사는 노숙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사정을 듣게 된 노숙자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교회 벽에 함께 그림을 그리다 노숙자가 <바다의 초상>을 그린 화가임을 알게 된다.
얼마 뒤 화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바다의 초상>이 루이사에게 상속돼 그림을 받게 된다.

소설은 위탁 시설에 살며 의지할 곳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 피스캔 밖에 없던 루이사가 우연히 화가를 만나게 되고 그 뒤 화가의 그림을 상속받은 후 그림의 배경이자 화가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향하며 듣게 되는 화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진행된다.
위탁 시절을 나온 열여덟 살 소녀가 우연히 소유하게 된 고가의 그림이 그려지기까지의 과정은 화가의 친구인 테드를 통해 듣게 된다.

25년 전 가난한 바닷가 마을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가정폭력, 학대, 따돌림 등의 잔인한 현실에 서로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화가의 재능을 맨 먼저 알아보고 그 재능을 신뢰하는 친구들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기회를 주기 위해 작은 일탈을 저지르지만, 끊임없이 격려하고 어려움을 함께한다.
가정이 존재했지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며 자라는 모습이 마음 아프다.

읽은 지 10여 년이 지난 프레드릭 베그만의 첫 장면 소설 <#오베라는남자>는 사랑하는 부인을 잃고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는 노인을 살리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더했다면 <나의 친구들>들은 어른들의 방임 속에 스스로 살아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오베의 이야기도 깊은 감동을 주지만 결핍과 상실 속에서 살아온 루이사가 화가가 건넨 손을 잡는 순간 꿈에 가까워졌듯이 루이사 역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감동은 벅차오른다.

어른의 보살핌과는 먼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어른이 된 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던 어른들과는 다르게 누군가를 돕는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은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이자 정답이다.
꽤 긴 소설은 기차 안에서 테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루이사의 심정으로 때로는 그들의 눈부신 우정에 박수를 보내고 처절한 삶에 함께 울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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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 출간 30주년 기념 개정판 어른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휘리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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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출간 30주년을 맞았고 그 세월 동안 162쇄까지 나왔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어떤 계기로 <연어>를 읽게 됐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30년 전에 처음 읽고 여러 문장에 표시해 두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30주년 기념 개정판은 새롭게 ‘휘리’작가님이 이야기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연어의 삶이 부분부분 우리 인간의 삶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은빛연어가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를 헤엄쳐 초록강에 다다르기까지의 여정과 눈맑은연어와의 만남, 그리고 초록강과의 대화는 긴 울림으로 남습니다.
특히나 쉬운 길이 아닌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은 조금만 어려워도 포기해 버리는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남깁니다.

🐟“나도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싶어. 바닷속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다구. 나는 이 바다의 모든 것을 내 눈 속에 담고 싶거든” (p28)

“네가 아프지 않으면 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p37)

‘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건 나에게 누군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일 거야. 나 여기 있다고. 나 아무 일 없이 잘 있다고‘ (p40~41)

작은 돌멩이 하나, 연약한 물품 한 가닥, 순간순간을 적시고 지나가는 시간들. 전에는 하찮아 보이던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p48)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거야.” (p50)

“그래. 존재 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p73)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아. 아주 크기가 큰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 지도 않지.” (p91)

인간들은 사람이 죽으면 무덤 앞에 비를 세우기를 좋아한다. 인간들이 살아 있을 때 품은 헛된 욕망의 크기와 비석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것을 연어들은 알고 있다. 심지어 인간들은 살아 있는 자의 비석까지 세우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연어들은 죽은 연어를 위해서 절대로 비석 따위를 세우지 않는다. 연어들은 죽음을 묵묵히 바라봄으로써 슬픔을 삭이는 것이다. (p116)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뿐이야.“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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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단
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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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오후 열 시 이십삼 분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가 없었다면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였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날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오늘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는 작가 정보라는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더라면’이라고 상정하고 소설을 써간다.
1차 계엄이 실패하고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자 대통령은 2차 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은 사회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총구를 들이댄다.

200페이지가 안 되는 소설은 계엄 성공 후의 사회를 보여준다.
설마 이렇게까지 될까 싶다가도 이미 1980년 5월의 광주를 경험했기에 소설은 끔찍하게 사실적이고 두렵다.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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