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빛소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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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단편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과거로의 여행은 가난한 젊은 남자가 능력을 인정 받아 사장집에 기숙하게 되고 자신을 돌봐주는 사장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남자는 해외로 떠나고 바로 돌아올 수 없었던 그는 그 곳에서 결혼한다
그리고 9년 후 홀로 된 여자와 남자는 다시 재회한다.

두번째 이야기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은 아이들은 다 자라 독립하고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 뒤 무기력하고 우울하던 부인이 어느 날 카지노에서 도박에 빠진 젊은 남자를 만난다.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을 생각하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남자는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여자는 모든 걸 버리고 남자와 떠날 결심을 한다.

100년 가까이 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두 소설은 독일어권 문학에서 노벨레라는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이야기의 방식은 기억이나 회상을 극적으로 서술하기 위한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한다.주로 기이하고 괴상한 사건,일상성에서 벗어나는 특수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나 사례, 병적인 행위와 개인의 일탈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ㅡ역자해설p180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저절로 재미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나오지않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첫번째 이야기에선 주인공 남자가 현재의 여자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 번째 이야기는 과거의 어느 날 사고처럼 벌어졌던 자신의 일을 처음 만난 젊은이에게 가감없이 들려주는 방식이다.
두 주인공 모두 젊은남자와 나이 든 여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긴 세월동안의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24시간 동안 불처럼 타오른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야기에 대한 회한도 있다.

본디 사랑이라는 게 흐르는 물 같아 아무리 죽을 것 같은 사랑도 지나가버리면 그냥 추억이다.
다시 그 물을 돌려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모두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자꾸 지나버린 물을 되돌리고 싶어할 뿐이다.

다시 만난 사장의 부인에게 느끼는 사랑의 허무함과 하룻밤 사랑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마음이 얼마나 허망한지 전혀 다른 이야기고 사랑이지만 읽은 내내 한 줄로 꿴 구슬처럼 전혀 다르지 않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그것은 사랑할때의 마음이지 그 시간이 지나면 그저 기억이고 추억일 뿐.

이 소설을 통해 작가를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의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다 예전에 조카에게 선물 받은 그의 다른 책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가 있음을 기억했다.
책은 읽는 거지 꽂아두거나 쌓아두는 게 아니다는 반성을 다시 해본다.
“소설과 전기(또는 평전)에서 훨씬 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니 그의 다른 책들도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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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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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온 에드가 오라는 모던 보이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결혼한 형 집에 얹혀 살다 하숙집 은일당에 머물게 된다.
그저 모던 보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거들먹거리던 어느날 함께 술을 마신 친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우연히 패도라를 찾아 친구 집을 찾았던 에드가 오는 범인으로 몰려 경찰에 체포된다.

한편 또 다른 사건 현장에 에드가 오의 잃어버린 패도라가 발견되고 다행히 취조를 받던 중 풀려나게 된다.

도끼라는 같은 범행도구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동일인의 범행으로 인식되어 수사가 진행된다.
한편 에드가 오는 스스로 탐정이라 말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종횡무진 경성거리를 헤맨다.

탐정이야기라면 이야기 중 무수한 떡밥을 던지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멋있게 등장해 범인 앞에서 그 떡밥들을 회수하는 데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독자는 과연 내가 예상했던 범인이 맞았는가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이 폭죽터지듯 터지며 범인을 꼼짝 못하게 할때의 통쾌함때문에 탐정 소설을 읽는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기전을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은 과학수사를 해 눈에 보이는 증거물을 제시할 수도 없고 이야기의 진행 속도도 느리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억지스럽기도 하고 동의하지 못한 추적과정이나 뜬금없는 추측으로 헛웃음이 나오게도 한다.

하지만 은일당 사건기록은 192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억지스럽지 않다.
생각만큼 총명하지 못한 탐정과 생각보다 훨씬 매서운 눈과 지혜를 가진 이가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지만 뜬금없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

신문을 그렇게나 정독하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사물을 보는 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허당미 넘치는 에드가 오의 젠체하는 모습이 밉지 않으니 주인공으로서 매력은 충분한 것 같다.

2권에서는 과연 선화가 어떤 활약을 할지 그리고 연주와 선화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고 선화의 아버지는 등장하는지 1권이 흘린 떡밥을 회수하러 가야 겠다.
그리고 2권에서는 에드가 오라는 모던 보이가 이름값을 할 지도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선물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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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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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닥적이고 야비한 남편과 상사를 피해 도망친 두 여자와 열 네살,여덟 살,사개월의 아이들의 여정은 과연 어떨까?

대외적으로는 성공한 사업가지만 가정에서는 폭군이었던 남편 프랭크를 피해 딸과 조카를 데리고 집을 떠날 계획을 세운 하들리는 남편의 사무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돈을 훔치기 위해 숨어든 직원 그레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장 프랭크와 남편때문에 빈털터리가 된 상태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훔친 그녀들은 프랭크를 피해 도망치게 되고 어느 새 FBI까지 그들을 쫒는다.

작가 노트에서 작가 스스로 영화 ‘델마와루이스’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알고 있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한편의 로드무비를 보고 난 기분이다.
폭군인 남편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고상한 가정주부인 하들리는 다리를 다치게 되고 도무지 공통점이 없는 초보 엄마 그레이스와 연대한다.
무조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도와주는 단순한 관계가 아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두 여자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나 조금은 다루기 어려운 아이 스키퍼를 대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진짜 사랑이 충만하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정답을 제시한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특별히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신나는 모험 영화 한 편 보고 난 기분이다.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선물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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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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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슬픈 이유는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얼굴을 안 보고 살기도 하고 나를 낳아준 부모와 척을 지고 살기도 한다.
안 보고 못 보는 것은 같지만 거기에 죽음이 자리 잡으면 ‘영원히’라는 사실이 끼어들면서 마음 아프고 안타깝고 그립고 슬프다.

3월의 어느 봄날
급행 열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127명의 승객 중 68명의 사망한다.
불시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이 비탄에 빠져 슬퍼하던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다.
사고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 당일 열차에 탑승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단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 된다는 조건이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지만 한 순간의 사고에 의한 것이라면 남겨진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을 건너 드디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예비 신랑의 죽음, 자신의 삶이 힘들다는 핑계로 멀리 했던 아버지의 죽음, 여린 중학생의 가슴을 가득 채웠던 첫사랑 누나의 죽음, 그리고 제대로 슬퍼할 수도 없고 울지도 못하는 사고 열차의 기관사의 죽음까지 모두 가슴 절절하다.

짐작되는 내용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인 ‘힘내라,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진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하는 말을 소설로 읽으니 진부한 대사가 진부하게 들리지않는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이다.
즐겨 봐 온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대목이 나오기도 하지만 유치하진 않다.
이 더운 여름 악인이 나오지 않는 순한 맛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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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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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물이 좋은 이유는 출간일이 언제든지 괴리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옛날 이야기인데 1996년에 쓴 작품을 26년이 지나 오늘 읽는다해도 아무 상관없으니 그게 시대물의 최대 장점이다.
만약 26년 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이제사 신간인 척 나왔는데 모르고 읽었다면 출판사에 대한 배신감은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미미여사님의 미야베월드2막은 언제 읽어도 좋으니 인내상자가 1996년 작품임을 알게 된 순간에도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다.

인내상자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마음속에 단단히 봉인해 두고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소설(p238)들이다.
물론 미미여사의 다른 책들처럼 재미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는 게 필요 없을 만큼 [편집자 후기]가 논문급이다.
그래서 편집자님이 미처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스나무라 간척지’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 별것도 아닌 것에도 가슴이 찌르르 해 오는 데 엄마의 첫사랑을 이해하고 이치타로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지만 여전히 엄마에게는 아무말도 하지않는 오하루의 마음이 이해 되어 코가 갑자기 맹맹해졌다.

농담으로 아들에게 한 이야기중 하나가 엄마 죽기전에 미미여사의 필생의 과업으로 삼은 ‘미시마야 시리즈’가 완성되면 좋겠다고 해서 원성을 들은 적이 있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작가님이 건강하셔서 시리즈를 완성해 주시고 나 역시 건강해서 완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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