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세들어 살게 된 록우드는 궂은 날씨 탓에 집주인인 히스클리프가 사는 “워더링 하이츠”에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다.원래는 아무도 재우지 않는 방에 묵은 록우드는 창틀에 적힌 무수한 이름과 25년 전 날짜가 표지 안쪽에 적힌 책을 보게 되고 그 곳에서 책의 주인인 캐서린 린턴의 유령과 마주친다.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온 록우드는 하녀장인 딘 부인에게 워더링 하이츠에 함께 살았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이야기를 듣는다.당시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인 언쇼 어르신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모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아이를 구하게 되고 어릴 적 죽은 아들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언쇼가의 딸인 캐서린과는 금세 친해지지만 아들인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구박하고 괴롭힌다.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힌들리의 폭력은 더 심해지고 캐서린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의 린턴 가의 아들 에드가의 청혼을 받아 들이게 된다.집을 떠난 히스클리프는 3년 후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와 린턴가와 언쇼가를 파멸로 몰아넣게 된다.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가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은 600페이지에 가까운 대작이다.‘폭풍의 언덕’을 처음 접한 건 90년 대 리즈시절의 ‘줄리엣 비노쉬’가 캐서린으로 분한 영화를 통해서 였다.척박하고 황량하게 그려진 ’워더링 하이츠‘의 모습과 깊고 슬픈 눈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죽음 후변한 그의 눈빛을 보며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기보다는 광기에 가깝다고 느꼈었다.세월이 흐른 뒤 소설로 만난 두 주인공의 사랑을 응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이 세상에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는 캐서린밖에 없었던 히스클리프가 사랑에 배신당하고 느꼈을 원망은 어느 새 절망이 되고 복수심만 남았을 것이다.캐서린이 없는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두 가문의 파멸을 위해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캐서린이 자신의 다른 한 쪽인 히스클리프가 아닌 안정적인 에드가 린턴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납득이 된다.아무것도 없는 히스클리프를 택했다면 벌어질 결과는 꼭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길이기에 그녀의 선택을 손가락질 할 수 없다.오랜 시간이 지나 제대로 읽은 소설은 18세기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만연했던 폭력과 따로 유언장에 명기하지 않으면 어떤 권리도 찾을 수 없었던 여자들의 유산 상속 과정이 흥미로웠다.독하고 강한 남성인 히스클리프 역시 어린 시절에는 폭력 앞에 무기력했고 그의 폭력은 자신의 아들은 물론 다른 약자에게 대물림되는 것을 보며 어느 시대에도 해결되지 못한 사회문제를 엿볼 수 있었다.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을 주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소설은 더 방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후손들이 사랑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읽고도 읽지않은 것 같고 읽지 않고도 읽을 것 같은 고전 읽기를 제대로 한 것 같아 가슴 벅차다.<앤의 서재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결혼이었습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게 새롭고 신기하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을 남으로 살았던 까닭에 이해 못하고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이명애 작가의 “꽃”은 꽃가마 타고 가는 결혼으로부터 시작합니다.또르르르 빨간 동그라미를 따라 가보면 꽃가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빨간 동그라미는 노란 동그라미를 부르고 초록, 분홍, 보라 등 갖가지 동그라미가 모입니다.빨간 동그라미로 시작된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여줍니다.글자가 많지 않은 그림책은 계절을 지나는 인물을 따라가다보면 계절의 변화처럼 다가오는 우리의 인생을 보여줍니다.먹구름을 만나기도 하고 후두둑 비를 만나기도 하고 깜깜한 어둠을 만나기도 합니다.그래도 살다보면 모든 게 기억 속에 남아 추억이 됩니다.우리의 추억은 여러 색깔의 동그라미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사철제본의 책은 펼침이 좋아 책을 양쪽으로 펼치면 한 장의 멋진 예술 작품이 됩니다.글로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아니다보니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입니다.어떤 날은 분홍 동그라미가 가득한 봄날에 멈추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커다란 회색 동그라미를 잘게 부수는 장면을 한참 보기도 합니다.꽃 같은 인생을 살다 마지막 꽃상여를 타야하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많이 웃고 여러가지 색의 동그라미를 모으고 싶습니다.그리고 후회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화려한 꽃상여를 타고 떠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문학동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위픽 시리즈 우선 맛보기로 두 권만 읽어보자하고 고른 책 중 한 권이다.조예은 작가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었던지라 그냥 작가의 명성만으로 고른 책이다.역시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다.시리즈를 모두 구입하기엔 사악한 책 가격이지만 커피 두 잔 값이면 한 권을 살 수 있으니 아마도 전부를 욕심내며 한 권 한 권 수집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연인인 형석의 프로포즈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낯선 전화 번호로 정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로 외할머니와 잠깐 지내게 된 미아도에서 알게 된 친구 우영이 자살했다는 경찰의 전화였다.우영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던 정해는 미아도로 향하게 된다.미아도에는 우영이 산지기를 했고 죽은 뒤에는 묻히기를 소망했던 영산이라는 신령한 산이 있다.영산은 죽은 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이들이 찾는 영산교의 본산으로 우영의 시어머니이자 죽은 산주의 딸인 최양희가 교주로 있다.정해는 우영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영산교의 신자가 돼 산지기가 되길 자청하고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어린 시절 우정을 나눈 우영과 정해는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알고 있다.사람의 관계는 만남의 횟수와는 상관없는 것임을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는 어리석은 인간의 간절함과 그 마음을 이용해 욕심을 채우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부디 정해가 작가의 당부처럼 현실로 돌아가 뻔뻔하게 잘 살기를 바라본다.
처서가 지나고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가까워지면서 언뜻 부는 바람 끝이 서늘해짐이 느껴집니다.어느 해보다 더웠던 올 여름 우리를 즐겁게 해 준 아이스크림 이야기로 밤이랑 달이가 찾아왔습니다.창밖으론 손톱달이 보이는 더운 여름밤, 밤이는 누나에게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갑자기 배가 뜨거워”라고 속삭입니다.달이는 밤이의 배를 만져 보고 배가 안 뜨겁다고 하자 이번엔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봐 걱정입니다.밤이는 한 밤중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갖가지 핑계를 대고 달이는 어른스럽게 밤이를 달랩니다.하지만 밤이는 누나가 아무리 이유를 대도 한 번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 생각은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과연 밤이랑 달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고 잠들 수 있을까요?밤이랑 달이랑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끊임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대는 밤이의 모습이 귀엽습니다.또 그럴싸한 이유로 동생을 달래는 달이의 모습은 의젓해 보입니다.아무리 누나답게 동생을 달래지만 아이스크림의 시원하고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습니다.딱 하나만 먹으면 행복해질 것 같은 아이스크림, 살금살금 하나 먹어도 야단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한 번쯤 밤에 몰래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우리 아이가 행복해질수 있다면 알고도 눈감아 주는 어른이 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그래도 아이스크림 먹었으면 “치카”하고 자는 건 잊지말아요.<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