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결혼이었습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게 새롭고 신기하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을 남으로 살았던 까닭에 이해 못하고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이명애 작가의 “꽃”은 꽃가마 타고 가는 결혼으로부터 시작합니다.또르르르 빨간 동그라미를 따라 가보면 꽃가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빨간 동그라미는 노란 동그라미를 부르고 초록, 분홍, 보라 등 갖가지 동그라미가 모입니다.빨간 동그라미로 시작된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여줍니다.글자가 많지 않은 그림책은 계절을 지나는 인물을 따라가다보면 계절의 변화처럼 다가오는 우리의 인생을 보여줍니다.먹구름을 만나기도 하고 후두둑 비를 만나기도 하고 깜깜한 어둠을 만나기도 합니다.그래도 살다보면 모든 게 기억 속에 남아 추억이 됩니다.우리의 추억은 여러 색깔의 동그라미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사철제본의 책은 펼침이 좋아 책을 양쪽으로 펼치면 한 장의 멋진 예술 작품이 됩니다.글로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아니다보니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입니다.어떤 날은 분홍 동그라미가 가득한 봄날에 멈추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커다란 회색 동그라미를 잘게 부수는 장면을 한참 보기도 합니다.꽃 같은 인생을 살다 마지막 꽃상여를 타야하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많이 웃고 여러가지 색의 동그라미를 모으고 싶습니다.그리고 후회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화려한 꽃상여를 타고 떠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문학동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