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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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세들어 살게 된 록우드는 궂은 날씨 탓에 집주인인 히스클리프가 사는 “워더링 하이츠”에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다.
원래는 아무도 재우지 않는 방에 묵은 록우드는 창틀에 적힌 무수한 이름과 25년 전 날짜가 표지 안쪽에 적힌 책을 보게 되고 그 곳에서 책의 주인인 캐서린 린턴의 유령과 마주친다.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온 록우드는 하녀장인 딘 부인에게 워더링 하이츠에 함께 살았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이야기를 듣는다.

당시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인 언쇼 어르신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모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아이를 구하게 되고 어릴 적 죽은 아들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언쇼가의 딸인 캐서린과는 금세 친해지지만 아들인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구박하고 괴롭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힌들리의 폭력은 더 심해지고 캐서린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의 린턴 가의 아들 에드가의 청혼을 받아 들이게 된다.
집을 떠난 히스클리프는 3년 후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와 린턴가와 언쇼가를 파멸로 몰아넣게 된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가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은 600페이지에 가까운 대작이다.
‘폭풍의 언덕’을 처음 접한 건 90년 대 리즈시절의 ‘줄리엣 비노쉬’가 캐서린으로 분한 영화를 통해서 였다.
척박하고 황량하게 그려진 ’워더링 하이츠‘의 모습과 깊고 슬픈 눈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죽음 후변한 그의 눈빛을 보며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기보다는 광기에 가깝다고 느꼈었다.
세월이 흐른 뒤 소설로 만난 두 주인공의 사랑을 응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에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는 캐서린밖에 없었던 히스클리프가 사랑에 배신당하고 느꼈을 원망은 어느 새 절망이 되고 복수심만 남았을 것이다.
캐서린이 없는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두 가문의 파멸을 위해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캐서린이 자신의 다른 한 쪽인 히스클리프가 아닌 안정적인 에드가 린턴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납득이 된다.
아무것도 없는 히스클리프를 택했다면 벌어질 결과는 꼭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길이기에 그녀의 선택을 손가락질 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제대로 읽은 소설은 18세기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만연했던 폭력과 따로 유언장에 명기하지 않으면 어떤 권리도 찾을 수 없었던 여자들의 유산 상속 과정이 흥미로웠다.
독하고 강한 남성인 히스클리프 역시 어린 시절에는 폭력 앞에 무기력했고 그의 폭력은 자신의 아들은 물론 다른 약자에게 대물림되는 것을 보며 어느 시대에도 해결되지 못한 사회문제를 엿볼 수 있었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을 주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소설은 더 방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후손들이 사랑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읽고도 읽지않은 것 같고 읽지 않고도 읽을 것 같은 고전 읽기를 제대로 한 것 같아 가슴 벅차다.

<앤의 서재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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