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밤 에 이은 ‘안 된다’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모두 4장의 연작소설은 앞의 세 개의 단편에서 일어난 사건을 마지막 4장에서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각 장의 마지막에는 이야기의 힌트가 될 수도 있고 반전이 될 수도 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면 안 된다>모모카는 1년 전 실종된 언니의 비밀 SNS계정을 발견하고 언니가 남긴 세 장의 사진으로 실종된 그날의 행적을 따라간다.그리고 언니가 소원을 빌기 위해 갔던 묘진 폭포에서 산장지기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머리없는 남자를 구해서는 안 된다>학창 시절 가족과 물놀이를 간 곳에서 아버지를 잃은 삼촌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조카인 ‘신’은 삼춘의 방에 메달린 인형을 빌려 친구를 놀릴 계획을 세우고 삼촌의 도움을 받게 된 그날 저녁, 친구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삼촌을 의심한다.<그 영상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아들을 죽이고 시신을 강에 유기했다는 아버지가 경찰에 자수한다.수사 끝에 차량 불랙 박스를 발견하고 경찰은 아들의 사체를 전혀 다른 곳에 유기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대대적인 수색을 해나간다.<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경찰은 수색 끝에 숲 속에서 오래된 여학생의 시신을 발굴하게 되고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는 그 사이 병으로 죽고 만다.남편을 따라 죽을 결심을 한 아내는 ‘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1장을 읽고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가가 해석한 부분을 먼저 읽었다.옮긴이의 염려대로 동생 모모카가 발견한 냉동고 속 시체는 당연히 실종된 언니라고 생각했다.어디서부터 잘못 읽었나 싶어 다시 찬찬히 읽고 마지막 사진의 힌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소설 속 사진을 이해하지 못해도 다음 장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나오니 굳이 머리를 싸매고 다시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진을 보며 이해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된다.4편의 이야기에는 모두 가족이 등장한다.딸의 실종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가족과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안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삼촌, 자신들이 살해한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진실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와 삼촌의 죽음이 자신의 탓 같아 실어증이 걸린 소년도 등장한다.가족의 잘못을 아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기 보다 숨기기에 급급할 것이다.만약 산장지기가 아버지가 숨긴 비밀을 안 순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삼촌이 가슴 속에 묻어 둔 죄의식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부모가 아들의 폭력에 대항했다면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수도 있을 것이다.죽음이 난무하는 소설을 읽으며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게 뭣하지만 언젠가 쓸 “안 된다”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기대된다.
2039년 4월 동갑인 내 어머니들은 동성 결혼이 제도화된 지 4년째 되던 해에 결혼했고 나는 입양되었다.어느 날 갑자기 차원에 문이 열리면서 “차원 난민”이라는 환상 동물들이 지구를 찾게 된다.“그나마 북미와 유럽 정부들은 얼마간 차원 난민을 받아들였으나, 기타 대륙에서는 차원 난민을 받아들이는 정부가 거의 없었다.”(p10)한국의 난민 수용소는 악명이 높았고 내 어머니 박세희 씨는 차원 난민 운동을 하다 경찰 진압봉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남은 김연우 어머니는 반려동물 납골당을 하며 사회운동을 이어가고 어느 날 나는 연우 엄마의 장롱에서 빛덩이들을 발견하고 “우리 집이야! 우리 집이라고!”(p23)라고 외치며 그것들을 쫓아버린다.나중에 나는 그 빛들이 갈 곳 없는 차원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랜 시간 생명을 살해했다는 죄책감과 공포 속에 살아간다.소설을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대만 바꿔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엄마가 납골당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폭력에 노출되고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살기 위해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배척하는 현실과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한 시민의 죽음까지 뉴스를 보고 있는 것 같다.먼 훗날의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입맛이 쓰다.<본 도서는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정연의 언니 정혜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상처받는 사람이다.가버린 사랑을 잊지 못하고 한여름에도 긴 패딩 점퍼를 입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에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사라지기도 한다.그래도 정연은 언니를 찾아 나서고 다시 찾은 언니는 여전한 모습으로 한국인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많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가족에게도 내치지만 아직도 첫사랑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게 정혜 언니다.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그 사랑을 축하받을 수는 없다.내가 겪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모양대로 하는 것인 사랑인데 우리는 그 사랑에 규격을 입히려 한다.정연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와 우연한 만남 후 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보다는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평안을 느끼는 정혜가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도서는 위즈덤하우스 위픽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졸업을 겨우 한 학기 앞두고 전학 온 것도 모자라 1년 유급생이기까지 한 도하”(p6)는 반납해야 할 도서를 연체하고 벌칙으로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한다.도하는 자신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책을 “강제 대출”해 주는 사서 교사 가문비 역시 귀신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도하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이수정 학생의 혼령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사물함 속에 있던 <이제 나를 자유로이 놓아주시오>라고 쓰인 쪽지의 출처를 찾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그 덕분에 학생들은 도서관을 찾게 되고 도하는 쪽지의 비밀에 다가간다.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천국이다.천국 같은 도서관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는 물론 요즘 문제 되는 학교 폭력과 학생들이 찾지 않는 도서관 등의 현실이 그대로 전해진다.주인공이 귀신을 본다는 설정이 엉뚱하기도 하지만 읽은 뒤 시간이 한참 지나 제목도 잊었고 내용도 가물가물 하지만 마음의 파문을 일으킨 한 구절을 기억해 내고 그 책을 찾아본 애서가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이야기다.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3월에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쓰키시마 마코토는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미나미 쓰바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결심을 한다.우연히 미나미가 속한 영화 제작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게 되면서 찍고 있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까지 맡게 된다.영화를 찍으며 마코토와 미나미는 사귀게 되지만 마코토의 병이 진행되면서 의식을 잃는 일이 반복된다.“자유분방하지만 실행력이 뛰어난 천재 기질의 쓰바사.우리 넷 중에서 사실은 가장 똑똑하고 예쁜 에나.어떤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는 노력파 이치카.대단한 능력은 없지만 영화에 관한 지식만큼은 갖춘 나.(하야미) _143쪽네 명의 영화 제작 동아리 부원들과 시한부인 마코토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은 마코토와 쓰바사, 하야미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마코토는 자신이 죽은 후 힘들어할 쓰바사를 위해 자신의 병을 끝까지 숨기려 노력하고 마코토의 시한부를 알게 된 하야미 역시 친구를 위해 그 사실을 숨긴다.전조 증상 뒤 혼수상태에 빠지는 마코토의 병은 그 횟수가 증가하고 시간도 길어지게 되면서 친구들은 마코토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위해 일생일대의 계획을 세운다.누구든 죽음 앞에 의연할 수는 없다.그것도 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한 어린 나이에 자신의 시한부를 선고받는다면 그 혼란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하지만 주인공 마코토는 자신의 죽음 뒤에 남겨질 친구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친구들 또한 망연자실하며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친구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맞이하게 한다.국내에서 데뷔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의 신작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 잃어버렸던 소중한 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표지의 소설은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읽기 좋은 ”로맨스 소설“이다.<본 도서는 오드림4기 활동 중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