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는 많은 놀이기구가 있습니다.미끄럼틀도 있고 정글짐도 있고 그네도 있고 시소도 있습니다.이렇게 많은 놀이기구 중 절대 혼자서는 즐길 수 없는 놀이기구가 있습니다.바로 시소입니다.그냥 일없이 시소에 앉아 있을 수는 있지만 신나게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없습니다.덩그러니 놓인 시소에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앉습니다.당연히 시소는 기사 쪽으로 기울고 그때 검은 복면을 쓴 돼지가 맞은 편에 앉는 데 이번에 돼지 쪽으로 기울어집니다.그러자 기사 쪽에 엘비스가 올라옵니다.시소는 비슷한 무게를 가진 이들이 시소의 양 끝에 타야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그림책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무겁다와 가볍다”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친구들의 수도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그저 신나게 시소를 즐기기 위해 악어가 찾아오고 힘센 아저씨도 찾아오고 털복숭이도 찾아옵니다.헤비메탈 밴드를 만나면 신나게 고개를 흔들고 고래가 물을 뿜으면 신기하고 커다란 오징어를 만나면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놀이터를 가로질러 달리고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고 정글짐을 오르다 친구와 웃으며 시소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림책입니다.크레파스 질감의 원색 그림은 아무 생각 없이 걱정 따위 개나 줘버리고 신나게 노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집니다.더는 놀이터를 찾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쓸쓸한 시소에 가만히 앉아 보고 싶어집니다.<이벤트에 당첨돼 노는날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입니다.>
해도 뜨지 않은 월요일 이른 아침에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남매는 눈앞에서 버스를 놓칩니다. 서로를 탓하며 티격태격하던 남매는 걸어서 학교로 출발합니다.서서히 아침 해가 떠오르고 모습을 남매는 이미 학교에 가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오늘 하루 학교에 안 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빨리 가야 한다는 조바심도 사라지고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경찰을 피해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기도 하고 낯선 강아지와 함께 고물상에서 보물을 찾기도 합니다.바다에서의 알몸 수영도 자유롭게 하고 비가 오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늘 버스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걷다 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그림은 아이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어둡게도 밝게도 그려집니다.보려는 마음이 없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담기는 순간 자유롭고 아름답게 펼쳐집니다.매일 매일 반복되는 날 중에 하루쯤 궤도를 벗어나도 큰일은 생기지 않습니다.그럴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입니다.2003년 IBBY 최우수 그림책상을 수상한 책은 아이에게는 신나는 하루의 일탈을 보여주고 어른에게는 자유로운 하루를 꿈꾸게 해 줍니다.<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자유롭게 읽고 느낌을 적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희곡 형식의 글이지만 따라 읽다 보면 등장하는 인공지능들의 대화가 생생하게 전달된다.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인공지능의 이야기는 그들의 역할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인간을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돕는다’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인공지능들이 새로 태어난 인공지능 ‘우팔리’를 위해 모인다.인공지능을 돕는 인공 지능 ‘하드리아누스“,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트라야누스‘, 인간과 먼 곳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수부티‘, 높은 차원의 인공지능 ’아난다‘다.그들은 인간을 위해 집 안 일을 하기도 하고 국세청에서 회계를 담당하기도 한다. 인공 지능들은 인간의 생활을 도울 뿐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의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 고뇌한다.함께 생활했던 인간의 죽음 뒤에 인공지능으로서의 생을 정리할 결심을 하기도 한다.공상이 아닌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먼 미래에도 여전히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소설 속이지만 씁쓸하다.요즘 같은 세상에는 인공 지능이 나쁜 인간을 조종해서 라도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길 바란다.<위즈덤하우스의 위피커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을 지나온 지 오래 전이지만 소설 속 “나”의 기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 지났던 듯하다.소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아는 어른도 아닌 그 옛날 어느 날을 떠오르게 한다.<나>의 초등학교 4, 5, 6학년 시절은 파벌이 존재했고 귀엣말을 하지만 진짜 친구인가 싶은 아이들과 함께 한다.비밀을 이야기하고 “너 같은 남자친구 있으면 좋겠다.”(p12)고 말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나만의 여자애가 된다.사춘기를 겪는 남녀 학생이 한 교실에서 벌이는 눈치 게임과 어느 때는 한없이 유치한 놀이를 하다 가도 어느 순간 어른을 흉내 내는 이야기들이 빛바랜 사진 속 추억을 꺼내는 기분이다.소설임에도 아무 대목이나 펼쳐 읽어도 이야기가 된다.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쓸쓸한 날과 검게 그을린 얼굴의 아버지가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누구나 지나왔을 그 시절이 부끄럽기도 그립기도 하다.<위즈덤하우스의 위피커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강렬한 표지와 그에 어울리는 띠지의 문구가 강력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열일곱 살 소녀, 사르다 가족의 셋째 딸 ‘아나‘의 시체가 쓰레기처럼 공터에서 발견된 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30년이 흐른다.그 사건으로 온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둘째인 리아는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떠나 아무런 연고가 없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곳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더는 신을 믿지 않는 리아는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받는다.어느 날 첫째인 언니 카르멘이 서점으로 찾아오고 언니가 30년 전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던 훌리안과 결혼해 아들 마테오를 낳았고 소식이 끊긴 아들 마테오를 찾으러 왔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30년 동안 여전히 막내딸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사실 뒤표지와 띠지의 글을 읽은 뒤라 중반쯤부터 범인의 정체를 짐작했지만, 이야기의 힘이 빠지거나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는다.소설은 둘째 딸인 리아의 입을 통해 시작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서술해 나간다.특히 ”아나“의 죽음의 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지만 선행성 기억상실로 인해 사건이 일어난 뒤의 일을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친구 ’마르셀라”의 이야기는 열일 곱 살 소녀가 겪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공포스럽다.이미 수많은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종교를 맹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독실한 신자로 거듭났다고 말하며 스스로 죄를 사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종교에서 말하는 회개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한다.소설은 소녀의 죽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지만, 독창적인 전개 방식으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아나의 죽음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면서도 희생자를 탓하고 “죽이지 않았다”고 자기 합리화하는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몸서리쳐진다.총칼로 직접 헤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본인들이 분명한데 사랑이라는 알량한 감정과 종교 뒤에 숨은 모습은 한없이 역겹다.작가의 다른 작품 <엘레나는 알고 있다>를 읽은 터라 기대가 컸고 이야기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지금도 어디에선가 아나가 겪은 고통을 겪고 있을 소녀들과 책임지지 않은 상대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 다른 아나를 만들어 낼 것 같아 무섭다.<푸른숲에서 제공해 준 도서로 찬찬히 읽고 느낌을 적었습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