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수)’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웨하스 과자 집에 살고 있다.뭔가 멋지고 유명한 일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어릴 적 놀러 간 유원지 화장실에서 잃어버린 소이 이모때문이다.미미제과의 창사 30주년 기념 백일장에 엄마가 사라진 이모와의 이야기를 쓴 글이 대상을 받고 미미제과의 마케팅에 사용되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미미제과는 엄마와 소이 이모의 추억 속 과자인 딸기맛 웨하스 상자에 소이 이모 사진과 이모를 찾는 광고를 싣고, ‘나’의 집을 웨하스 모양의 지붕을 한 과자 집으로 바꾼다.광고가 나간 뒤 사진과 같은 빨간 코트와 흰 모자 차림의 “메리 소이”들이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하고 어느 날 엄마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옷차림의 ‘제리미니베리’가 웨하스 집을 찾아온다.<메리 소이 이야기>는 어릴 적 잃어버린 메리 소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 중 ‘나’의 엄마를 제외하고 실재로 메리 소이를 본 적도 없고 그 존재조차 실재했는 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하지만 가족들뿐 아니라 이웃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메리 소이가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다린다.소설 속에는 성인이지만 특별히 하는 일없이 인형 미사엘을 돌보는 일이 일상의 대부부인 ’나‘와 막장 드라마를 쓰며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만 개의치않는 작가 ’마로니‘와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믿는 ’삼촌‘ 등이 등장한다.과자로 만든 집이라는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그지없다.가족 모두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것 물론 아빠는 엘피바를 차렸지만 망하기 직전이고 엄마는 메리 소이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제리미니베리가 끼니때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집을 나갔다 다시 찾아와도 내쫓거나 탓하지 않는다.아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말하는.그리고 엄마는 이런 사람이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P52)악착같지 않은 소설 속 인물들이 부럽다.‘진짜 엄마’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나‘를 위해 카드를 주고 옷을 사는 것을 내버려 두고 다른 사람 눈에는 쓸데 없어 보이는 젠탱글을 배우게 한다.”내가 무엇이든 하고 있기만을, 현실 생활에서 벗어나지 않기만을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p86)조금은 부족한 듯 현실에 부적응한 듯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절대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는다.그냥 세상을 살아갈 뿐이다.아빠는 엄마가 다른 삼촌을 그대로 인정하고 엄마는 찾아오는 메리 소이를 의심하지 않으며 ‘나’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무엇이든 하고 있기만을 바란다.소설 속 인물들처럼 그렇게 살아도 살아지는 게 인생인데 너무 악다구리를 부리며 사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친엄마와 진짜 엄마 중 진짜 엄마를 갖고 있고 사랑했던 이를 다시는 못 봐도 여전히 미사엘을 돌보는 욕심없고 무해하기까지한 ‘나’가 문득 세상 누구보다강인해 보인다.<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 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뜨거운 여름 개미가 바다로 달려왔지만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튜브도 수영모도 꼼꼼히 챙겨왔지만 바다가 너무 크고 무서워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멩이만 던져봅니다.그림책은 비온 뒤 숲 속 공터에 생긴 작은 물웅덩이를 바라보는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같은 크기의 물웅덩이를 보고 개미는 바다라고 말하고 다람쥐는 호수로 보입니다.토끼는 연못이라고 말하며 뛰어들고 아이는 물웅덩이라고 말합니다.뒤 늦게 도착한 호랑이는 큰 덩치때문에 물웅덩이를 없애버리기도 합니다.각자의 체격의 따라 같은 크기의 물웅덩이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바다이기도 하고 호수이기도 하고 연못이기도 하고 물웅덩이로 보이기도 합니다.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알고 있지만 남의 입장을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선명한 색을 사용해 그린 그림 속 여러 친구들은 물웅덩이를 통해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도 보일 수 있다는 걸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무심한 듯 하면서도 세심하게 행동하는 호랑이를 보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익히게 됩니다.앞뒤 면지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다보면 개미의 다음 그림책을 기대하게 됩니다.<도서는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 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열 여섯 살 미혼모 엄마에게서 태어난 빌 펄롱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엄마가 일하던 집주인인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무사히 어른이 된다.지금은 딸 다섯을 둔 어엿한 가장으로 석탄 배달을 생업으로 하며 별 어려움없이 살고 있다.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가게 되고 창고에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그리고 그 곳에서 정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어떤 선택 앞에 서게 된다.소설은 석탄 배달원 펄롱의 시각을 따라 이어간다.분명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짐작되지만 만약 내가 그 일을 말하는 순간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장담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그 일에 대해 폭로할 수 있을까 질문하며 소설을 읽게 된다.소설은 아일랜드에 실재 존재했던 막달레나 세탁소에 관한 이야기로 그곳은 여성과 아이들이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곳이라고 한다.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인물인 펄롱의 선택을 다룬 길지 않은 소설은 세탁소에서 벌어진 일들을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 더 무겁게 다가온다. 실제 우리나라에도 부랑아 갱생 , 교육을 명분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연행에 격리 수용하고 강제 노동은 물론 무수한 인권 침해로 문제가 됐던 선감학원 사건이 있었다.그래서 소설의 배경인 된 사건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크고 작은 이유로 부당함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최악의 경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내가 가진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그래서 펄롱의 선택이 더 대단해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열정 페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갈아넣었던 회사를 도망치듯 퇴사하고 새로 얻은 가구 판매회사에서 6개월 간 무실적인 곰 사원은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다.월요일마다 열리는 실적 회의는 괴롭기만 하고 우수 사원인 오렌지 여우의 영업 실적이 부럽기만 하다.발품을 팔아 찾아간 고객은 계약서를 썼지만 변심해 취소하기도 하고 남편과 상담을 하러 온 새 고객은 자신도 사용할 식탁이지만 어떤 의견도 내지 못한다.혼자 사는 멧돼지 고객은 많은 찻잔들때문에 살림살이가 넘쳐 나지만 커다란 장식장을 산다.곰 사원은 여러 고객을 만나 실적을 쌓아가지만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체 회사 생활을 이어나간다.인생 그림책 서른 세번째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는 생생한 가구 판매원의 직장 생활을 그리고 있다.보면서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꿈보다는 점수와 졸업 후 직업 선택을 염두해 두고 대학을 가고 있다.나 역시 20대에는 내가 하는 일이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인지도 꿈꾸던 삶인지 고민하지도 않고 직장을 다니고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 월급에 만족하며 살았던 것 같다.서른 즈음에는 결혼을 하고 그냥 아들들 둘 키우는 게 내 일이다하고 살다 사십이 돼서야 진짜 내가 하고 싶던 공부를 시작했다.이런 말 하는 게 꼰대같지만 인생 급하게 살 필요없다.몇 년 또래보다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큰 일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내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어른들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인가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말은 믿어도 될 것이다.그림책을 보는 내내 나는 곰처럼 우직한 사람인지 오렌지 여우처럼 똑똑한 척하며 제 살을 깍아 먹는 사람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개 사원을 닮은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사람이 아닌 동물들로 표현된 등장인물들을 보며 나는 어떤 동물을 닮은 인간일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거친 듯 그린 그림 속에서 팍팍한 사회 생활을 하는 곰 사원을 응원하게 되고 그가 만나는 손님들의 사정에 동조하며 읽게 된다.내 나이가 손님들의 사연과 점점 닮아가는 까닭에 가슴이 아려오기도 하지만 모든 젊은이들이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문 안 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진짜 꿈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아직 자신의 길을 찾지 못했거나 찾은 길에 확신이 서지 않거나 현재의 생활이 힘든 모든이들에게 강력추천합니다.<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 1기 활동 중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100페이지 남짓한 길이만큼 간단하다.부모에게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가 엄마의 출산이 가까워지자 친척집에 맡겨진다.1980년 대의 아일랜드가 배경인 소설은 특별한 사건없이 친척인 킨셀라 댁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는 아이의 이야기다.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그런데 내가 어른의 나이가 되니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게 쉽지않다는 걸 알게됐다.킨셀아 부부를 보며 무릇 어른이란 어떠해야 하는 지 정답을 보는 듯하다.아이의 부끄러운 행동을 탓하지 않고 다정한 손길과 따듯한 눈빛을 던지며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는 모습은 느리지만 빈틈이 없다.가눌수 없는 슬픔을 경험했지만 아이에게 내색하지 않는 모습 또한 인상 깊다.큰 사건없이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깊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재미있다는 짧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소설을 덮으며 아이의 다음이 어찌 됐을 지 알 수는 없지만 한 여름 킨셀라 부부와 보냈던 시간이 무용하지 않았으리라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