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섯 살 미혼모 엄마에게서 태어난 빌 펄롱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엄마가 일하던 집주인인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무사히 어른이 된다.지금은 딸 다섯을 둔 어엿한 가장으로 석탄 배달을 생업으로 하며 별 어려움없이 살고 있다.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가게 되고 창고에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그리고 그 곳에서 정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어떤 선택 앞에 서게 된다.소설은 석탄 배달원 펄롱의 시각을 따라 이어간다.분명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짐작되지만 만약 내가 그 일을 말하는 순간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장담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그 일에 대해 폭로할 수 있을까 질문하며 소설을 읽게 된다.소설은 아일랜드에 실재 존재했던 막달레나 세탁소에 관한 이야기로 그곳은 여성과 아이들이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곳이라고 한다.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인물인 펄롱의 선택을 다룬 길지 않은 소설은 세탁소에서 벌어진 일들을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 더 무겁게 다가온다. 실제 우리나라에도 부랑아 갱생 , 교육을 명분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연행에 격리 수용하고 강제 노동은 물론 무수한 인권 침해로 문제가 됐던 선감학원 사건이 있었다.그래서 소설의 배경인 된 사건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크고 작은 이유로 부당함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최악의 경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내가 가진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그래서 펄롱의 선택이 더 대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