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생태놀이 (양장) 사계절 생태놀이
붉나무 글.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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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름방학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2학년 우리 아이의 생활은 이렇다.

오전에는 컴퓨터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피아노 학원에 다녀온다.

특별한 방학 숙제가 없는 아이는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 만화보기와 잠깐씩 하는 책 읽기가 하루 일과의 전부다.

아빠가 쉬는 휴일에야 잠깐씩 외출을 하지만 그것도 더위 탓에 시원한 실내를 주로 찾는 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의 신발은 언제나 깨끗하다.

학교 운동장이 아니면 일년 내내 흙 밟을 일이 없는 아이들은 흙을 만지는 것도 흙이 묻는 것도 싫어한다.

거기다 요즘은 시골 할머니 댁도 마을 고샅길부터 시작해 마당까지 포장이 되어 있어 흙 밟기가 쉽지 않다.

흙에서 노는 것을 잊고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같이 놀까라고 물으면 차를 타고 나가 맛있는 걸 먹거나 함께 게임을 하는 걸 먼저 떠올릴 것이다.

어른들이 선심 쓰듯 특별하게 주는 선물 같은 놀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없이 들판에 나가도 거기가 놀이터고 장난감가게라는 걸 모르고 살아가게 한다.

같은 책 한권을 읽으며 아이는 새로운 놀이방법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어른인 나는 아련한 옛 기억에 빠져 들었다.

생태체험을 하려면 신청접수를 하고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벼르고 별러서 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어른들과 집 주위의 풀밭, 나무들도 좋은 놀이의 소재가 됨을 모르고 사는 어린이에게 <사계절 생태놀이>를 권해 본다.

재미있는 놀이와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며 자연에서 뒹굴고 자연과 함께 자라는 ‘붉나무’의 아이들이 바로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감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놀이 모음집만도 아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꺼내 놀이연구와 자연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책에서 뭔가를 배웠으면 하는 어른의 욕심도 충족시켜 준다.

처음 무작정 책을 읽던 우리는 함께 해보고 싶은 놀이 적어 보기 시작했다.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봄날하면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캐던 봄나물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런 봄나물 캐기와 요리 방법까지 나와 있어 쌉쌀하기도 하고 향긋하기도 한 봄나물이 슈퍼가 아닌 들에서 캘 수 있다는 것에 아이는 신기해하고 소개된 들꽃으로 꽃밭 만들기를 해보고 싶어 한다.

그냥 지나쳤던 길가의 풀들도 다 제 몫의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다는 진리와 함께 생명의 소중함까지 느꼈다면 너무 거창한가?

아이들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건 곤충잡기였다.

거미줄로 만든 잠자리채를 가지고 집 주위를 달렸던 엄마의 추억에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여러 가지 재료로 곤충 만들기를 시도해보고  나비 접기도 해 본다.

그리고는 “잡은 곤충은 관찰 후 다시 자연으로”라고 구호처럼 외치기도 한다.

여름이면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와 만나고 싶다.

나뭇잎으로 가면 만들기, 나뭇잎 물감 찍기 등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놀이들이 준비되어 있다.

냇물에 사는 벌레나 물고기 관찰이나 돌탑 쌓기나 물수제비뜨기, 조릿대 잎 배는 올 여름 우리도 해 본 놀이들이다.

가을에는 벌레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계절이다.

잠자리도 만들어보고 귀뚜라미도 키워보는 건 우리 아이들이 가을에 하고 싶어 하는 놀이들이다.

엄마에 마음을 가장 흔든 놀이는 바로 흙 놀이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흙에서 놀았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흙은 더러운 것이라고 가르쳐왔는데 이제는 두꺼비 집도 지어보고 흙 덜어내기도 해보고 숨은 글자 맞히기도 해보고 땅 따먹기도 하며 흙에서 마음껏 놀고 싶다.

가을이면 먹을 게 많아 참 좋은 계절이었는데 올 가을엔 아이들 손을 잡고 시댁 마을 뒷산이라도 다녀와야 할 모양이다.

처음 보는 열매들과 나뭇잎으로 근사한 미술작품을 만들 생각에 한 것 들떠 있는 아이에게 진정한 놀이에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다.

겨울이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분명 있음에도 겨울에 놀러나가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아이들을 집안에만 잡아두었는데 올 겨울은 우리가 보낸 어린 시절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 만나러 가기, 큰 엄마네 가서 순천만 철새 관찰하러가기는 아이가 적어 넣은 마지막 놀이들이다.

사는 게 너무 바쁜 어른들은 자연 속에서 놀던 방법을 잊어버렸고 그런 어른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또한 가까이에 있는 자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와 해보고 싶은 놀이들을 적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살아났다.

다행이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이 떠올라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와 해보고 싶은 놀이가 너무너무 많았다.

책으로만 보던 벌레나 나무가 아닌 직접 보고 만지는 벌레나 나무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책 속에만 존재하는 놀이가 아닌 살아있는 놀이가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노력이 꼭 필요함을 느끼기에 어깨 또한 무거워진다.

쉽고 가까이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해보다보면 우리 아이들도 자연이 찾아가는 것이 아닌 항상 우리 곁에 있은 것임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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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치 사전 아름다운 가치 사전 1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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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말문이 트이면서 시작되는 질문은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지목하며  “이게 뭐야?”라는 말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자연 현상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지만 대부분은 책과 인터넷을 찾아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동생이 생기고 말썽이라는 걸 부리는 나이가 되면서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질문들로 엄마를 난감하게 한다.

“어른을 만나면 공손하게 인사를 해야지. 그게 예의바른 어린이지.”

“동생이 자는 데 떠들면 안 돼지.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고운 마음이지.”

그런 말들을 듣는 순간 아이는 바로 “예의가 뭐예요? 배려는 요?”라고 묻는 다.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단어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면 그때는 국어사전도 소용이 없어진다.

사전에 있는 말들을 그대로 읊어주다 보면 아이가 어려워하고 그렇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기 또한 쉽지 않다.

아이가 배려가 뭐냐고 물었을 때 ‘여러모로 자상하게 마음을 씀. 염려해 줌’이라는 사전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준다면 아이는 다시 “자상과 염려”가 궁금해 질 것이다.

끝없는 말썽과 함께 비례해지는 질문에 처음에는 성의껏 대답하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그리고는 더 크면 모든 일에 신중하고 겸손하고 바른 양심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될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제대로 된 답을 알려주지 못한 마음의 짐을 덜어버린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하는 말들을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항상 염두       해두길 바라지만 구체적인 예가 없이 알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가치 사전>은  단비 같은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꼭 마음에 새겨두고 지켜야할 아름다운 가치 모음집이라고나 할까?

제목 속에 사전이라는 다소 딱딱한 단어가 들어있지만 읽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웃음이 배어 나오게 된다.

24가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밀조밀 들어있는 책은 처음 감사하는 마음부터 시작한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을 받고 사는 우리지만 공기처럼 우리 곁에 항상 존재했던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아가는 데 엄마, 아빠, 선생님, 형, 친구, 의사 선생님들 모두에게 하는 감사의 마음이 들어 있다.

다음으로 ‘겸손과 공평’이 등장한다.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관용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옛말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정답임을 알면서도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의를 둘러보지 않고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인 ‘마음 나누기’는 가까이 있는 이웃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대서부터 시작되는 말이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 기본이 되는 믿음과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배려 또한 꼭 지켜야할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키울 수 있는 보람과 사랑, 성실, 신중도 가치 있는 단어들이다.

앞으로 할 일을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미리 정해 두는 약속과 마음의 목소리 양심과 상대를 존중하는 예의도 꼭 필요하다.

만용이 아닌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쓰는 용기와 세상을 매끄럽게 만드는 유머 이해심 인내도 가슴에 새겨야 할 말들이다.

자신에 대한 능력이나 가치를 너무 지나치게 높게 매겨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자만이 아닌 진정한 자신감정직과 다른 이를 존중하는 마음은 자기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을 만들 것이고 다른 이를 대할 때 항상 친절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아름다운 말들은 행복으로 끝맺은 다.

사실 아름다운 가치의 말들은 하나하나 떨어져서 빛을 내는 단어들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살아 연결된 단어들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은 덤으로 친절과 이해심과 예의가 따라 올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는 매사에 겸손할 것이고 사랑과 행복이 충만할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과는 먼 작고 잊어버리기 쉬운 가장 소중한 단어들과 만나며 인생이란 게 꼭 크고 대단한 것에 대한 기대만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에게  보고 배운 데가 없어 예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예의도 배려도 배우지 못한 게  아이들 만에 탓이 아닌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 되지 못한 스스로의 잘못은 덮어둔 채로 아이들만 탓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미덕은 하루아침에  학습으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지금의 어른들도 어린 시절 반복되는 경험과 가르침을 통해 예의를 배우고 성실과 신중함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의 어른은 과연 진정한 어른 몫을 하고 있나 반성해 본다.

엄마들과 대화 중 자신의 아이가 남을 배려하고 다른 이를 존중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용기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손해 본 듯해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이 험한 세상 내 것만을 그러쥐고 사는 사람으로 살게 될지, 아니면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으로 살지는 아이에 선택에 달린 삶이지만 훗날 내 아이가 이 아름다운 가치 24가지를 떠올리며 자기 자신이 원하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가까이 가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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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0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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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7
한스 페터 리히터 지음,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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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복잡한 세계사를 어렵고 재미없어하던 덕분에 독일이 왜 유대인을 박해했는지  자세한 이유를 모른다.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 행해졌던 일들의 끔찍함만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내가 아는 유대인은  ‘쉰들러 리스트’ 영화 속 수용소에서 학대받던 사람들과  막대한 자금력과 우수한 두뇌로 세계 곳곳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뿐이다.

물론 [탈무드]는 정확한 뜻도 모르고 읽었고  거기에 수없이 등장하던  랍비도 대충 지레짐작하며 읽었다.

어떤 책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모르고 읽는 것과 제대로 알고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이 책을 반쯤 읽다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도대체 왜 나치는 이웃이었고 함께  독일인으로 살던 유대인에게 가혹한 일들을 하고도 일말에 죄책감도 없었는지 궁금해서였다.

여러 개의 글을 읽다가 나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알 수없는 의문들이 더 쌓여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지난 역사를 풀어 헤치며 읽는 책이 아닌 ‘나’로 대변되는 독일인 소년과 그의 친구인 유대인 소년 ‘프리드리히’만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왜 그랬을 까하는 의구심이 빠진 이야기는 두 소년의 우정과 어른들의 선택에 어떤 반대의 소리도 낼 수 없었던 독일인 소년의 아픔이 더 절절히 전해져 왔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는 단지 아래위층에 살던 이웃에 지나지 않았던 슈나이더가족과 우리 가족은 나와 프리드리히가 태어나면서 가깝고 다정한 이웃사촌이 됐다.

나의 아버지는 당시 직장이 없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프리드리히 아버지는 우체국 공무원으로 평안한 생활을 했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우리는 서로를 존중했고 둘의 입학식이 끝나고는 놀이 공원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와 함께 갔던 독일 민족단 모임에서는 굴욕을 당하기도하고 나와 함께  공놀이를 하다가는 도둑으로 몰리기도 하고 나와 함께 간 수영장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단지 내 친구 프리드리히가 유대인인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곤 했다.

슈나이더씨는 우체국에서 해고되고 집주인은 프리드리히네 가족을 쫓아내려고 한다.

프리드리히는 유대인 학교로 전학을 가야만했다.

안 좋은 상황은 계속되고 살벌한 나치 신봉자들에 의해 프리드리히의 집은 쑥대밭이 되고 그 충격으로 프리드리히의 엄마는 숨을 거두고 만다.

프리드리히는 다른 직장을 가질 수없던 아버지를 도와 낡은 램프를 수리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유대인 랍비를 숨겨준 죄로 아버지마저 잡혀가고 프리드리히는 무서운 세계2차대전 속에서 고아로 남게 된다.

숨어 지내던 프리드리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있던 사진을 가지러 오고 마침 사이렌이 울리고 프리드리히만을 집에 남겨두고 모두 대피소로 가게 된다.

공습이 시작되고  프리드리히는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대피소 문을 두드리지만 집주인 레쉬의 제지로 들어 올수 없게 된다.

공습이 끝난 후 집주인 레쉬는 기절해 있는 프리드리히를 걷어차고 프리드리히는 슬프고도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나하는 생각에 공포가 밀려 왔다.

집 주인 레쉬에게 있어 프리드리히의 죽음은 집 정원의 조각상의 파손보다 못한 죽음이었으니 독일인에게 있어 유대인이 어떤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때는 가족 같은 이웃이었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들의 광기로 어느 순간 등을 돌려야만 하는 현실이 무서웠다.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독일인 소년이 가해자인 동시에 평생 슬픔을 안고 괴롭게 살아가야 할 피해자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독일인들이 유대인에게 행했던 악행과 일제가 우리에게 행했던 악행을 비교하곤 한다.

그 당시 많은 유대인들의 희생과 우리 민족의 치욕의 36년의 세월 중 누가 더 고단하고 아팠는가보다는 가해자로서 누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했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독일은 전쟁이 끝나고 전범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렸고 지금도 꾸준히 암울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본은 아직까지도 반성은커녕 전범들을 영웅시하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기에 바쁘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개인에 일이 아닌 국가의 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피해자의 입이 아닌 가해자인 독일인의 눈에 비친 슬픈 유대인이야기를 읽으며 반성이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와 인종문제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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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푸른도서관 10
손연자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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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본으로부터의 굴욕적인 삶에서 벗어나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특별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증오하지도 않는 나라 일본이지만 독도영유권 분쟁과 역사 왜곡 이야기가 나오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일본 정치가들의 망언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또 다른 나라에는 져도 용서가 되지만 일본과 하는 축구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꼭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앉아 듣던 이야기 속의 일본사람들은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고 무서운 놈들이었다.

‘그놈들이 나중에는 숟가락 젓가락은 물론이고 마당에 묶어 둔 개까지 공출해 가던 놈들’이라는 말로 끝을 맺곤 하시던 이야기가 내 핏줄 어딘가를 타고 흐르다 결정적 순간이면 나타나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는 고약한 나라가 돼버린 듯하다.

오래된 이야기, 이제는 잊고 싶은 굴욕적인 역사,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수 없는 과거라는 말로 덮어둘 수만은 없는 사실들이 더 가슴 아프게 한다.

작가는 9편의 단편을 통해 우리에게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슬픈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꽃잎으로 쓴 편지]는 일제가 내선일체라는 미명 아래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그 시대를 살던 승우는 소학교교실에서 행해졌던 잔인한 놀이 때문에 여린 손에 피멍이 들다.

하지만  아무리 모진 겨울일지라도 뿌리만 얼어 죽지 않으면 반드시 잎이 돋고 꽃이 피운다는 진리처럼 우리의 소중한 글을 잊지 않기 위해 엄마와 꽃글을 쓴다.

[방구 아저씨]는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착하디착한 목수 방구 아저씨는 고생만하다 죽은 아내에게 처음으로 준 선물인 괴목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다가 일본 순사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조선인의 죽음 앞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며 힘없는 백성들의 서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꽃을 먹는 아이들]은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으로 ‘조선인들이 작당하여 습격 한다’ 거나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타고 다닌다’는 괴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일본인들이 구성한 자경단에 의해 학살당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작의 아들]는 친일파 귀족의 아들인 가즈오는 자신의 앞에서는 친절하던 일본인친구들이 뒤에서는 조센징이라고 업신여긴다는 사실과 자신을 때리는 일본 아주머니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잠들어라 새야]는 열두살 은옥이가 여자 근로 정신대에 끌려가 공장을 거쳐 일본군인들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농락당하는 슬픈 이야기가 그려진다.

평소 군대 위안부 할머니들이 내는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던 내가 한 연예인의 상업적 누드 사건은 그저 흥미진진한 연예뉴스로만 읽었던 기억에 새삼스럽게 부러워졌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서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윤동주시인이 투옥되어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며 일본인의 생체실험대상이 되어 죽어가는 이야기가 시와 함께 담담하게 그려진다.

[긴 하루]는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해방이 되고 악명 높은 데라우치 선생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들 수 없어 순이는 선생을 숨겨주게 된다. 선생은 순이에게 용서를 빌지만 그것은 진정한 반성이 아닌 단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흙으로 빚은 고향]은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사치코가 할머니의 병간호를 하며 한국인 김행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여겨야 만이 남들도 귀한 대접을 해준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쉽고도 어려운 해답을 알려준다.

[마사코의 질문]은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투하된 히로시마의 평화 기념공원을 간 일본인 소녀가 스스로 피해자라고 강조하는 할머니와의 대화 속에 일본인 스스로의 죄를 묻고 있다.


일제의 만행들이 삼일절과 광복절 특별 방송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옛이야기가 돼버린 지 오래다.

많은 사람들이 자랑스럽지도 않은 슬픈 시대의 이야기는 덮어두자고 한다.

국민이 원하는 일제 청산은  친일파를 다 까발리고 그 자손들을 벌주자는 게 아닐 것이다.

조상들이 행했던 일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했던 행동일 수도 있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발 벗고 일제에 협조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던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관심도 이목도 끌지 못하지만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일이면 벌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 가득한 10여년의 세월을  바라보며 그분들이 바라는 게 금전적 보상이 아닌 진정한 뉘우침과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역사는 흘러가버린 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제대로 잘 닦아 제대로 잘 보아야 한다.

“그래도.........좋은 세상은.........꼭 온다. 봐라, 밖은 지금.........캄캄한 밤이다. 허지만...........한잠 자고 나면 .........아침이 와 있지 않던?”하고 말하던 방구 아저씨처럼 환한 아침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을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눈에 아른거렸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보물창고)>을 읽기 전 미국이 터트린 원자폭탄은 죄지은 일본에게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 피해의 잔혹함을 알기에 미국의 행동을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가해자에서 가여운 피해자의 모습만을 하고 있는 일본인은 용서할 수가 없다.

36년 동안 우리 민족을 착취하고 괴롭히던 자신들의 잘못은 잊고 해방이 되어 일본으로 건너가며 겪었던 2달간의 고통을 더 크게 생각하는 야마모토 선생이 대부분의 일본인의 모습일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일제 강점기의 서러운 세월을 보내셨던 분들이 점점 이 땅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당신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그 세월을 이야기해 주실 분들이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우리는 정리할 것 깨끗하게 정리해 우리가 어려워 못 푸는 문제를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남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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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리 2005-08-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구아저씨란...저 이야기를 국어책에서 읽고 굉장히 속상했던..것같은데.
여기 이 책에 수록되어있었군요..~~^^
 
꼬마마녀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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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프로이슬러 씨 당신은 왜 계속해서

동화책만 쓰십니까?“

그러면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곤 합니다.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내가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쓰듯이

내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길 바랍니다.


작가 프로이슬러의 말처럼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왕도둑 호첸플로츠’에서 이미 그의 진가는 알아 봤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동화책을 쓴다는 작가의 동화는 역시 재미있다.

작가는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날 옛날 아주 깊은 숲 속 외딴집에 마녀가 살았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할머니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마녀의 세계에서는 꼬마마녀로 불리는 마녀는 127살이지만 아직도 6시간씩 꼬박꼬박 요술 공부를 해야 하고 일년에 단 한 번 있는 마녀들의 잔치에 갈 수도 없다.

요술 부리기는 실수투성이지만 꼭 마녀의 축제에는 참석하고 싶었던 꼬마마녀는 규칙을 깨고 몰래 잔치에 끼어들게 된다.

하지만 고모마녀에게 들키게 되고 여왕마녀 앞에 잡혀간 꼬마마녀는 내년 잔치 전날 ‘좋은 마녀 시험’에 통과해야지만 잔치에 참가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게 된다.

빗자루를 빼앗긴 마녀는 사흘 낮밤을 걸어 집에 도착한다.

꼬마마녀는 새로 빗자루도 장만하고 (그런데 마녀의 빗자루는 본래 특별한 요술 빗자루가 아니라 가게에서 사서 길들이는 거란다.)요술도 하루 7시간의 맹연습을 한다.

착한 마녀가 되기 위해 꼬마마녀는 나뭇가지를 줍기 위해 산에 들어 온 아주머니들을 위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주기도 하고 못된 산지기를 혼내주기도 한다.

시장에서 종이꽃을 파는 소녀에게는 종이꽃에서 향기가 나는 요술을 부려 장사가 잘 되게도 해준다.

말을 괴롭히는 마부에게는 똑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추위에 떨고 있는 군밤 장수에게는 따듯함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마녀라는 것을 망각하고는 추위에 덜덜 떨기도 한다.

또 가족은 돌보지 않고 볼링도박에 빠진 목수에게는 무시무시한 마술을 걸어 결국엔 가정으로 돌아가게 한다.

드디어 여왕마녀와 약속한 날이 오고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장에 선 꼬마마녀는 요술시험엔 통과하지만 고모마녀의 고자질로  벌을 받게 된다.

마녀 세계에서 착한 마녀란 사람들에게 항상 나쁜 요술을 부려야하는 데 마녀의 기준으로 꼬마마녀는 마녀 중에서 가장 나쁜 마녀로 일년을 보낸 것이다.

여왕마녀는 꼬마마녀에게 잔칫날 밤 사용할 모닥불을 준비하라는 벌을 내린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했던 가?

아마도 지금 마녀를 만날 수 없는 건 꼬마마녀가 일으킨 그날 밤 그 사건 때문인 것 같다.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꼬마마녀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꼬마마녀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을 텐데 그 규칙이 옳든 그르든 단지 오랜 시간동안 내려오던 전통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규칙을 고수하고 꼬마마녀를 벌주는 마녀들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어름이 모습이었다.

꼬마마녀도 127년 동안 마녀로 살아온 진짜 마녀가 분명한데 어른 마녀들은 오래 살았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꼬마마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도 않고 무작정 벌주고 구박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뜨끔했다.
이 동화는 1957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 진 동화를 내 아이 덕분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좀더 빨리 이 동화를 만났더라면 나는 좀더 행복하고 좀더 많은 꿈을 꾸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세대가 변해도  즐거움이 여전한 생명이 긴 동화를 읽으며 정말 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진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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