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생태놀이 (양장) 사계절 생태놀이
붉나무 글.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방학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2학년 우리 아이의 생활은 이렇다.

오전에는 컴퓨터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피아노 학원에 다녀온다.

특별한 방학 숙제가 없는 아이는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 만화보기와 잠깐씩 하는 책 읽기가 하루 일과의 전부다.

아빠가 쉬는 휴일에야 잠깐씩 외출을 하지만 그것도 더위 탓에 시원한 실내를 주로 찾는 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의 신발은 언제나 깨끗하다.

학교 운동장이 아니면 일년 내내 흙 밟을 일이 없는 아이들은 흙을 만지는 것도 흙이 묻는 것도 싫어한다.

거기다 요즘은 시골 할머니 댁도 마을 고샅길부터 시작해 마당까지 포장이 되어 있어 흙 밟기가 쉽지 않다.

흙에서 노는 것을 잊고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같이 놀까라고 물으면 차를 타고 나가 맛있는 걸 먹거나 함께 게임을 하는 걸 먼저 떠올릴 것이다.

어른들이 선심 쓰듯 특별하게 주는 선물 같은 놀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없이 들판에 나가도 거기가 놀이터고 장난감가게라는 걸 모르고 살아가게 한다.

같은 책 한권을 읽으며 아이는 새로운 놀이방법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어른인 나는 아련한 옛 기억에 빠져 들었다.

생태체험을 하려면 신청접수를 하고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벼르고 별러서 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어른들과 집 주위의 풀밭, 나무들도 좋은 놀이의 소재가 됨을 모르고 사는 어린이에게 <사계절 생태놀이>를 권해 본다.

재미있는 놀이와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며 자연에서 뒹굴고 자연과 함께 자라는 ‘붉나무’의 아이들이 바로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감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놀이 모음집만도 아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꺼내 놀이연구와 자연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책에서 뭔가를 배웠으면 하는 어른의 욕심도 충족시켜 준다.

처음 무작정 책을 읽던 우리는 함께 해보고 싶은 놀이 적어 보기 시작했다.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봄날하면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캐던 봄나물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런 봄나물 캐기와 요리 방법까지 나와 있어 쌉쌀하기도 하고 향긋하기도 한 봄나물이 슈퍼가 아닌 들에서 캘 수 있다는 것에 아이는 신기해하고 소개된 들꽃으로 꽃밭 만들기를 해보고 싶어 한다.

그냥 지나쳤던 길가의 풀들도 다 제 몫의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다는 진리와 함께 생명의 소중함까지 느꼈다면 너무 거창한가?

아이들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건 곤충잡기였다.

거미줄로 만든 잠자리채를 가지고 집 주위를 달렸던 엄마의 추억에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여러 가지 재료로 곤충 만들기를 시도해보고  나비 접기도 해 본다.

그리고는 “잡은 곤충은 관찰 후 다시 자연으로”라고 구호처럼 외치기도 한다.

여름이면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와 만나고 싶다.

나뭇잎으로 가면 만들기, 나뭇잎 물감 찍기 등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놀이들이 준비되어 있다.

냇물에 사는 벌레나 물고기 관찰이나 돌탑 쌓기나 물수제비뜨기, 조릿대 잎 배는 올 여름 우리도 해 본 놀이들이다.

가을에는 벌레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계절이다.

잠자리도 만들어보고 귀뚜라미도 키워보는 건 우리 아이들이 가을에 하고 싶어 하는 놀이들이다.

엄마에 마음을 가장 흔든 놀이는 바로 흙 놀이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흙에서 놀았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흙은 더러운 것이라고 가르쳐왔는데 이제는 두꺼비 집도 지어보고 흙 덜어내기도 해보고 숨은 글자 맞히기도 해보고 땅 따먹기도 하며 흙에서 마음껏 놀고 싶다.

가을이면 먹을 게 많아 참 좋은 계절이었는데 올 가을엔 아이들 손을 잡고 시댁 마을 뒷산이라도 다녀와야 할 모양이다.

처음 보는 열매들과 나뭇잎으로 근사한 미술작품을 만들 생각에 한 것 들떠 있는 아이에게 진정한 놀이에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다.

겨울이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분명 있음에도 겨울에 놀러나가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아이들을 집안에만 잡아두었는데 올 겨울은 우리가 보낸 어린 시절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 만나러 가기, 큰 엄마네 가서 순천만 철새 관찰하러가기는 아이가 적어 넣은 마지막 놀이들이다.

사는 게 너무 바쁜 어른들은 자연 속에서 놀던 방법을 잊어버렸고 그런 어른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또한 가까이에 있는 자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와 해보고 싶은 놀이들을 적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살아났다.

다행이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이 떠올라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와 해보고 싶은 놀이가 너무너무 많았다.

책으로만 보던 벌레나 나무가 아닌 직접 보고 만지는 벌레나 나무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책 속에만 존재하는 놀이가 아닌 살아있는 놀이가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노력이 꼭 필요함을 느끼기에 어깨 또한 무거워진다.

쉽고 가까이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해보다보면 우리 아이들도 자연이 찾아가는 것이 아닌 항상 우리 곁에 있은 것임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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