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치 사전 아름다운 가치 사전 1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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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말문이 트이면서 시작되는 질문은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지목하며  “이게 뭐야?”라는 말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자연 현상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지만 대부분은 책과 인터넷을 찾아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동생이 생기고 말썽이라는 걸 부리는 나이가 되면서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질문들로 엄마를 난감하게 한다.

“어른을 만나면 공손하게 인사를 해야지. 그게 예의바른 어린이지.”

“동생이 자는 데 떠들면 안 돼지.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고운 마음이지.”

그런 말들을 듣는 순간 아이는 바로 “예의가 뭐예요? 배려는 요?”라고 묻는 다.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단어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면 그때는 국어사전도 소용이 없어진다.

사전에 있는 말들을 그대로 읊어주다 보면 아이가 어려워하고 그렇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기 또한 쉽지 않다.

아이가 배려가 뭐냐고 물었을 때 ‘여러모로 자상하게 마음을 씀. 염려해 줌’이라는 사전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준다면 아이는 다시 “자상과 염려”가 궁금해 질 것이다.

끝없는 말썽과 함께 비례해지는 질문에 처음에는 성의껏 대답하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그리고는 더 크면 모든 일에 신중하고 겸손하고 바른 양심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될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제대로 된 답을 알려주지 못한 마음의 짐을 덜어버린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하는 말들을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항상 염두       해두길 바라지만 구체적인 예가 없이 알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가치 사전>은  단비 같은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꼭 마음에 새겨두고 지켜야할 아름다운 가치 모음집이라고나 할까?

제목 속에 사전이라는 다소 딱딱한 단어가 들어있지만 읽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웃음이 배어 나오게 된다.

24가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밀조밀 들어있는 책은 처음 감사하는 마음부터 시작한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을 받고 사는 우리지만 공기처럼 우리 곁에 항상 존재했던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아가는 데 엄마, 아빠, 선생님, 형, 친구, 의사 선생님들 모두에게 하는 감사의 마음이 들어 있다.

다음으로 ‘겸손과 공평’이 등장한다.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관용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옛말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정답임을 알면서도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의를 둘러보지 않고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인 ‘마음 나누기’는 가까이 있는 이웃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대서부터 시작되는 말이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 기본이 되는 믿음과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배려 또한 꼭 지켜야할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키울 수 있는 보람과 사랑, 성실, 신중도 가치 있는 단어들이다.

앞으로 할 일을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미리 정해 두는 약속과 마음의 목소리 양심과 상대를 존중하는 예의도 꼭 필요하다.

만용이 아닌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쓰는 용기와 세상을 매끄럽게 만드는 유머 이해심 인내도 가슴에 새겨야 할 말들이다.

자신에 대한 능력이나 가치를 너무 지나치게 높게 매겨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자만이 아닌 진정한 자신감정직과 다른 이를 존중하는 마음은 자기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을 만들 것이고 다른 이를 대할 때 항상 친절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아름다운 말들은 행복으로 끝맺은 다.

사실 아름다운 가치의 말들은 하나하나 떨어져서 빛을 내는 단어들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살아 연결된 단어들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은 덤으로 친절과 이해심과 예의가 따라 올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는 매사에 겸손할 것이고 사랑과 행복이 충만할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과는 먼 작고 잊어버리기 쉬운 가장 소중한 단어들과 만나며 인생이란 게 꼭 크고 대단한 것에 대한 기대만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에게  보고 배운 데가 없어 예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예의도 배려도 배우지 못한 게  아이들 만에 탓이 아닌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 되지 못한 스스로의 잘못은 덮어둔 채로 아이들만 탓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미덕은 하루아침에  학습으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지금의 어른들도 어린 시절 반복되는 경험과 가르침을 통해 예의를 배우고 성실과 신중함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의 어른은 과연 진정한 어른 몫을 하고 있나 반성해 본다.

엄마들과 대화 중 자신의 아이가 남을 배려하고 다른 이를 존중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용기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손해 본 듯해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이 험한 세상 내 것만을 그러쥐고 사는 사람으로 살게 될지, 아니면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으로 살지는 아이에 선택에 달린 삶이지만 훗날 내 아이가 이 아름다운 가치 24가지를 떠올리며 자기 자신이 원하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가까이 가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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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0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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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