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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마녀 ㅣ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평점 :
여러 번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프로이슬러 씨 당신은 왜 계속해서
동화책만 쓰십니까?“
그러면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곤 합니다.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내가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쓰듯이
내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길 바랍니다.
작가 프로이슬러의 말처럼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왕도둑 호첸플로츠’에서 이미 그의 진가는 알아 봤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동화책을 쓴다는 작가의 동화는 역시 재미있다.
작가는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날 옛날 아주 깊은 숲 속 외딴집에 마녀가 살았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할머니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마녀의 세계에서는 꼬마마녀로 불리는 마녀는 127살이지만 아직도 6시간씩 꼬박꼬박 요술 공부를 해야 하고 일년에 단 한 번 있는 마녀들의 잔치에 갈 수도 없다.
요술 부리기는 실수투성이지만 꼭 마녀의 축제에는 참석하고 싶었던 꼬마마녀는 규칙을 깨고 몰래 잔치에 끼어들게 된다.
하지만 고모마녀에게 들키게 되고 여왕마녀 앞에 잡혀간 꼬마마녀는 내년 잔치 전날 ‘좋은 마녀 시험’에 통과해야지만 잔치에 참가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게 된다.
빗자루를 빼앗긴 마녀는 사흘 낮밤을 걸어 집에 도착한다.
꼬마마녀는 새로 빗자루도 장만하고 (그런데 마녀의 빗자루는 본래 특별한 요술 빗자루가 아니라 가게에서 사서 길들이는 거란다.)요술도 하루 7시간의 맹연습을 한다.
착한 마녀가 되기 위해 꼬마마녀는 나뭇가지를 줍기 위해 산에 들어 온 아주머니들을 위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주기도 하고 못된 산지기를 혼내주기도 한다.
시장에서 종이꽃을 파는 소녀에게는 종이꽃에서 향기가 나는 요술을 부려 장사가 잘 되게도 해준다.
말을 괴롭히는 마부에게는 똑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추위에 떨고 있는 군밤 장수에게는 따듯함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마녀라는 것을 망각하고는 추위에 덜덜 떨기도 한다.
또 가족은 돌보지 않고 볼링도박에 빠진 목수에게는 무시무시한 마술을 걸어 결국엔 가정으로 돌아가게 한다.
드디어 여왕마녀와 약속한 날이 오고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장에 선 꼬마마녀는 요술시험엔 통과하지만 고모마녀의 고자질로 벌을 받게 된다.
마녀 세계에서 착한 마녀란 사람들에게 항상 나쁜 요술을 부려야하는 데 마녀의 기준으로 꼬마마녀는 마녀 중에서 가장 나쁜 마녀로 일년을 보낸 것이다.
여왕마녀는 꼬마마녀에게 잔칫날 밤 사용할 모닥불을 준비하라는 벌을 내린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했던 가?
아마도 지금 마녀를 만날 수 없는 건 꼬마마녀가 일으킨 그날 밤 그 사건 때문인 것 같다.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꼬마마녀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꼬마마녀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을 텐데 그 규칙이 옳든 그르든 단지 오랜 시간동안 내려오던 전통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규칙을 고수하고 꼬마마녀를 벌주는 마녀들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어름이 모습이었다.
꼬마마녀도 127년 동안 마녀로 살아온 진짜 마녀가 분명한데 어른 마녀들은 오래 살았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꼬마마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도 않고 무작정 벌주고 구박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뜨끔했다.
이 동화는 1957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 진 동화를 내 아이 덕분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좀더 빨리 이 동화를 만났더라면 나는 좀더 행복하고 좀더 많은 꿈을 꾸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세대가 변해도 즐거움이 여전한 생명이 긴 동화를 읽으며 정말 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진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