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는 비채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솔직히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가 아니라면 읽지 않고 지나쳤을 확률이 높은 책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근미래의 미국이 배경인 소설은 보낸 사람의 주소도 없이 ‘버드’라는 이름만 적혀 있는 편지가 다른 모든 편지처럼 사전 검열을 거쳐 ‘버드’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버드’가 태어나기 전 미국은 경제적 위기가 닥쳐오자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삭감하지만 물가는 가파르기 오르기 시작한다.당국은 ‘위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를 ‘중국’으로 지목하며 미국 전통문화 보전법인 ‘PACT’를 시행하기 시작한다.비미국적인 가치와 행동을 조장하는 활동의 불법화, 우리 사회에 가해지는 잠재적 위협에 대한 모든 시민의 신고 의무…해로운 견해를 옹호하는 환경에서 어린이 보호 (p36)언어학 교수인 아버지와 시인인 아시아계 엄마를 둔 ‘버드‘는 PACT’가 시행되고 있지만 별 탈 없이 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다.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쓴 시가 엄마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 PACT 구호로 쓰이게 되자 정부는 엄마를 반역에 연루되었다고 몰아간다.소설은 엄마가 사라지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버드‘에게 보내는 사람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과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였던 ’마거릿‘이 쓴 시가 반 PACT 구호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역자 되자 버드를 지키기 위해 집을 떠난 엄마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국가의 위기가 닥쳐오자 위정자들은 위기의 모든 원인을 중국으로 지목하며 이민자들의 자유를 구속하며 아시아계 시민들에게 터러를 가하기도 한다.거기다 PACT를 따르지 않는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논리를 들어 원가정의 부모에게서 아이를 분리해 재배치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미국적이지 않은 것을 배척하는 사회는 미국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분리해 차별하고 미국적이지않은 책은 검열을 통해 파기하기에 이른다.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내세워 개개인의 개성을 몰살하고 급기야 평범한 가정의 행복마저 빼앗고 만다.소설은 근미래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머지않아 진짜 벌어질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점점 심해지는 타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 공포스럽기도 하고 우리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소설의 결말만큼 알 수 없는 게 우리가 맞이할 미래라 읽는 내내 무섭고도 두려웠지만 많은 독자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다.
<유월서가의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베테랑 예능 작가의 에세이는 재미있습니다.줄거리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소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 까닭에 어떻게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할지 한참을 고민합니다.3부로 나눠 전해지는 에피소드 부자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는 울고 웃는 삶 속에서 인생의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8년째 같은 사람을 찾는 잘못 걸려온 전화의 숨겨진 사연과 그 뒷 이야기는 바쁜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게 마음이 뜨거워집니다.아주 개인적이라 남 앞에서 쉽게 꺼낼 수 없는 이혼을 대하는 작가의 마인드도 훌륭하고 훌훌 떠난 일본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멋져 보입니다.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는 마음을 터놓는 친구 부부가 가까이에 있어 힘이 되어 주는 것도 행복해 보이고 부럽기도 합니다.뭐니 뭐니 해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사는 작가의 삶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가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 삶은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오늘 벌어진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작가님의 글은 오늘의 불행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고 용기를 줍니다.유머는 힘이 강하다는 진리와 함께 “이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빨간콩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언제나 심심한 도깨비 심심이는 같이 놀 친구도, 재미있는 놀이도 없어 언제나 심심했어요.하도하도 심심해 마을로 내려가 보기로 한 심심이는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를 넘고 넘어 마을에 다다랐어요.심심이는 이 집 저 집 쿵쾅거리고 돌아다니며 꽥 소리도 질렀습니다.심심이가 아무리 무서운 도깨비가 아니라 심심한 도깨비라고 말해도 마을 사람들은 허둥지둥 달아나기만 합니다.사람들이 모두 도망가 버리자 할 수 없이 심심이는 동물들을 줄줄이 매달고 노래를 부르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어요.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건 곶감이라는 데 깊디깊은 산속에 사는 도깨비 심심이가 무서워하는 것은 ‘꼬꼬댁 꼬꼬‘입니다.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고 마을에 있는 동물들도 모두 줄줄이 매달아 끌고 가던 심심이가 왜 꼬꼬댁 꼬꼬를 무서워하게 됐을까요?한병호 작가의 도깨비를 처음 만난 건 20년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시 만난 도깨비는 변함없이 즐거움을 줍니다.벨벳코팅된 새까만 표지에 그려진 선명하고 커다란 도깨비 그림의 감촉이 좋아 자꾸만 만져보게 됩니다.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속 도깨비는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장난꾸러기라 껌껌한 밤 숲길을 지나는 사람과 밤새 씨름을 하기도 합니다.메밀묵을 좋아하고 도깨비방망이로는 무엇이든 나오게 하고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욕심쟁이에게는 벌을 주기도 하지요.심심이도 할머니 이야기 속 도깨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해를 입히기 위해 마을에 내려온 게 아니라 그저 심심해서 내려온 것뿐인데 사람들은 도깨비를 피해 도망가고 도깨비가 외치는 말은 통 들으려 하지 않은 탓에 소란이 일어났지요.도깨비가 낮에는 절대로 마을에 내려오지 않고 닭이 울면 사라지는 까닭을 심심이를 통해 알려 줍니다.옛이야기와 어울리는 수묵으로 그린 도깨비 그림은 왠지 억울해 보이는 도깨비 심심이와 잘 어울려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커다란 판형의 벨벳코팅의 표지, 고급스럽고 선명한 그림, 재미난 이야기와 수묵화 특유의 농담과 여백까지 지금까지 만난 작가님의 도깨비 책 중 단연 최고입니다.
<전래인물도>라는 소제목이 붙은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 인물들이 동화 속에서는 차마 하지 못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별주부전 속 토끼는 처음부터 용궁의 금은보화를 가져올 요량이었고별주부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도 신하 된 도리로 토끼를 찾아 나섰지요.용왕은 별주부를 가장 믿을 만한 신하로 생각하고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답니다.아버지 없이 서럽게 자라 온 팥쥐가 왜 그토록 콩쥐를 싫어했는지콩쥐는 진짜로 팥쥐와 새엄마를 미워하지 않았는지그리고 진짜 누가 콩쥐가 해야 할 일을 도와줬는지 속마음을 통해 알 수 있어요.세상에는 철저한 악인도 그렇다고 무조건 선인도 없습니다.지금까지 알고 있는 전래동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정형화된 선인과 악인으로 나눠져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결말을 맺습니다.우리는 한 번도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더군다나 그 사람이 악인이라면 진짜 악행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이유라도 들어줄 마음 따위는 없이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친숙한 이야기 속 인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진짜 속마음을 듣게 되고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됩니다.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동화 속 인물의 특징을 잘 살린 얼굴 그림과 핑계로 들리기도 하는 속마음을 읽는 즐거움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화로도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