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콩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언제나 심심한 도깨비 심심이는 같이 놀 친구도, 재미있는 놀이도 없어 언제나 심심했어요.하도하도 심심해 마을로 내려가 보기로 한 심심이는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를 넘고 넘어 마을에 다다랐어요.심심이는 이 집 저 집 쿵쾅거리고 돌아다니며 꽥 소리도 질렀습니다.심심이가 아무리 무서운 도깨비가 아니라 심심한 도깨비라고 말해도 마을 사람들은 허둥지둥 달아나기만 합니다.사람들이 모두 도망가 버리자 할 수 없이 심심이는 동물들을 줄줄이 매달고 노래를 부르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어요.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건 곶감이라는 데 깊디깊은 산속에 사는 도깨비 심심이가 무서워하는 것은 ‘꼬꼬댁 꼬꼬‘입니다.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고 마을에 있는 동물들도 모두 줄줄이 매달아 끌고 가던 심심이가 왜 꼬꼬댁 꼬꼬를 무서워하게 됐을까요?한병호 작가의 도깨비를 처음 만난 건 20년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시 만난 도깨비는 변함없이 즐거움을 줍니다.벨벳코팅된 새까만 표지에 그려진 선명하고 커다란 도깨비 그림의 감촉이 좋아 자꾸만 만져보게 됩니다.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속 도깨비는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장난꾸러기라 껌껌한 밤 숲길을 지나는 사람과 밤새 씨름을 하기도 합니다.메밀묵을 좋아하고 도깨비방망이로는 무엇이든 나오게 하고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욕심쟁이에게는 벌을 주기도 하지요.심심이도 할머니 이야기 속 도깨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해를 입히기 위해 마을에 내려온 게 아니라 그저 심심해서 내려온 것뿐인데 사람들은 도깨비를 피해 도망가고 도깨비가 외치는 말은 통 들으려 하지 않은 탓에 소란이 일어났지요.도깨비가 낮에는 절대로 마을에 내려오지 않고 닭이 울면 사라지는 까닭을 심심이를 통해 알려 줍니다.옛이야기와 어울리는 수묵으로 그린 도깨비 그림은 왠지 억울해 보이는 도깨비 심심이와 잘 어울려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커다란 판형의 벨벳코팅의 표지, 고급스럽고 선명한 그림, 재미난 이야기와 수묵화 특유의 농담과 여백까지 지금까지 만난 작가님의 도깨비 책 중 단연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