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유롭게 바다를 유영하는 해파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식탁에 오른 해파리나 여름이면 뉴스에 등장하는 악당 해파리나 아쿠아리움을 헤엄치는 해파리를 본 게 전부입니다.🪼짙은 주황색, 분홍색 때로는 보랏빛으로 밝고 투명하게 반짝이며, 항구와 해변, 깊고 깊은 바다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건 누구일까요?하늘을 나는 연처럼 커다란 친구들도 있고, 소금기 가득 머금은 바다의 거품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양증맞은 친구들도 있답니다.북극에서 열대 바다까지, 해변에서 깊은 바닷속까지 바다만 있으면 어디든 사는 이들은 누구일까요?큰 판형의 그림책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해파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설명글도 물론 유익하지만 커다란 해파리 그림을 실컷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습니다.해파리가 많아져 어업에 지장이 있다는 뉴스를 듣고 하등에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해파리가 그렇게 많아진 이유가 인간이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어업으로 해파리와 먹이 경쟁을 하는 물고기가 줄어들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항구와 방파제, 부두가 해파리 플립이 편하게 달라붙을 수 있어서 개체수가 증가한다고 하네요.“해파리책”을 통해 해파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쉬엄 쉬엄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수족관 앞에서 해파리의 유영을 보며 느꼈던 아름다움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최후에 방문하는 곳 “작별의 건너편“에서는 안내인의 안내를 받아 24시간 동안 현세로 돌아가서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단, 현세에 돌아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당신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진하고 달콤한 맥스 커피를 마시던 안내인은 1편에서 아내를 만난 후 환생할 예정이라 후임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모두 4편의 사연이 실린 소설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은 물론 젊은 청춘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달빛> 화가인 오바야시는 ‘작별의 건너편’에서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도 현세에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습니다.단지 완성하지 못한 그림과 늘 곁을 지켜주던 파밀리아가 떠오를 뿐입니다.24시간의 시간을 얻은 오바야시는 파밀리아를 만나고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옵니다.<내일로 보내는 편지>갑자기 찾아온 엄마의 죽음으로 온 가족은 실의에 빠져있던 어느 날 엄마의 유언장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통해 전해집니다.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듯한 엄마의 유언장 앞에 가족은 혼란스럽습니다.<I Love You>책을 좋아하는 남자와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입니다.닮은 것 하나없는 두 연인은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다 여자가 병으로 죽자 남겨진 남자 역시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사고로 죽게 됩니다.’작별의 건너편’으로 가게 되지만 현세에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고 연인과 약속한 동쪽 바다에서 석양을 볼 수있는 지바 남단의 노지마사키 등대를 찾아갑니다.<실>마지막 이야기에서 남자는 노지마사키 등대를 찾아가는 길에 자신에게 베풀었던 많은 친절이 우연히 아니였음을 깨닫게 됩니다.1편보다 나은 2편은 없다는 속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이야기였습니다.특히 세 번째 이야기 ‘I Love You” 속에 등장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는 가슴을 따듯하게 해줍니다.나라면 어떻게 “I Love You”를 번역할까 생각하게 합니다.표현하지않으면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습니다.맥스 커피를 즐겨마시는 새로운 안내인의 활약을 기대하며 3편을 기다리겠습니다.저도 역시 엔딩은 해피 엔딩이 좋습니다.
#절벽의밤 에 이은 ‘안 된다’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모두 4장의 연작소설은 앞의 세 개의 단편에서 일어난 사건을 마지막 4장에서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각 장의 마지막에는 이야기의 힌트가 될 수도 있고 반전이 될 수도 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면 안 된다>모모카는 1년 전 실종된 언니의 비밀 SNS계정을 발견하고 언니가 남긴 세 장의 사진으로 실종된 그날의 행적을 따라간다.그리고 언니가 소원을 빌기 위해 갔던 묘진 폭포에서 산장지기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머리없는 남자를 구해서는 안 된다>학창 시절 가족과 물놀이를 간 곳에서 아버지를 잃은 삼촌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조카인 ‘신’은 삼춘의 방에 메달린 인형을 빌려 친구를 놀릴 계획을 세우고 삼촌의 도움을 받게 된 그날 저녁, 친구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삼촌을 의심한다.<그 영상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아들을 죽이고 시신을 강에 유기했다는 아버지가 경찰에 자수한다.수사 끝에 차량 불랙 박스를 발견하고 경찰은 아들의 사체를 전혀 다른 곳에 유기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대대적인 수색을 해나간다.<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경찰은 수색 끝에 숲 속에서 오래된 여학생의 시신을 발굴하게 되고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는 그 사이 병으로 죽고 만다.남편을 따라 죽을 결심을 한 아내는 ‘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1장을 읽고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가가 해석한 부분을 먼저 읽었다.옮긴이의 염려대로 동생 모모카가 발견한 냉동고 속 시체는 당연히 실종된 언니라고 생각했다.어디서부터 잘못 읽었나 싶어 다시 찬찬히 읽고 마지막 사진의 힌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소설 속 사진을 이해하지 못해도 다음 장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나오니 굳이 머리를 싸매고 다시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진을 보며 이해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된다.4편의 이야기에는 모두 가족이 등장한다.딸의 실종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가족과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안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삼촌, 자신들이 살해한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진실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와 삼촌의 죽음이 자신의 탓 같아 실어증이 걸린 소년도 등장한다.가족의 잘못을 아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기 보다 숨기기에 급급할 것이다.만약 산장지기가 아버지가 숨긴 비밀을 안 순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삼촌이 가슴 속에 묻어 둔 죄의식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부모가 아들의 폭력에 대항했다면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수도 있을 것이다.죽음이 난무하는 소설을 읽으며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게 뭣하지만 언젠가 쓸 “안 된다”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기대된다.
2039년 4월 동갑인 내 어머니들은 동성 결혼이 제도화된 지 4년째 되던 해에 결혼했고 나는 입양되었다.어느 날 갑자기 차원에 문이 열리면서 “차원 난민”이라는 환상 동물들이 지구를 찾게 된다.“그나마 북미와 유럽 정부들은 얼마간 차원 난민을 받아들였으나, 기타 대륙에서는 차원 난민을 받아들이는 정부가 거의 없었다.”(p10)한국의 난민 수용소는 악명이 높았고 내 어머니 박세희 씨는 차원 난민 운동을 하다 경찰 진압봉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남은 김연우 어머니는 반려동물 납골당을 하며 사회운동을 이어가고 어느 날 나는 연우 엄마의 장롱에서 빛덩이들을 발견하고 “우리 집이야! 우리 집이라고!”(p23)라고 외치며 그것들을 쫓아버린다.나중에 나는 그 빛들이 갈 곳 없는 차원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랜 시간 생명을 살해했다는 죄책감과 공포 속에 살아간다.소설을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대만 바꿔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엄마가 납골당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폭력에 노출되고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살기 위해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배척하는 현실과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한 시민의 죽음까지 뉴스를 보고 있는 것 같다.먼 훗날의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입맛이 쓰다.<본 도서는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정연의 언니 정혜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상처받는 사람이다.가버린 사랑을 잊지 못하고 한여름에도 긴 패딩 점퍼를 입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에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사라지기도 한다.그래도 정연은 언니를 찾아 나서고 다시 찾은 언니는 여전한 모습으로 한국인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많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가족에게도 내치지만 아직도 첫사랑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게 정혜 언니다.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그 사랑을 축하받을 수는 없다.내가 겪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모양대로 하는 것인 사랑인데 우리는 그 사랑에 규격을 입히려 한다.정연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와 우연한 만남 후 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보다는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평안을 느끼는 정혜가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도서는 위즈덤하우스 위픽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