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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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공동 작업한 <마르틴 베크>시리즈의 두 번 째 이야기다.
스웨덴의 유명한 관광지의 예타운하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마르틴 베크가 동료는 물론 미국의 경찰과 공조해 사건을 해결한 <#로재나> 사건이 벌어지고 2년이 지난 시점이다.

경찰 임무는 2년 전과 다름없이 성실히 해나가는 마르틴은 오랜만에 가족과 휴가를 떠나지만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외딴 섬에 가족만 남겨두고 업무에 복귀한다.
헝가리로 취재차 출국한 스웨덴 기자가 실종된 사건으로 외무부까지 나서 실종된 기자를 비밀리에 찾아오라는 기밀 임무를 마르틴 베크에게 맡긴다.

소설은 60년 대의 헝가리의 풍경과 그 시대의 여행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여권을 호텔 프론트에 보관하거나 국경을 넘을 때 여권 관리의 허술함 등은 사건의 중요 해결 열쇠가 되기도 한다.
헝가리에 도착한 마르틴은 자유롭지 못한 의사 소통과 너무 적은 정보로 사건 해결보다는 여행자가 보내는 일상을 보내는 듯 하지만 작은 실마리를 놓치지 않아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헝가리에서의 마르틴 베크는 모르는 곳에 홀로 남겨진 미아와 같은 모습으로 무엇부터 조사하고 어디를 찾아갈 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기도 하지만 ‘로재나’ 사건에서 미국의 카프카 형사가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을 줬듯이 헝가리에서도 현지 경찰인 슬루커의 도움을 받게 된다.
마르틴 베크는 여느 탐정 소설이나 경찰 소설의 주인공처럼 전지전능함을 갖고 있지않은 평범해 보이는 경찰이다.
그래서 그의 활약이 더 매력적이다.

마르틴 베크는 일에서는 동료들에게는 인정받는 경찰이지만 가정에는 충실하지 못한 가장이다.
열 다섯과 열 셋인 남매를 둔 아버지지만 부부사이는 악화일로다.
어떤 아내가 오랜만에 어렵게 얻은 휴가를 팽개치고 수사를 위해 헝가리로 날아가는 남편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당신 말고 다른 경찰들이 있을 거 아냐. 어째서 만날 당신이 모든 임무를 맡아야 해?” (p74)

“경찰은 직업이 아니지요. 사명도 절대로 아닙니다. 저주입니다.“ (p195)

두 대사만으로도 경찰이라는 직업의 어려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 여름 헝가리의 풍경이 읽는 내내 그려져 더 재미났던 소설은 과한 주사는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끝을 맺는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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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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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공조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은 ‘픽션이며 실재 인물 및 단체와는 일절 관계’가 없다는 안내를 내걸고 있지만 일본범죄총람에서 발췌했다는 7건의 극악무도한 사건을 읽고 난 후에 읽는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걷는 느낌이다.
일곱 건의 살인은 피해자 숫자도 많지만 범죄 자체도 잔혹하고 불특정다수를 노린 범죄들이 많아 더 공포스럽다.

우라노 탐정 사무소의 소장 우라노 큐와 하라와타(창자)라는 별명의 조수 하라다 와타루는 기지타니에 있는 절 간노지의 화재로 청년 여섯 명이 사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발한다.
조사를 할 수록 사건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화재 사건에서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스즈무라가 사건과 관련있음이 밝혀진다.

78년 전 쓰케야마 사건으로 알려진 엽총과 일본도에 의한 주민 대학살 사건의 범인 도키오의 핏줄인 스즈무라가 소나 의식을 통해 지옥에 있던 악령들을 이 세상으로 불려 오면서 발생한 화재였다.
진실을 모두 밝힌 우라노 탐정은 악귀에 빙의된 중학생이 찌른 칼에 사망하게 되고 장례까지 치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라노 탐정이 죽기 전 모습 그대로 나타나 자신이 “80년 전에 활약했던 명탐정, 고조 린도”라고 말한다.

“현세에서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사후 지옥에 떨어진다. 하지만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염라대왕에게 뽑혀 귀신으로 일하도록 명령받기도 한다. 이것이 인귀다.” (p157)

지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인귀들이 소나 의식으로 되살아나 현세로 도망치자 염라대왕은 고조에게 인귀들을 잡아 다시 지옥에 보낼 것을 명령하고 살아난 인귀들은 죽기 전에 벌인 악행을 반복한다.
80년 전 죽은 명탐정과 조수(종자)의 활약으로 인귀들이 현세에서 일으킨 사건들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소설은 우라노이지만 우라노가 아닌 고조가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한다.
80년 동안 저승에 있다 현세에 내려온 고조의 추리는 녹슬지 않았지만 현세태에 익숙하지 않아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하라다를 조수가 아닌 ‘종자’라 부르며 오컬트 소설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머로 고약스럽고 잔인한 소설에 숨통을 트여준다.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제목에 혹에 고른 책이다.
검증된 작가의 이야기도 좋지만 참신한 젊은 작가의 이야기는 모험이 필요하지만 잘 고르면 마음에 드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오래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현재 일어난 사건을 잘 연결해 특수 설정 미스터리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게 해 준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다.

<내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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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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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번역된 우사미 마코토의 책 4권 중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실상을 읽으며 소설보다는 르포르타주를 읽는 느낌이었다.
아동 학대, 방치, 가정 내 폭력, 성폭행, 차별, 빈곤, 불임 등을 다룬 소설은 크게 세 갈래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아동 학대 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아동 상담소 직원 유이치와 아동 지원 센터의 직원인 시호가 아동 학대 사례를 관리하고 처리해 나가는 이야기와 필리핀 엄마와 얼굴도 모르는 일본인 아빠를 둔 카이와 친오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 나기사와 그들의 곁을 맴도는 하레의 이야기, 그리고 불임으로 괴로워하는 아내 이쿠미와 남편 게이고의 불임 치료 과정을 따라 가는 이야기다.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파 차라리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들이기를 바라며 읽었지만 등장인물들은 현실에서도 엄염히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누군가는 간절히 아이를 원하지만 또 어떤 부모는 태어난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임하고 학대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 자격 시험이라도 본 뒤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스포일러때문에 소설의 결말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시간의 흐름을 활용한 트릭을 잘 사용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마지막 반전도 허를 치르는 충격이다.
별 관계 없을 것 같은 세 갈래의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갈수록 하나로 모아지고 서로 구원받고 구원하는 모습에서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작가의 신작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어 좋다.
그러니 블루홀식스는 얼른 작가의 다른 이야기를 냉큼 번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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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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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의 빙하 80퍼센트가 녹아버리자 몇몇 대도시는 물에 잠겨버리고 통째로 사라진 나라도 생기고 수시로 들이닥친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다.
더군다나 빙하 깊숙한 곳에서 얼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저주병’이 창궐한다.
저주병은 얼굴에 두 개의 눈 말고도 온 몸에 눈이 생기기도 하고 입을 비롯 팔, 다리가 신체의 다른 곳에서 자라기도 한다.

저주병의 감염된 자들은 외형의 변화뿐 아니라 인간을 사냥하는 괴물로 변하게 된다.
이교가 사는 ‘타운’은 감염자들이 없는 안전한 마을로 병이 발병하면 그 대상이 누구든지 타운 밖 황야로 추방된다.
세 편의 짧은 연작 소설과 에세이가 실린 소설집은 연작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타운 안에 사람들과 황야로 추방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 편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표제작 #꿰맨눈의마을 은 입이 하나 더 생겨 타운에서 추장된 램과 태어날 때부터 등에 생긴 눈을 의사인 아버지가 꿰맨 덕분에 타운에 살고 있는 이교의 이야기다.
#히노의파이 는 어린 시절 타운 밖에서 발견돼 타운에서 자란 히노와 저주병 환자들을 황야에 두고 오는 문지기인 이교의 삼촌 백우의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 #램 은 황야에 추방된 램의 모험 이야기다.

소설 속 타운은 저주병이 발병하지 않으면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만한 곳이다.
그러나 저주병이 발병된 순간 그 누구라도 타운 밖으로 추방시킨다.
독이 든 히노의 미트 파이와 콜라 한 캔이 쥐어질 뿐 제대로 된 환송 인사도 없이 죽음의 땅에 버려진다.
소설은 2066년 6월 6일 저주병의 첫 감염자가 나온 뒤 육십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아이들은 감염자에 대한 공포를 교육받고 감염자가 발생하는 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
아들이 부모를 버리고 삼촌이 조카를 버리고 어제까지 함께 웃던 이웃을 황야에 두고 돌아온 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그들을 기억에서 지운다.
암울한 시대의 암울하기만 한 이야기는 그래도 아이들의 의해 바깥 세상의 진실이 밝혀지고 단단한 벽을 깨고 나서는 아이가 등장한다.

소설은 지금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강요하고 교육하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은게 아닌가 싶다.
눈은 두 개여야 하고 입은 하나여야 하고 팔다리는 각각 두 개일때만 온전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아닌 나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인정하는 세상은 우리의 우물 밖 황야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해 진다.
그래도 무한한 가능성의 넓은 황야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역시 조예은이다’ 싶어 만족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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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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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미 여사의 시대물이 아닌 현대물 신간 소식이 들려온다.
소설은 하이쿠를 제목으로 한 12편의 단편이라니 이런 신선한 시도는 뭔가 싶어 냉큼 읽었다.
솔직히 첫 번째 ‘산산이 지는 것은 여물고저 함이니 복사꽃’ 이야기를 읽고 뭐지 싶었다.

결혼 생활 4년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홀로 딸을 키운 엄마가 딸에게 기생하는 사위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그 사실을 딸에게 말하지만 딸은 참고 그냥 살겠단다.
아무리 하이쿠를 제목으로 한 소설이라도 딸의 대처가 너무 옛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뭔가 싶어 “작가의 말”을 찾아 읽었다.
소설집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는 글이다.
내처 ‘편집자 후기’까지 읽었다.

“두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급적이면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그다음으로 본문, 그리고 마지막에 ‘편집자 후기’를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본문은 한꺼번에 후다닥 달리지 마시고 한겨울 서리를 견디며 긴 꼬치에 매달려 있는 곶감 빼 먹듯 한 편씩 야금야금 음미하신다면 그야말로 농축에센스와 같은 하이쿠 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편집자 후기 중

아! 한 호흡으로 읽는 내 독서법으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소설집이구나 싶어 천천히 읽자 마음 먹었다.
소설은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대생 이야기, 폭력을 휘드르는 남자 친구에게 납치당해 폐병원에 갇힌 여자가 만나게 되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이야기, 겨울이 돼도 절대 시들지 않는 여주 이야기, 결혼 후에도 죽은 아들의 소꼽친구를 추모하는 기묘한 가족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실려 있다.

불륜, 데이트 폭력이나 불임, 스토킹 등 많은 이야기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 많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포함 호러, 판타지 소설 등 여러 장르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존재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도 한다.

소설은 미미 여사의 지인들이 쓴 하이쿠를 제목으로 해서 쓴 소설이다.
작가가 소설을 염두에 두고 쓴 하이쿠가 아닌 지인들이 하이쿠 모임에서 자유롭게 쓴 하이쿠로 소설을 쓴 경우다.
소설을 읽어갈 수록 보통의 내공으로는 감히 생각도 못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쿠를 잘 알면 좋겠지만 하이쿠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은 편집자의 말씀처럼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즐긴다면 나중에 나올 2, 3권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실험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이야기로 미스터리 소설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레이디 가가 시리즈>라니 이 소설과 찰떡인 시리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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