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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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미 여사의 시대물이 아닌 현대물 신간 소식이 들려온다.
소설은 하이쿠를 제목으로 한 12편의 단편이라니 이런 신선한 시도는 뭔가 싶어 냉큼 읽었다.
솔직히 첫 번째 ‘산산이 지는 것은 여물고저 함이니 복사꽃’ 이야기를 읽고 뭐지 싶었다.

결혼 생활 4년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홀로 딸을 키운 엄마가 딸에게 기생하는 사위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그 사실을 딸에게 말하지만 딸은 참고 그냥 살겠단다.
아무리 하이쿠를 제목으로 한 소설이라도 딸의 대처가 너무 옛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뭔가 싶어 “작가의 말”을 찾아 읽었다.
소설집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는 글이다.
내처 ‘편집자 후기’까지 읽었다.

“두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급적이면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그다음으로 본문, 그리고 마지막에 ‘편집자 후기’를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본문은 한꺼번에 후다닥 달리지 마시고 한겨울 서리를 견디며 긴 꼬치에 매달려 있는 곶감 빼 먹듯 한 편씩 야금야금 음미하신다면 그야말로 농축에센스와 같은 하이쿠 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편집자 후기 중

아! 한 호흡으로 읽는 내 독서법으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소설집이구나 싶어 천천히 읽자 마음 먹었다.
소설은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대생 이야기, 폭력을 휘드르는 남자 친구에게 납치당해 폐병원에 갇힌 여자가 만나게 되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이야기, 겨울이 돼도 절대 시들지 않는 여주 이야기, 결혼 후에도 죽은 아들의 소꼽친구를 추모하는 기묘한 가족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실려 있다.

불륜, 데이트 폭력이나 불임, 스토킹 등 많은 이야기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 많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포함 호러, 판타지 소설 등 여러 장르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존재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도 한다.

소설은 미미 여사의 지인들이 쓴 하이쿠를 제목으로 해서 쓴 소설이다.
작가가 소설을 염두에 두고 쓴 하이쿠가 아닌 지인들이 하이쿠 모임에서 자유롭게 쓴 하이쿠로 소설을 쓴 경우다.
소설을 읽어갈 수록 보통의 내공으로는 감히 생각도 못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쿠를 잘 알면 좋겠지만 하이쿠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은 편집자의 말씀처럼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즐긴다면 나중에 나올 2, 3권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실험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이야기로 미스터리 소설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레이디 가가 시리즈>라니 이 소설과 찰떡인 시리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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