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맨 눈의 마을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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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의 빙하 80퍼센트가 녹아버리자 몇몇 대도시는 물에 잠겨버리고 통째로 사라진 나라도 생기고 수시로 들이닥친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다.
더군다나 빙하 깊숙한 곳에서 얼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저주병’이 창궐한다.
저주병은 얼굴에 두 개의 눈 말고도 온 몸에 눈이 생기기도 하고 입을 비롯 팔, 다리가 신체의 다른 곳에서 자라기도 한다.

저주병의 감염된 자들은 외형의 변화뿐 아니라 인간을 사냥하는 괴물로 변하게 된다.
이교가 사는 ‘타운’은 감염자들이 없는 안전한 마을로 병이 발병하면 그 대상이 누구든지 타운 밖 황야로 추방된다.
세 편의 짧은 연작 소설과 에세이가 실린 소설집은 연작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타운 안에 사람들과 황야로 추방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 편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표제작 #꿰맨눈의마을 은 입이 하나 더 생겨 타운에서 추장된 램과 태어날 때부터 등에 생긴 눈을 의사인 아버지가 꿰맨 덕분에 타운에 살고 있는 이교의 이야기다.
#히노의파이 는 어린 시절 타운 밖에서 발견돼 타운에서 자란 히노와 저주병 환자들을 황야에 두고 오는 문지기인 이교의 삼촌 백우의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 #램 은 황야에 추방된 램의 모험 이야기다.

소설 속 타운은 저주병이 발병하지 않으면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만한 곳이다.
그러나 저주병이 발병된 순간 그 누구라도 타운 밖으로 추방시킨다.
독이 든 히노의 미트 파이와 콜라 한 캔이 쥐어질 뿐 제대로 된 환송 인사도 없이 죽음의 땅에 버려진다.
소설은 2066년 6월 6일 저주병의 첫 감염자가 나온 뒤 육십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아이들은 감염자에 대한 공포를 교육받고 감염자가 발생하는 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
아들이 부모를 버리고 삼촌이 조카를 버리고 어제까지 함께 웃던 이웃을 황야에 두고 돌아온 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그들을 기억에서 지운다.
암울한 시대의 암울하기만 한 이야기는 그래도 아이들의 의해 바깥 세상의 진실이 밝혀지고 단단한 벽을 깨고 나서는 아이가 등장한다.

소설은 지금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강요하고 교육하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은게 아닌가 싶다.
눈은 두 개여야 하고 입은 하나여야 하고 팔다리는 각각 두 개일때만 온전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아닌 나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인정하는 세상은 우리의 우물 밖 황야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해 진다.
그래도 무한한 가능성의 넓은 황야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역시 조예은이다’ 싶어 만족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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