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의 빙하 80퍼센트가 녹아버리자 몇몇 대도시는 물에 잠겨버리고 통째로 사라진 나라도 생기고 수시로 들이닥친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다.더군다나 빙하 깊숙한 곳에서 얼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저주병’이 창궐한다.저주병은 얼굴에 두 개의 눈 말고도 온 몸에 눈이 생기기도 하고 입을 비롯 팔, 다리가 신체의 다른 곳에서 자라기도 한다.저주병의 감염된 자들은 외형의 변화뿐 아니라 인간을 사냥하는 괴물로 변하게 된다.이교가 사는 ‘타운’은 감염자들이 없는 안전한 마을로 병이 발병하면 그 대상이 누구든지 타운 밖 황야로 추방된다.세 편의 짧은 연작 소설과 에세이가 실린 소설집은 연작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타운 안에 사람들과 황야로 추방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 편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표제작 #꿰맨눈의마을 은 입이 하나 더 생겨 타운에서 추장된 램과 태어날 때부터 등에 생긴 눈을 의사인 아버지가 꿰맨 덕분에 타운에 살고 있는 이교의 이야기다.#히노의파이 는 어린 시절 타운 밖에서 발견돼 타운에서 자란 히노와 저주병 환자들을 황야에 두고 오는 문지기인 이교의 삼촌 백우의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 #램 은 황야에 추방된 램의 모험 이야기다.소설 속 타운은 저주병이 발병하지 않으면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만한 곳이다.그러나 저주병이 발병된 순간 그 누구라도 타운 밖으로 추방시킨다.독이 든 히노의 미트 파이와 콜라 한 캔이 쥐어질 뿐 제대로 된 환송 인사도 없이 죽음의 땅에 버려진다.소설은 2066년 6월 6일 저주병의 첫 감염자가 나온 뒤 육십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아이들은 감염자에 대한 공포를 교육받고 감염자가 발생하는 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아들이 부모를 버리고 삼촌이 조카를 버리고 어제까지 함께 웃던 이웃을 황야에 두고 돌아온 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그들을 기억에서 지운다.암울한 시대의 암울하기만 한 이야기는 그래도 아이들의 의해 바깥 세상의 진실이 밝혀지고 단단한 벽을 깨고 나서는 아이가 등장한다.소설은 지금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강요하고 교육하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은게 아닌가 싶다.눈은 두 개여야 하고 입은 하나여야 하고 팔다리는 각각 두 개일때만 온전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아닌 나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인정하는 세상은 우리의 우물 밖 황야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해 진다.그래도 무한한 가능성의 넓은 황야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역시 조예은이다’ 싶어 만족하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