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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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앞으로 10분만 더 있으면 자정이 되는 시각에 생명의 전화 상담원인 누마타 야에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다~레마가 죽~였다…….
수화기에서는 어린 아이가 부르는 듯한 음침한 노래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했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던 곳에 와서 매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되면 자살을 미루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은 함께 놀던 다섯 명의 친구에게 차례로 통화가 됐지만 더 이상 전화할 친구가 없어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했다고 말한다.

야에는 대화를 통해 남자가 있는 장소가 표주박산임을 알게 되고 일요일 밤 그를 구하기 위해 정신보건 복지센터의 직원들이 출동하게 된다.
하지만 전화를 건 남자는 찾을 수 없고 절벽 아래서 누군가의 혈흔이 발견된다.

실종된 남자의 이름이 밝혀지고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누군가에게 등이 떠밀려 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하야미 고이치가 사건 해결을 위해 표주박산으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일본의 “다루마가 굴렀다”라는 놀이가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놀이와 사고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읽는내내 오싹하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가 전면에 등장하는 소설이라 어쩜 미쓰다 신조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아닌가 착각하게 한다.
오랜 시간 기억을 봉인할 만큼 큰 공포를 겪은 아이들의 마음과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이해가 되기에 더 슬프고도 오싹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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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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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인 히로키는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가기를 거부하자 그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점점 사회에서 멀어지다 끝내는 인생의 낙오자가 될까 걱정한다.
비밀을 간직한 듯한 나쓰키는 침구 전문점에 근무하며 주변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생활한다.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든 대학생활을 하던 야에코는 대학축제 위원 활동을 계기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며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은 주말 한적한 주택가 공원에서 아동을 상대로 물놀이를 하며 신체 접촉을 시도한 사건의 용의자들과 연관이 돼 있다.
소아성애자로 체포된 남자들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국공립대학 재학생, 대형 식품 회사에 근무 회사원으로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공원에서 아이들과의 물놀이로만 보였던 행동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성매매 사실이 밝혀지면서 함께 있던 두 명도 사건의 공범으로 체포되어 수사를 받게 된다.

“정욕(正欲)_바른 욕망을 누가 정의할 수 있을까?”
소설이 끝을 향해 갈수록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관대하고 나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왜 그들은 진실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까?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이상한 사람이 되기보다 범죄자가 되는 길을 택한 그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어렴풋이 짐작이 되기도 한다.
만약 진실이 밝혀졌을때 범죄자를 향한 비난보다 더한 조롱과 비난의 시선으로 흥미거리가 되는 고통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특수한 욕구를 가졌지만 사회에 어떤 피해도 주지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들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어 소비한다.

“어떤 욕구를 지닌 인간이라도 법률이 정한 선을 넘으면 벌을 받아야”(p359)하지만 그렇지않다면 어떤 인간이라도 벌을 줄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은 타인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수파인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문제작이 아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작이었다.


<본 도서는 리드비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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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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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남자의 이야기는 거구의 늙은 남자의 입을 통해 시작된다.
‘호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국의 땅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이름 불리지 못한 남자는 스웨덴의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다.
네 명의 형제 중 네 살 위의 형 리누스와 호칸만이 살아남자 부모가 빼돌린 망아지를 팔아 마련한 여비를 가지고 둘은 희망의 땅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호칸은 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형 리누스를 잃어버리고 아메리카로 향한다는 배를 타게 되지만 도착한 곳은 엉뚱한 샌프란시스코였다.
영어도 할 줄 모르고 가진 돈도 없는 어린 호칸은 형을 찾아 동쪽에 있다는 뉴욕으로 갈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절망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기고 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호칸은 금광을 찾아 헤메다 인간성까지 상실해가는 가장을 둔 아일랜드인 가족과 함께 하기도 하고 이상한 여성에게 납치돼 감금 생활을 하다 탈출하기도 한다.
다행히 박물학자인 로리머와 인디언들을 만나 새로운 지식과 의술을 배우게 되지만 그들과 헤어져 다른 이민자 무리와 함께 하게 된 호칸은 뜻하지않은 사건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현상수배범이 된다.

호칸은 어린 나이에 가난을 피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배에 오르지만 엉뚱한 곳에 도착해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어린 호칸은 때로는 이용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짜 어른을 만나 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하고 에이서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형을 찾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던 호칸은 황량한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며 자신의 내면에 침전하며 성장한다.
스스로 전설이 되기를 원하지 않은 남자는 사람들을 피하는 사이 더 큰 전설이 되지만 끝끝내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온다.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괴로워하며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여정을 혼자 헤쳐나가는 서부 시대의 전설이 된 남자의 이야기는 끝나지않은 그의 이야기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서부 시대 호칸이 걸었던 길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읽는 동안 호칸과 함께 막막한 현실과 광활한 자연 앞에 선 기분을 들게 한다.
헬렌을 잃은 슬픔과 에이서와의 우정을 나누며 행복하기까지 한 시간들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이 한 권으로 끝내기는 아쉬워 조만간 그의 다른 이야기 #트러스트 를 꼭 읽어봐야겠다.


<본 도서는 문학동네 협찬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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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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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경찰의 활약을 그린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1967년 11월의 늦은 밤, 2층 버스 안에서 총격에 의해 여덟 명이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자 중 마르틴 베크의 살인 수사과의 가장 젊은 수사관인 오케 스텐스트룀이 포함되어 있자 경찰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다.

피해자들끼리는 특별한 관계도 없고 공통점도 없는 데다 변변한 목격자도 없고 범인을 특정할 만한 증거도 없이 수사는 시작된다.
피해자들의 신상이 하나 둘 밝혀지는 가운데 사망자 중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탐문이 시작되고 안타깝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상자까지 사망하자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난다.
경찰들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피해자들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조사하던 중 신원불상인 남자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된다.

스웨덴 최초의 대량 살인사건의 실마리는 도통 풀리지않고 경찰은 오케 스텐스트룀이 조사하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60년대 경찰의 개별적인 탐문수사가 현재의 2인1조의 경찰 시스템으로 볼 때는 위험하게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조사를 하면서도 개인이 아닌 팀으로 활동하며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 수사를 진행해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마르틴 베크를 포함 등장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번 보는 것만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다른 지방에서 사건해결위해 파견온 경찰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
거기다 사건이 다 해결된 사실을 모르고 여전히 증거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파견 경찰에게 진실을 알리지도 않는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웃는 경관]은 1971년에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않던 사건이 작은 단서로 인해 다가선 진실은 인간의 과한 욕망이 어떤 모습으로 끝을 보게 되는지 알려준다.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포기하지않고 수사하는 경찰이 모습에 소설이지만 박수를 보낸다.

“경찰이 필요악이기 때문이야. 누구든 불현듯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직업 범죄자들조차 그래. 제아무리 도둑이라도 자기집 지하실에서 뭔가 달각대는 소리가 들려서 밤중에 잠을 깨면 어떻게 할 것 같나? 당연히 경찰을 부르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이 자기 일을 방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두려움이나 경멸을 표현하기 마련이야.”(p199)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munhakdongne (문학동네)
@elixir_mystery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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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아류 네오픽션 ON시리즈 22
최윤석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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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의 작가가 남궁민 배우가 출연했던 드라마 ”김과장“의 PD였단다.
소설은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기막힌 상상력과 냉철한 현실감각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로 일상의 공포를 담고 있다.

<얼굴>은 얼굴 성형의 단계를 넘어선 ’패치형 얼굴‘이 유행하던 2055년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피카소가 그때 그때 필요한 눈코입을 끼우는 인간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 그린 그림이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초상’이라는 설정으로 성형으로 몰개성화가 된 현실과 피카소의 그림을 절묘하게 이어붙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

찬실이 등장하는 두 편의 이야기 <루돌프에서 만나요!>와 <불로소득>은 가장 현실감 있고 어떤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외로워도 이웃에 있는 사람보다는 데이팅앱을 통해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을 만나고 가난을 공개해 밥벌이를 하는 커플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아 섬뜩하다.

말하는 커피콩의 등장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농부가 등장하는 <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속 커피콩들이 ’그래! 모든 화의 근원은 생각이야.’라고 결론을 내리고 생각을 멈춤 뒤 평범한 커피 체리의 길을 택한다.
그들을 보며 현실에서도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데로 하라고 강요하는 사회를 떠오르게 한다.
<하비삼의 왈츠>는 유튜브에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미친짓도 불사하는 모습이 웃프다가도 만나지 못하는 딸의 영상을 찾아 좋아요와 댓글로 마음을 전하는 모정이 짠하기만 하다.

8편의 소설은 다른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엔 들여다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과도하게 욕망에 집착해 스스로 파멸하는 남자<셜록의 아류>, 감시하는 세상에서 감시하는 시스템을 숭배하는 세상 <산타클로스>, 자신의 만든 예술품의 완성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고물 영감 이야기>까지 소설로만 읽기에는 현실을 닮은 소설 속 세상이 너무 무섭다.

빠른 전개의 이야기라 술술 읽혀서 좋고 재미있어 좋았다.
그리고 현실을 돌아보게 해서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날 것 그대로가 아닌 작가의 각색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로 읽는 재미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도서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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