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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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는 100페이지 남짓한 길이만큼 간단하다.
부모에게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가 엄마의 출산이 가까워지자 친척집에 맡겨진다.
1980년 대의 아일랜드가 배경인 소설은 특별한 사건없이 친척인 킨셀라 댁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는 아이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어른의 나이가 되니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게 쉽지않다는 걸 알게됐다.
킨셀아 부부를 보며 무릇 어른이란 어떠해야 하는 지 정답을 보는 듯하다.
아이의 부끄러운 행동을 탓하지 않고 다정한 손길과 따듯한 눈빛을 던지며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는 모습은 느리지만 빈틈이 없다.

가눌수 없는 슬픔을 경험했지만 아이에게 내색하지 않는 모습 또한 인상 깊다.
큰 사건없이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깊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재미있다는 짧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소설을 덮으며 아이의 다음이 어찌 됐을 지 알 수는 없지만 한 여름 킨셀라 부부와 보냈던 시간이 무용하지 않았으리라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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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해야 할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
김금숙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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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생애를 그린 만화입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위안부 할머니의 생을 할머니의 목소리로 들은 듯해 더 가슴이 아픕니다.
나라를 빼아겼다는 이유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그리 살 수 밖에 없었던 할머니의 생이 슬프고도 서럽습니다.

사과는 하는 사람이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과는 받는 사람이 이제 됐다고 할 때 끝나는 게 사과입니다.

거친 선과 짙은 먹의 강렬한 흑백의 그림은 어떤 색깔을 넣은 그림보다 강하게 할머니의 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향년 93세의 나이로 영면하신 김옥순 할머니가 그 곳에서는 소원이던 학교도 다니며 평안하셨으면 합니다.

한일관계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작금의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이 계신다면 할머니의 삶을 진지하게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고 책을 덮고도 한참을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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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요 빨간 벽돌 유치원 3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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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벽돌 유치원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뭐든지 1등으로 하고 싶은 키토는 유치원에서 발표도 먼저, 그림도 친구들보다 빨리 그리고 청소도 제일 깨끗하게 빨리 끝내는 친구예요.

어느 날 유치원에서 방울토마토 키우기 수업이 있어 초록반 친구들이 토마토 씨앗을 화분에 심었어요.
창가에 놓아둔 화분에서 하나둘 싹이 나기 시작하는 데 키토의 화분만 싹이 나지 않아요.
마음이 급해진 키토는 괜히 친구들에게 짜증을 부립니다.
언제나 키토의 화분에도 토마토 싹이 돋아날까요?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유독 욕심히 많은 아이가 있어요.
뭐든지 최고여야 하고 뭐든지 1등으로 하겠다고 우기기도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때는 짜증을 부리기도 하지요.
그림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언제나 1등을 할 수도 없고 어떤 것은 차분히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요.
그림책은 토마토를 키우는 키토를 통해 기다리는 법과 친구와 어울리는 법을 이야기해 줍니다.
키토는 수줍음이 많고 조금은 느리지만 식물을 잘 아는 곰 연두를 통해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웁니다.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기다리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부모에게도 아이에게 은연 중 일등을 최고라고 강요하는 지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은 화분에 심은 씨앗처럼 제각각 발아를 해 여러 가지 크기로 자라 제 몫을 하며 살아갑니다.
혹시 아이가 하는 일을 기다려주지 않고 재촉하고 있지않나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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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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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해야만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하고 있다.
소설은 ‘오피스 괴담’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직장 생활 중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일들을 다섯 명의 작가 특유의 개성 가득한 이야기로 풀어간다.

이미 <아홉수 가위>를 비롯 여러 앤솔로지로 만났던 범유진 작가의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는 야근이 금지된 회사에 입사한 수빈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며 직장 생활을 하다 회사의 숨겨진 비밀을 눈치채게 된다.

최유안 작가의 ’명주고택‘은 죽기 전까지 일해야 한다가 아니라 죽어서까지 일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무섭게 그려진다.
김진영 작가의 ’행복을 드립니다.‘는 서른 아홉의 싱글맘, 계약직으로 사는 윤미의 이야기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더 슬프고도 공포스럽다.

김혜영 작가의 ’오피스 파파‘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민정이 직장에서도 쓰레기같은 상사를 만난다.
민정이 쓰레기라고 인식하는 것을 넣는 순간 사라지게 하는 쓰레기통을 갖게 되고 힘든 회사 생활의 변화가 생길 듯하다.

마지막 이야기는 전혜진 작가의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의 소민은 분실한 아이패트 살 돈을 모으기 위해 대형 쇼핑몰 물류 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사는 윤주를 만나게 된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들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섯 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대우는 커녕 무시받고 괴롭힘을 당하지만 생활을 해야하기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일하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참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감히 힘내자는 말도 건낼 수 없는 현실이기에 더 기운이 빠진다.
모든 노동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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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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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마지막 남은 주민이 자살 시도 후 도시의 요양 센터로 들어가고 ‘미노이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 된다.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 지역에서 미노이시로 이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I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소생과’를 신설해 이주민들을 적극 지원한다.
 
소설은 서장, 종장과 6장의 단편이 실린 연작소설집이다.
소설은 ‘만간지’를 중심으로 아직 업무처리는 미숙하지만 친화력을 내세워 주민들과 가까이 지내는 신입 ‘간잔’과 특별히 하는 일없이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니시노’과장이 전부인 소생과 직원들의 I턴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원자들 중에 뽑힌 이주민들은 다양한 이유와 희망을 안고 이주를 시작하지만 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한다.
불이 나기도 하고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잉어 양식이 실패로 돌아가기도 한다.
아이를 위해 이주를 계획했던 집의 아이가 다치기도 하고 건강 염려증이 있는 부인은 식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우연이라기에는 석연치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다시 미노이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 된다.
 
 
작가의 소설은 역사를 다룬 장편소설 <흑뢰성>과 고풍스러우면서도 기이한 연작소설집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 이은 세 번째로 읽게 된 소설이다.
<I의 비극>은 사회 문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로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를 지나고 있기에 소설 속 이야기가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
특히 농촌 공동화 현상은 현재 살고 있는 노인 인구가 사라진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도 쉽게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이웃이 되면서 갈등이 싹트고 문제 해결은 생각처럼 되지 않고 이주민들은 야반도주하듯 하나둘 사라져가는 모습이 허탈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배신감은 그 허탈함을 덮고도 남는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비용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정부는 필요 없는 기관이 될 것이다.
복지에 경제성을 따지는 세상이니 그깟 작은 시골 마을쯤은 사라져도 된다는 생각이 일견 옳은 소리인 듯도 하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일들이 분명이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간지와 간잔의 티키타카와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요령만 피우는 상사 니시노 과장의 이야기가 때로는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 소설의 뒷맛이 씁쓸하다.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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