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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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마지막 남은 주민이 자살 시도 후 도시의 요양 센터로 들어가고 ‘미노이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 된다.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 지역에서 미노이시로 이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I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소생과’를 신설해 이주민들을 적극 지원한다.
 
소설은 서장, 종장과 6장의 단편이 실린 연작소설집이다.
소설은 ‘만간지’를 중심으로 아직 업무처리는 미숙하지만 친화력을 내세워 주민들과 가까이 지내는 신입 ‘간잔’과 특별히 하는 일없이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니시노’과장이 전부인 소생과 직원들의 I턴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원자들 중에 뽑힌 이주민들은 다양한 이유와 희망을 안고 이주를 시작하지만 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한다.
불이 나기도 하고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잉어 양식이 실패로 돌아가기도 한다.
아이를 위해 이주를 계획했던 집의 아이가 다치기도 하고 건강 염려증이 있는 부인은 식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우연이라기에는 석연치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다시 미노이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 된다.
 
 
작가의 소설은 역사를 다룬 장편소설 <흑뢰성>과 고풍스러우면서도 기이한 연작소설집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 이은 세 번째로 읽게 된 소설이다.
<I의 비극>은 사회 문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로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를 지나고 있기에 소설 속 이야기가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
특히 농촌 공동화 현상은 현재 살고 있는 노인 인구가 사라진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도 쉽게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이웃이 되면서 갈등이 싹트고 문제 해결은 생각처럼 되지 않고 이주민들은 야반도주하듯 하나둘 사라져가는 모습이 허탈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배신감은 그 허탈함을 덮고도 남는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비용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정부는 필요 없는 기관이 될 것이다.
복지에 경제성을 따지는 세상이니 그깟 작은 시골 마을쯤은 사라져도 된다는 생각이 일견 옳은 소리인 듯도 하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일들이 분명이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간지와 간잔의 티키타카와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요령만 피우는 상사 니시노 과장의 이야기가 때로는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 소설의 뒷맛이 씁쓸하다.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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