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불리는 ’마르틴 베크‘시리즈 일곱 번째 이야기다.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전직 경찰서장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졸음을 이겨가며 사건 현장에 도착한 마르틴 베크는 살해당한 사람이 뉘만임을 알게 된다.뉘만은 오랜 기간 투병 중이었지만 가정에서는 좋은 아버지였고 남편이었으며 자존감이 강한 경찰이었다.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그의 악행이 하나하나 밝혀지는데 오랜 기간 악독한 경찰이었고 많은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경찰의 사법 옴부즈맨에 뉘만의 대한 수많은 고발건이 접수되지만 매번 관련없다거나 기억하지 못하거나 정당하게 처리했다는 식으로 결론 내려지게 된다.그 중 아내를 잃고 오랜기간 민원을 제기했던 전직 경찰인 에릭손의 진정 역시 묵살됐음을 알게 된다.사건의 진실은 짧은 시간에 밝혀지고 범인의 정체도 금방 밝혀지지만 범인은 경찰을 타킷으로 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며 막장으로 몰리게 된다.소설은 누가 범인임을 밝혀가는 과정은 물론 범인과 대치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흥미를 배가시킨다.소설은 ‘경찰 소설’이라는 이름을 단 시리즈지만 과감하게 경찰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이 시리즈가 쓰여진지 50년이 넘었고 스웨덴이라는 먼 나라의 소설이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않았다는 느낌을 지을수가 없다.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어지고 있고 잘못된 수사를 절대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좋은 경찰이란 범인을 때려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소설을 읽는 내내 오랜 시간 악조건 속에서 초과 근무하는 경찰에 빙의된 듯 하품을 여러 번 째지게 했다.<본 도서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돼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60세에 은퇴 후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데뷔작이다.제목에 들어간 생소한 단어인 ‘귀축(鬼畜)‘은 아귀와 축생을 이르는 말로 너무나 야만적이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아빠는 엄마가 죽였습니다.언니도 엄마가 죽였습니다.오빠는 엄마와 죽었습니다.엄마는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우리 집 귀축은 엄마였습니다.엄마와 오빠가 늦은 밤, 드라이브 중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금을 수령을 위해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딸 유키나가 사립탐정 사카키바라에게 사고 조사를 의뢰한다.탐정은 가족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먼저 읽은 <기만의 살의>는 편지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였다면 <귀축의 집>은 탐정이 사건의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해 가며 사건을 해결해 가는 방식이다.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이야미스‘가 가미된 본격 미스터리라는 옮긴이의 말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가족의 의미와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은 인간은 본디 악의 존재인지 악으로 길러지는 지 고민하게 된다.이미 벌어진 일을 인터뷰를 통해 복선을 깔고 마지막 회수하는 방법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연달아 읽은 작가의 소설 중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더 매콤하고 재미나다.
권혁일 작가의 <첫사랑의 침공>은 제목 그대로 세상의 여러 가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네 편이 들어있는 단폅집입니다.표제작인 ’첫사랑의 침공‘은 6년 전 스스로 외계인이라고 말하고 사라진 첫사랑 누나의 종족이 지구를 침공해 오자 예비군인 ’나‘는 누나가 타고온 외계선에 가까이 가기 위해 GP근무를 자원하게 됩니다.’세상 모든 노랑‘은 노란 색을 볼 수 없는 ‘영‘은 오랜 꿈이었던 화가를 포기하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부합니다.졸업을 앞두고 노란색을 테마로 한 졸업 작품을 남겨야 하는 영 앞에 노란색의 신, ‘랑’이 나타나고 랑의 손을 잡는 순간 세상의 노란색을 볼 수 있게 됩니다.’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은 여섯 살에 아빠와 헤어져 보육원에서 지내게 된 ’서현‘은 열 살부터 생일날이면 광화문에서 아빠를 기다립니다.그리고 스무 살 생일에 지구를 멸망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게 되고 진짜 서현은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게 됩니다.’하와이안 오징어 볶음‘은 북한 갑첩인 ’민정‘은 6년 동안의 위장 결혼을 청산하고 도망치려는 순간 남편인 ’정훈‘은 사정도 모르고 민정을 따라 나섭니다.배신한 민정을 쫓는 북한군 요원과 속도 모르고 따라 나서는 정훈은 자꾸만 민정의 발목을 잡습니다.“소설을 쓸 때, 허구인 척하면서 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소설은 외계인이 등장하고 노란색의 신, 간첩이 주인공이지만 어떤 첫사랑 이야기보다 사실적입니다.처음이라 서툴렀고 처음이라 다 고백하지 못한 첫사랑들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미쳐 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첫사랑의 침공)과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즐겁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행복을 빌어줘야 했던 첫사랑(세상의 모든 노랑)과 종족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지만 무수한 시간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우리(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그리고 외계인이나 신보다도 더 어렵고 먼 존재인 북한 간첩과의 사랑(하와이안 오징어 볶음)까지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첫사랑을 담고 있습니다.저에게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아련하기도 하지만 서투름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단어입니다.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랑할 거고 조금은 너그럽게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네요.너무나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 다시 못 올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이야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안전가옥 골라먹는 로맨스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5년을 만난 남자 친구와 헤어진 수진은 중학교 시절 3년을 함께 산 이모의 자살 소식에 서어리로 향한다.거대하고 영험한 물고기를 수호신으로 모시는 서어리는 서어호를 둘러싸고 있다.“호수 아래에, 물 밑에 잠겨 어신님과 한 몸”이 되고 싶다는 이모의 유언에 따라 유골이라도 서어호에 뿌려주려 했지만 유골함 안이 텅 비어있다.수진은 마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호수로 향하고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하게 된다.무언가를, 누군가를 믿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때가 있다.텅 빈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나에게,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잠깐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작가의 말 중에서)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기에 보이지않는 존재를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수진의 이야기를 읽으며 무언가를 절실하게 믿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한참을 생각해 본다.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으며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굳건하기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름난 명문가인 니레 가의 선대 당주의 법요식이 있던 날 큰딸 사와코와 조카이자 양자인 요시오가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다.범인은 법요식에 참석한 가족과 저택의 가정부, 그리고 가족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다.수사가 진행되고 사와코의 남편이자 데릴 사위인 새로운 당주 하루시게의 주머니에서 요시오가 먹은 초코릿의 은박지가 발견되면서 용의자로 지목된다.하루시게는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다 불륜 사진이 발견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되고 사형만은 피하기 위해 범행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본격적인 이야기는 독살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하루시게가 재판 후 40년이 지난 2008년 가석방이 되면서 시작된다.하루시게는 처제이자 연인인 도코에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자신이 추리한 범인에 대한 편지를 보내게 된다.니레 가문 사람 중 홀로 남겨진 도코는 하루시게의 무죄를 믿는 것은 물론 자신이 지키고 있는 니레 가문의 당주가 돼 주길 간절히 바란다.그리고 하루시게가 추리한 내용에 대한 반박과 자신이 생각한 범인에 대한 추리를 답장에 써 보낸다.1966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명문가의 저택, 가족 간의 불륜, 그리고 한정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정통 본격 미스터리물 느낌이다.더군다나 가석방된 하루시게가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은 현대 수사물에서 볼 수 있는 증거 중심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편지만으로 추리해 범인에게 다가간다.다섯 통의 편지가 오가면서 범인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모습은 느리고 아날로그적이지만 40년을 감옥에서 보낸 하루시게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살인이 일어날 당시의 서사와 하루시게와 도코 사이를 오가는 편지를 읽으며 진범을 밝혀진 후의 일련의 일들 역시 억지스럽지 않아 좋다.특수 설정의 미스터리가 아닌 정통 미스터리를 찾던 독자라면 아주 맞춤인 소설이다.<본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