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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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는 아시아대륙 동남부를 일컫는 곳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통티모르가 속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거리상으로 가까운 까닭에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다수 포함된 곳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라는 부제가 붙은 “인물로 읽는 동남아”는 우리에게 낯선 동남아의 역사적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개된 16명의 인물을 6명의 저자가 맡아 서술한 이야기는 모두 3장으로 나눠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장은 ‘동남아시아 역사를 이끈 사람들’로 아시아인 최초로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말레이시아의 의사인 우롄테를 시작으로 하노이의 옛 거리와 민중을 사랑한 베트남 화가 부이쑤언파이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킬링 필드라고 불리는 대참사를 빚어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폴 포드’의 인생은 그릇된 신념에 따른 결과의 참혹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장은 ‘근대와 민주주의라는 갈림길’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이끈 통합 민족주의자인 수카르노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의 설계자인 고켕스위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 인도네시아의 저널리스트 작가인 ‘목타르 루비스’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종군 기자로 한국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록한 인물로 그를 보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마지막 3장은 ‘독립의 꿈, 민족의 청사진을 그리다’에 소개된 인물 중 21세기 첫 독립국가인 동티모르의 초대 대통령인 샤나나 구스마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가 ‘광주인권상’ 초대 수상자였다는 사실과 우리나라 상록수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주둔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2003년 3월 6일 민병조 중령, 박진구 중령, 백종훈 병장, 김정중 병장,최희 병장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사건은 잊지말고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학창시절 배운 세계사는 유럽이 중심이 된 서양사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지리적으로는 아주 가까운 나라들이고 우리와 같은 식민지 시대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있는 미국과 유럽의 역사와는 비교도 못할말큼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16명의 인물 중 가장 익숙한 ‘아웅산’이 향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반대 세력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위인이라 불리는 완전무결한 인물들이 아닌 실패하기도 했지만 자국에서는 유명한 동남아의 인물들의 대해 알아보는 기회라 더없이 좋았습니다.
“그저 우리가 사는 세상 한쪽에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굴곡진 삶을 살았으니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의미”(p7)의 저자들의 본뜻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산 우리 선조들만큼이나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봅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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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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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공익’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쓰고 있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익’과 반대되는 말로 ‘모두의 이익’이라고 해석될 수 있지만 세상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공익을 ”사회적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아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p6)으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한 저자는 사회적약자와 소수자들을 직접 변론하며 겪은 사례를 실례로 들어 공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두 3장으로 이루어진 저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국민의 공익을 다룬 1장 ’공룡과의 싸움‘,어떤 이에게는 사익을 위한 투쟁으로 비칠 수 있는 사례를 다룬 2장 ’무엇이 공익인가‘그리고 공익 변호사로 활동중인 저자의 이야기인 3장 ’나의 사익 투쟁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때 세상을 뜨겁게 달군 스쿨미투 사건의 뒷 이야기를 읽으며 입맛이 씁쓸했습니다.
들불처럼 일어난 미투사건이 뉴스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때는 온 나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그 뒤 결과는 알려지지않고 가십거리로 전력해 소비되곤 했는데 스쿨미투 사건도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용기낸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사건이 처리되길 바라며 그 후속 조치 또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진행되야 할 것 입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강아지 로마의 가족 등록 소송기‘를 읽으며 작은 마중물 같은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 등록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물 보호자가 소유자로 등록할 때 몇 명까지 등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자체를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지난한 소유자 등록 과정을 읽으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됩니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정당한 집회를 하는 노동자들이 내는 소음때문에 수업에 지장이 있다고 고소한 학생들의 사례는 왜 우리는 약자의 편에 서서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약자인 그들을 향해 화를 내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에게는 절대 해당되지 않는 일처럼 보이는 일도 언제가는 그 변화의 해택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공익이 사회적약자만이 아닌 우리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호사를 만날 일 없이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않고 살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익과 인권을 위해 싸워온 그들이 변화시킨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생활인으로 살아야 하는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싸우고 로스쿨 개혁운동을 하고 후배들을 위해 ’5탈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두려움을 갖지않은 ’공익,인권 변호사‘류하경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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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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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언니가 들어간 <<언니네 미술관>>은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그림을 통해 인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지만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예술품을 통한 인생 이야기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첫 번 째 파트는 “다시 바라볼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근육, 마녀, 거울’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현실과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격려의 말을 그림을 통해 전해줍니다.
특히 2장의 마녀는 신화 속 괴물이나 악녀로 등장하는 메두사와 키르케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을 울렸던 파트는 두 번째 ”크게 바라볼 것들“로 ‘슬픔,서투름,사소함, 익숙함,하찮음’으로 다수의 부정적인 단어가 등장하지만 작가는 그 단어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귀함을 찾아냅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가장 무해하고 본질적인 감정인 ’슬픔‘을 다룬 1장에 소개된 오귀스트 쉥크의 <비통함>과 <고아>는 단장(斷腸)의 슬픔을 느끼기에 충분한 그림이었습니다.
사람이 주인공인 그림보다 양을 등장시켜 화가가 나타내고자 함을 잘 드러내고 있어 보는 독자도 함께 슬퍼하게 됩니다.

마지막 파트인 “함께 바라볼 것들”에는 ‘직선과 곡선’‘앞과 뒤’‘너와 나’처럼 언뜻보면 상대적인 단어들이 함께 합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소개된 단어들이 함께 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작가 스스로 ‘곡선 같은 직선, 직선 같은 곡선’이라고 말한 고려시대 ’청자 상감 모란 구름 학 무늬 베개‘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은 곡선이나 직선이 아닌 두 가지의 선이 공존하는 세상임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언니’라고 부르는 순간 혈육을 나눈 언니는 말할 것도 없고 나보다 나이가 많아 부르는 호칭이어도 다정하고 편안해집니다.
저에게도 나이차가 꽤 나는 언니가 있는데 어떤 말을 하든 내 편을 들어주는 엄마다음으로 좋은 사람, 든든한 존재입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고 즐겁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작가가 읽은 수 많은 문학 작품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어 익숙한 이름의 작가의 등장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이 책은 미술을 매개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p6)다고 작가했지만 말하지만 읽다보면 이 설명이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은 남녀를 구별짓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분명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언니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을만큼 총명하고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현명한 인생 이야기였습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로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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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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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취업 시험을 대부분 가상현실로 보는 이 시대 젊은이들 사이의 은어이자 일반 기업의 취업 리그와 다르게 전 세계 최고의 기업들 몇몇이 만든 취업 리그만을 가르킨다.
슈퍼리그는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상현실 기기로 어디서든 접속해 참가할 수 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가진 것도 없고 든든한 ‘백’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서른 살 청년 만주는 스팸택시에게 해킹 당해 가진 재산 모두를 털리고 현재는 별독수리가 미처 먹지 못한 죽은 사람의 뼈 잔해를 치우는 청소 일을 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집 ‘마더하우스’에서 봉사하는 댓가로 먹을 것을 얻으며 근근히 살아간다.

청소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한 만주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더하우스로 데려간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노인은 만주에게 슈퍼리그에 도전할 것을 제안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신형 가상현실 기기를 건넨다.
슈퍼리그에 10년 동안 도전하다 실패한 만주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최신형 기기와 연습용 팩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35년 후가 배경인 시대는 미래를 다룬 대부분의 소설처럼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다.
인간의 죽음은 존중받지 못하고 쓰레기처럼 처리되고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말하는 취업 전선은 누구나 슈퍼리그에 참가할 수는 있지만 누가 더 최신형 가상현실 기기를 갖고 있고 좋은 연습용 팩으로 연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정해진다.

주인공 만주는 겉으로는 공정하지만 시작부터 기울어진 조건의 세상에서 혼자 살면서 노인을 돕고 폐기될 운명의 낡은 로봇을 집으로 가져온다.
옛이야기의 착한 주인공이 복을 받는 것처럼 만주는 기회를 잡게 된다.
그렇지만 노인을 구하고 로봇에게까지 정을 쏟는 그의 성정이지만 변해버린 동생은 외면하기도 한다.

착하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지않는 주인공 만주를 보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지만 오늘을 사는 취준생 젊은이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천사가 되길 꿈꾼 남자, 그리고 천사가 됐다고 스스로 믿는 남자지만 그가 바라던 진짜 천사로 살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어 소설을 덮고도 마음이 아린다.


<본 도서는 사계절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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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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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남녀 학생 세 명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된 피해자 모두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되고 광역수사대는 조민준 팀장을 중심으로 수사에 나선다.

한 편 이슈킹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주성호에게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본인을 단죄자라고 칭하는 남자는 자신이 중학생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고 살해된 아이들을 포함 5명이 동급생을 살해한 촉법 소년임을 알린다.

살해된 아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촉법 소년임이 알려지자 단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수사를 통해 단죄자가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고 20년을 복역한 추종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조민준은 살해된 아이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찾아 탐문을 시작한다.

살해된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해 죽은 하민의 남은 가족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슈킹의 예고대로 주범격인 박수호가 납치되고 범인은 촉법 소년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형법 제9조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우리는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뉴스를 통해 들으면 가해자들의 어린 나이와 범죄의 잔혹성에 혀를 찬다.
그러면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아직 정체성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의 인신을 무작정 구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설은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찰과 피해자 유가족이 겪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지 촉법소년제도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않는다.
하지만 소설을 덮을 때쯤이면 제도때문에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않는 무서운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윤민우가 말한 “그들을 범죄의 궁지로 내몬 건 우리 어른과 사회 시스템 그 자체라고! 이걸 뜯어고치지 않는 한 법을 아무리 수정해도 지슷한 일은 반복될 거야!”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만약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그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다.
형사미성년자의 의한 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만 반짝 이슈 몰이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도있는 토론을 할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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