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ㅣ 불멸의 화가 고흐의 편지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미술에 별 관심이 없거나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특유의 에너지를 느끼게 합니다.
이번에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와 <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은 고흐가 동생 테오와 동료 화가인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먼저 읽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동생 테오에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하라.”는 당부의 편지를 시작으로 사망할 당시 지니고 있던 너무 우울해 부치지 않았던 편지로 끝을 맺습니다.
편지는 1881년 12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890년 7월 29일,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간 고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1874년부터 사망할 당시까지 어떤 이유로 고흐가 그런 편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 지 시대순으로 고흐의 일생을 요약 설명하고 있습니다.
테오는 동생이지만 형이 그림을 시작하면서 모든 경제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고흐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명 화가로 근 10년을 생활하는 동안 끊임없는 격려와 사랑으로 용기를 주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는 가슴 절절합니다.
거기다 고흐는 자신의 불우한 처치와 사랑했던 연인을 향한 마음, 그리고 테오에게 늘 미안했던 마음을 편지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편지에는 화풍의 변화는 물론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과 그림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의미를 자세히 적어 보냅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고흐의 그림을 시대 순으로 싣고 있어 그의 화풍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겼지만 살아있는 동안 공식적으로 단 한 점의 유화가 판매됐고 고갱과의 우정이 틀어지면서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영화를 볼 때 그 끝을 알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처럼 마음을 졸이면서 편지를 읽었습니다.
고흐의 편지를 읽는 내내 누군가 가까이 그와 교류했다면 만약 그의 그림이 죽기 전에 세상에 알려졌다면 그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그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고흐가 전혀 다르게 살았다면 그의 위대한 그림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고흐는 돈이 없어 모델을 마음껏 구할 수 없었고 동생이 보낸 돈으로는 미술도구를 사는 것에도 제약을 받았지만 아이가 딸린 매춘부 시엔을 모른 척 할수 없었습니다.
시엔과의 관계 때문에 가족은 물론 함께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과도 절교하게 되지만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정을 갖고 있습니다.
아를의 노란 집에서 고갱을 기다리는 고흐의 모습은 흡사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듯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고갱과 파국을 맞기 전까지 그가 얼마나 아를에서의 생활을 사랑했는지 그의 그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원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p161)
형제의 우애와 찬란한 예술혼, 그리고 한 줄기 희망 같았던 아를에서의 그림과 병이 깊어지면서 더 강렬해지는 그림들을 이제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테오에게 쓴 편지는 희망과 절망 사이를 간신히 줄타기하며 자신에게 보내는 주문이 되기도 합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았던 그의 짧은 삶과 영원히 기억될 그림이 대조를 이룬 탓에 더욱 강렬해 보입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고흐의 그림을 그의 진솔한 편지와 함께 할 수 있어 고흐에 관한 그 어떤 책 보다 마음 깊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본 도서는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