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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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몇 권 읽은지라 ’도조 겐야’ 시리즈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읽는 걸 미루고 있었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김은모 번역가님이 소개해 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시리즈 세 번째이지만 최고로 꼽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드디어 도조 겐야 시리즈에 입문하게 됐다.

다에코라는 소설가가 순사인 남편 다카야시키 하지메가 근무했던 주재소 관할 히메카미 촌의 히가미 가에서 벌어진 머리가 잘린 살인 사건의 수사 과정과 히가미 가문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마을의 대지주인 히가미 가의 본가인 이치가미에 쌍둥이 남매가 태어나고 맏아들인 조주로는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다.

가문의 전통대로 남매가 열세 살이 되자 히메카미 당에 십삼야 참배를 가게 되고 여동생 히메코가 우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목격자라고는 천애고아로 이치가미가의 하인으로 들어온 여섯 살 난 요키타카뿐이지만 머리가 없는 귀신 쿠시나비를 본 뒤라 히메코의 사고 순간을 목격하지 못한다.
히메코의 장례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치뤄지고 다카야시키는 사건에 의문을 갖지만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조주로의 혼사 모임이 시작되고 세 명의 신붓감이 히메카미 당으로 향하고 혹시 모를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경찰은 순찰을 돈다.
그러나 모임에 참석한 신붓감 후보 중 마리코와 조주로가 목이 잘린 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머리는 찾지 못한다.
거기다 조주로 다음 순으로 집안의 대를 이을 후타가미 가의 고지도 목이 잘린 체 살해된다.

메타픽션적 요소를 가미한 소설은 소설인 줄 알고 읽지만 자꾸만 실제로 일본의 어느 지방에서 일어난 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머리가 잘린 살인이 연달아 일어나고 여섯 살의 요키타카가 느끼는 공포가 그대로 전해져 모골이 송연해지지만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일본의 전후의 사회상과 그 시대의 남아선호사상을 비롯 인간의 추악한 욕망들이 얽히고설킨 인간사는 일본 특유의 괴이한 괴담과 마을에 전승되는 이야기와 합쳐져 빛을 발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엮은이의 말”조차 소설을 다 읽고 다시 돌아와 읽으면 범인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처럼 사건을 몰고 다니지도 않고 도조 겐야가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지만 책을 덮는 순간 왜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 최고로 꼽히는지 무릎을 치게 된다.
조만간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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