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 신의 실수
류시은 외 지음, 연상호 기획, 최규석 만화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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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는 아무런 예고 없이 무차별적으로 시행됩니다.
고지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수취인의 이름, 지옥으로 간다는 사실, 그리고 남은 시간”
ㅡ문학동네 지옥 중에서

‘연상호X최규석’의 만화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영상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드라마다.
그 ‘지옥‘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와 다섯 명의 작가가 <지옥-신의 실수>라는 엔솔로지를 출간했다.

<지옥 뽑기>
막 잠이 들려는 찰나 “너는 삼십 초 뒤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고은‘은 고통으로 의식이 흐려지지만 눈을 떠보니 방이다.
고은은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이 지옥에서 부활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몇 년 전 동생 ’로은’을 피폐하게 만든 몰카범 임예준 역시 자신처럼 부활할까 두려워하며 부활을 막기 위해 임예준의 묘를 찾아 나선다.

<묘수>
사기 전과가 있는 방지민은 출소 후 고지를 앞당겨주는 부적을 써주는 MZ무당 명왕선녀로 승승장구한다.
죽이고 싶은 이가 고지를 빨리 받도록 써주는 부적이라 고지를 받으면 받는 데로 안 받으면 안 받는 데로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 날 시연을 당한 사람의 지갑에서 방지민이 써준 부적이 발견되면서 방송국에게 취재가 시작되고 방지민은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불경한 자들의 빵>
빵집을 하고 있는 칠십 팔세의 수임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죽게 된다는 고지를 받지만 언제나처럼 빵집 문을 열며 일상을 살아간다.
고지 사실이 알려지고 빵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어느 날 괴한들이 들이닥쳐 수임에게 죄를 자백하라며 폭행한다.
그때 수임을 돕기 위해 한 여성이 나서고 두 사람의 숨겨진 인연이 밝혀진다.

<새끼 사자>
부모에게 학대받던 김지환은 집을 나와 가짜 사자가 되어 투기꾼들의 큰돈이 걸린 경기에 인간 선수들과 대결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시연을 받고 진짜 사자가 돼 버린 지환은 가짜 사자의 기억을 가진 체 떠돈다.

<산사태>
에스더는 어린 시절 수녀원에게 함께 자란 수산나에게서 결딴을 내자는 문자를 받고 봉오산으로 향한다.
함께 자란 영태가 유괴된 후 반목하며 살아왔던 그들은 봉오산에서 산사태를 당하게 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을 구해 준 남자에게서 영태의 유괴에 숨겨진 진실을 듣게 된다.

다섯 편의 소설은 고지, 시연, 부활, 새진리회, 화살촉 등의 설정이 그대로 이어지고 ’장진수‘나 ’박정자’같은 만화의 등장인물도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시연을 이용해 사적 보복을 하기도 하고 고지를 이용해 돈을 벌기도 하며 부활하고도 정작 본인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도 있고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도 등장하고 착하게 빵을 만들며 나이 든 여자도 등장한다.
그들은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고지를 받고 시연을 당한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생각해 본다.

공포에 떨며 도망치거나 한몫 챙길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지를 받은 사람을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위해를 가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으니 고지를 죽음이라는 단어로 바꾼다면 자신이 죽을 때를 아는 것 아니겠는가.

사자들에 의해 고통스럽게 지옥으로 끌려간다는 설정만 빼면 시연이 인간의 죽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착하게 산 사람이 허망하게 죽기도 하고 세상 악한 이가 천수를 누리기도 하니 그 모든 게 신의 실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제 고지를 받고 시연당할지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살아가는 가는 본인의 몫 아니겠는가.

다섯 편의 소설은 만화 <지옥>에서 다 말하지 못한 개개인의 숨은 사연을 전해 들은 기분이다.
소설을 먼저 읽어도 지장은 없지만 만화나 드라마를 함께 본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지옥>도 3편까지 나올 예정인 것 같은데 지옥 앤솔로지도 3편까지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의 임프린트 브랜드 와우포인트 퍼블리싱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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