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아이 메타포 6
클레르 마자르 지음, 이효숙 옮김 / 메타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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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려진 듯 그늘진 곳에 놓인 곰 인형이 쓸쓸해 보이는 표지가 제목과 어우러져 마음 한쪽을 아프게 한다.
1941년 9월부터 시행된 법령으로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에 아직도 존재하는 "X출산(익명출산)은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키고, 자신은 아이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X출산으로 아이를 낳은 엄마와 그리고 엄마에게 버린 받은 딸과 그 딸이 낳은 딸이 등장한다.

신중할 수 없었던 열일곱에 X출산으로 딸을 낳은 마틸드는 은퇴하기까지 좋은 선생님, 좋은 엄마로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낳았지만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던 딸을 그리워하며 늘 그 딸에게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쓴다.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던 열일곱 소녀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신이 버렸던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자신이 X출산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안 안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는 수치심에 괴로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엄마를 그리워한다.
자신이 버린 받은 아이라는 사실에 힘들어 하는 안느를 독려하는 든든한 딸 레아의 노력으로 다행히 자신의 뿌리를 찾게 된다.
처음엔 헤어져 지낸 시간만큼 서먹했던 마틸드와 안느도 열일곱 마틸드를 사랑을 이야기 할 만큼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나는 공개입양과 비밀입양의 두 가지 선택에서 주춤하며 고민하듯 어머니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로 하는 X출산문제에 관해서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고민하게 된다.
분명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부모를 알려줘야겠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X출산을 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엄마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다는 문제와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은 엄마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알린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많은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아 마틸드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안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그 중 몇몇은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 조국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낳아준 사실만으로 감사하고 그 엄마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록이 없는 탓인지 다시 자신들이 사는 나라로 돌아가는 그들을 볼 때 다시 한 번 버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부디 바람이 있다면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몰라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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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6-0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뷸 보니 무지 읽어보고픈 책이네요
 
우화 작가가 된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20
로이스 로리 글, 미디 토마스 그림, 이어진.이금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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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죤 선생님이 '이솝우화'를 읽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최고의 이야기꾼인 구니 버드는 자신만의 우화를 만들어보자는 건의를 하게 되고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자신의 이름의 첫 글자가 들어간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를 만들기로 한다.
반 친구들은 자신이 만든 우화를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구니 버드는 다소 흐름이 다른 이야기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해 각자가 지닌 문제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게 된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 멋진 모습을 보인다.
부끄럼쟁이 펠리시아는 홍학 우화를 만들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말콤 역시 맨드릴 우화를 통해 엄마를 이해하고 동생들을 사랑하게 된다.
나는 '우화 작가가 된 구니 버드'를 먼저 읽고 특별한 아이 구니 버드의 매력에 푹 빠져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를 찾아 읽었다.
전편에서 워터 타운 초등학교에 전학 온 구니 버드가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가는 걸 보며 반 전체 아이들을 우화 작가로 만든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개성이 너무 강해 엉뚱하게 보이기도 한 구니 버드가 이번에는 자신뿐 아니라 반의 친구들 모두를 우화작가로 만드는 모습은 공부가 꼭 책을 통해서, 수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게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피죤 선생님도 멋지고 아이들과 함께 행진할 수 있는 멋진 교장 선생님도 너무나 부럽다.
이렇게 스스로 실행하여 채득한 지혜야 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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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3
버나 알디마 지음, 김서정 옮김, 다이앤 딜론 외 그림 / 보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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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해 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서아프리카이야기를 독특한 그림으로 표현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를 재미있게 보았다.
그래서인지 우리와는 동떨어진 대륙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의 옛이야기 역시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프리카 옛이야기를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다시 쓰는 작업을 많이 했다는 버나 아데마의 글에 환상적이고도 독특한 느낌의 딜런 부부의 그림은 독자를 아프리카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다.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사람들과 동물 탈을 쓰며 연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조를 이루는 그림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옛날 옛날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토끼 한 마리가 살았단다.
토끼는 해 질 무렵이면 늘 문간에 앉아서 누가 지나가는 지 구경하곤 했는데 어느 날 저녁에 집에 들어가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집 안에서 “나는 길쭉이다. 나무도 통째로 먹어 치우고 코끼리도 밟아 뭉갤 수 있다. 썩 꺼져라! 안 그러면 너도 밟아 뭉개 버릴 테니까!”라는 걸걸한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지나가던 개구리는 그 모습을 보고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토끼는 코웃음을 “너같이 쪼끄만 게? 아도 못 하는 걸 네가 한다고? 날 뭘로 보는 거야. 저리 꺼져하며!” 무시해 버린다.
그 뒤로 자칼, 표범, 코끼리, 코뿔소가 차례로 등장하지만 제 힘만 과시하려다 오히려 토끼에게 피해만 잔뜩 입히고 만다.

큰 키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높은 점프력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대륙의 한 종족인 마사이족은 원색의 옷을 입고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부족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각광받는 마사이워킹 때문에 더 친숙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딜런 부부가 그린 마사이족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사이족 사이에 앉아 익살스러운 연극 한편을 보고 난 기분이다.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그저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막을 설치하는 걸로 시작되는 연극은 색다른 구경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 관객과 분주한 막 뒤 모습은 보여줘 독자 자신이 객석에 앉아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가면은 한 가지 표정에 멈추어있지만 딜런 부부의 가면은 동물의 특징은 물론 동물들이 겪는 상황과 숨기고 있는 속마음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연극 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사건을 해결한 개구리의 표정은 우왕좌왕 다른 동물들의 행동에 따라 변하고 있어 더 큰 즐거움을 준다.

멀리 무심한 듯 한가로이 걷던 수사자가 어느새 연극에 폭 빠지는 모습이나 하나 둘 몰려드는 사자 가족들은 그림책을 소리 내 읽다보면 하나둘 모여드는 아이들의 모습과 흡사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거기다 ‘눗’ ‘끄삐두, 끄삐두, 끄삐두’ ‘즛트, 즛트, 즛트’ ‘끄빠다 끄빠다’, ‘라스 라스 라스’, ‘느기시’ 등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프리카 토속어의 흉내 내는 말은 읽다보면 색다른 흥을 오르게 한다.

약하다고 무시했던 개구리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꼭 힘만이 최고가 아님을 역설하고 있어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을 읽고 교훈 한 자락 얻기 바라는 어른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있어 더 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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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곰팡이와 여행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3
오치 노리코.유재일 지음, 김주영 옮김, 정하진 그림, 아자와 마사나 사진, 김완규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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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하면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세균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를 얻기도 하고 곰팡이에 의한 발효를 통해 메주, 술, 치즈 등을 만든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의 ‘청소부 곰팡이와 여행하다’는 이렇게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곰팡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접사(接寫)했을 때 나름 개성 있는 예쁜 모습의 곰팡이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안녕, 곰팡이 쿠”와 곰팡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다룬 “앗, 곰팡이다!”로 나눠져 있다.
과학하면 어렵고 복잡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어린이에게 모티에렐라 곰팡이 쿠와 함께 하는 곰팡이 세계로의 여행은 과학이 바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곰팡이의 습성을 보다보면 우리가 더럽다고만 생각하던 곰팡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더욱 신기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나 곰팡이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앗, 곰팡이다!’는 곰팡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썩게 만들어’와 ‘다양하게 이용되지’는 곰팡이의 활약상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없애준다.
하지만 ‘곰팡이가 일으킨 역사 속의 사건’과 ‘집에서 곰팡이 키우기’는 우리에게 해로운 곰팡이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청결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저 지저분하고 습기 찬 곳에서 자라는 더러운 존재이기만 했던 곰팡이에 대해 읽으며 세상에는 나쁜 곰팡이와 좋은 곰팡이가 아니라 그냥 다양한 곰팡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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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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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의 하늘이는 입양아다.
정신과 의사에 청소년 고민 상담가인 엄마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인이다.
아빠 또한 치과의사로 국내 입양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뭐하나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딸이지만 너무나 유명한 부모덕에 덩달아 세상에 알려진 하늘이는 이 상황이 즐겁지만은 않다.

입양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야기는 특별한 입양아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에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나 역시 실제로 내가 엄마의 친딸인지 의심했고 고약스럽게 행동했던 적이 있었다.
또 하늘이처럼 종이 집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꿈꾸었기에 하늘이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늘 바쁜 엄마와 언제나 하늘이 편이 되어주는 아빠, 그리고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모진 말로 하늘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할머니까지 왠지 불안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가정이나 걱정 없고 고민 없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가끔은 서로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다가가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게 진정한 가족이기에 하늘이네도 특별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핏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공개입양보다는 비밀입양이 익숙한 탓인지 텔레비전을 통해 입양 가족의 사연을 보게 되면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렇게 공개적으로 입양 사실이 알려지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나 역시 입양아라면 다시 한 번 쳐다보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인지 결정하기가 힘들다.

비밀입양을 선호하는 까닭은 그 사실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알았을 때의 주위 사람들의 특별한 시선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비밀입양으로 자란 한강이와 처음부터 공개입양으로 자란 하늘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정답을 찾지 못했다.
친엄마로 알고 살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어디로 낳거나 말거나, 왜 다들 그것만 신경 쓰는 거야.”라고 말하는 한강이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하늘이를 보며 고민만 커져간다.

하지만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늘이를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어렴풋한 해답을 찾을 수는 있었다.
다소 거칠지만 그 말 속에 진정한 사랑이 담겨있기에 하늘이도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가족  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멈아, 하늘이 동상도 똑 하늘이만큼만 키워라.”는 할머니의 말에 덩달아 내 코끝도 찡해져 옴을 느끼게 된다.

많고 많은 날들 중 어떤 날은 싸우고 부대끼고 분명 등 돌릴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란히 놓인 현관의 다섯 켤레의 신발을 보며 험난한 세상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하늘이와 바다가 특별한 입양아가 아닌 사랑스러운 엄마아빠의 자식으로 건강하게 자라 것을 믿기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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