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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ㅣ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13살의 하늘이는 입양아다.
정신과 의사에 청소년 고민 상담가인 엄마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인이다.
아빠 또한 치과의사로 국내 입양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뭐하나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딸이지만 너무나 유명한 부모덕에 덩달아 세상에 알려진 하늘이는 이 상황이 즐겁지만은 않다.
입양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야기는 특별한 입양아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에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나 역시 실제로 내가 엄마의 친딸인지 의심했고 고약스럽게 행동했던 적이 있었다.
또 하늘이처럼 종이 집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꿈꾸었기에 하늘이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늘 바쁜 엄마와 언제나 하늘이 편이 되어주는 아빠, 그리고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모진 말로 하늘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할머니까지 왠지 불안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가정이나 걱정 없고 고민 없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가끔은 서로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다가가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게 진정한 가족이기에 하늘이네도 특별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핏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공개입양보다는 비밀입양이 익숙한 탓인지 텔레비전을 통해 입양 가족의 사연을 보게 되면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렇게 공개적으로 입양 사실이 알려지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나 역시 입양아라면 다시 한 번 쳐다보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인지 결정하기가 힘들다.
비밀입양을 선호하는 까닭은 그 사실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알았을 때의 주위 사람들의 특별한 시선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비밀입양으로 자란 한강이와 처음부터 공개입양으로 자란 하늘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정답을 찾지 못했다.
친엄마로 알고 살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어디로 낳거나 말거나, 왜 다들 그것만 신경 쓰는 거야.”라고 말하는 한강이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하늘이를 보며 고민만 커져간다.
하지만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늘이를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어렴풋한 해답을 찾을 수는 있었다.
다소 거칠지만 그 말 속에 진정한 사랑이 담겨있기에 하늘이도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가족 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멈아, 하늘이 동상도 똑 하늘이만큼만 키워라.”는 할머니의 말에 덩달아 내 코끝도 찡해져 옴을 느끼게 된다.
많고 많은 날들 중 어떤 날은 싸우고 부대끼고 분명 등 돌릴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란히 놓인 현관의 다섯 켤레의 신발을 보며 험난한 세상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하늘이와 바다가 특별한 입양아가 아닌 사랑스러운 엄마아빠의 자식으로 건강하게 자라 것을 믿기에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