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와 자주색 크레파스 해럴드 시리즈 1
크로켓 존슨 지음, 서애경 옮김 / 비룡소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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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해럴드를 처음 만난 건 EBS를 통해 방영되던 만화에서다.
아마도 포동이라는 이름으로 작고 포동포동한 아이가 자주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원하는 것을 그리면 현실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네다섯 살쯤이던 아들은 포동이에 푹 빠진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자기도 자주색 색연필을 갖고 싶다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낯익은 포동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한동안 아이는 매일 밤 해럴드를 읽어야 잠이 들곤 했었다.

어느 날 밤 크레파스를 가지고 놀던 해럴드는 달밤 산책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달밤이니 달도 하나 그리고 산책할 길도 그리고 작은 숲엔 사과가 빨갛게 익은 사과나무 한그루 그리고.........
사과를 지켜줄 용을 그리는 데 정작 해럴드는 자신이 그린 용이 무섭기만 하다.
용을 피해 시작된 해럴드의 모험은 시작되고 해럴드는 무사히 달밤 산책을 마칠 수 있을지........

아이가 해럴드에 열광했던 가장 큰 이유는 쓱쓱 그림을 그리면 현실이 된다는 사실과 기존에 존재한 세상에 해럴드가 그림을 그려 넣는 게 아닌 그야말로 하얀 백지위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 그리는 그림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창조해내는 세상, 멋지지 않은가?
이 그림책을 읽을 때쯤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안 돼”가 아닐까 싶다.
위험하니 안 되고, 더러워서 안 되고........
그런데 해럴드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자신이 그린 세상을 자유롭게 경험하며 모험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해럴드가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건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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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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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왠지 우울한 표정의 소년이 있는 표지가 그 어떤 화려한 그림보다 눈과 마음을 사로 잡는다.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 중 하나인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구니버드의 작가인 로이스 로리다.

어느새 아주 늙어 할머니가 된 캐티가 너무 울적하고도 복잡해 모두가 말릴 이야기를 증손자들에게 들려주려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을의 유일한 의사인 아빠의 왕진을 따라다니기도 하는 캐티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인 여덟 살짜리 소녀이다.

어느 날 집안일을 도울 페기가 오게 되면서 페기의 동생인 제이콥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제이콥은 정신지체아로 말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어떤 교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소리를 잘 흉내 내고 동물을 사랑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특히 엄마에게 버린 받은 새끼 양에게 새로운 엄마를 만들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다.

캐티와 제이콥은 다른 이들에게는 특별해 보이는 우정을 쌓아가고 캐티에게는 메리라는 동생이 태어난다.
캐티의 옆집 비숍씨 댁에는 활달하고 화려한 성격의 꿈이 영화배우인 넬이라는 페기와 전혀 다른 성격의 언니가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넬과 비숍 씨의 장남 폴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알려지면서 넬은 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리고 비바람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넬은 아이를 낳게 되고 태어난 아이를 거들떠보지 않자 제이콥은 새로운 엄마를 찾아주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제이콥의 진심은 캐티를 뺀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제이콥은 보호시설인 어사일럼에 보내지게 되고 그 후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나와 다른 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보다는 일정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제이콥이 살던 시대는 분명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대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역시 그들을 이해하기보다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제이콥은 다른 사람들과 단지 다를 뿐”이라고 말하는 아빠와 그런 제이콥을 이해하는 캐티의 우정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우정이 아닌가 싶다.
만약 다른 사람들도 제이콥의 다름을 인정하고 제이콥의 다름이 잘못이 아님을 알았더라면 열네 살 소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작가가 이야기에 맞춰 하나하나 찾아낸 사진은 정말 어느 시골 마을에 제이콥이라는 이 세상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소년과 그 소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해 주었던 캐티가 실제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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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야곱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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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사랑한 야곱”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 사라가 사랑하는 야곱이 언제쯤 등장하는지 궁금해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절반을 읽어도 야곱이라는 멋진 남자는 나오지 않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게 되었다.
야곱은 사라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성경에 나온 인물이었고 쌍둥이 중 한명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인물이란다.

작은 라스 섬에 살고 있는 사라와 캐롤라인 역시 성경의 에서와 야곱처럼 쌍둥이로 태어났다.
부모의 축복은 물론 하나님의 사랑까지 독차지한 에서처럼 캐롤라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이의 관심을 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아름답고 음악에 대한 재능까지 뛰어나다.
하지만 튼튼하게 태어난 까닭에 쌍둥이 동생 캐롤라인이 태어난 순간부터 어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언니 사라는 콜과 함께 게를 잡아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돕고 캐롤라인은 이런 사라의 도움으로 육지로 성악레슨을 받으러 다닌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섬에 50년 전 폭풍이 두려워 돛대를 베어버리고 섬을 떠났던 월리스 할아버지가 돌아온다.
콜과 사라는 할아버지와 가까워지게 되고 사라는 할아버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단단해 보이던 할아버지와 콜과 사라 사이에 고양이 사건으로 인해 캐롤라인이 끼어들게 되면서 변화가 오지 시작한다.
캐롤라인은 언제나처럼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주인공이 되고 사라는 주변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콜은 해군이 되어 섬을 떠나고 캐롤라인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음대에 입학하게 되지만 사라는 여전히 섬에 남아 아버지를 돕게 된다.

사랑은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답답하기만 한 자신의 환경에 변화를 줄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라에게 할아버지가 던진 한마디는 사라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게 한다.
“사라 루이스. 아무도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 거야, 얘야, 하지만 먼저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단다.”
엄마는 이 작은 섬에 살게 된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라가 엄마의 똑같은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절대 말리지 않겠다고 사라의 선택의 힘을 실어준다.

사라는 자신의 선택으로 간호 조산원이 되고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쌍둥이로 약하게 태어난 아이를 살리며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아기를 안아 주세요. 할 수 있는 한 오래 안아 주세요. 아니면 아기 엄마가 안아 주게 하세요.”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바구니 안에서 자고 있어야 했던 다른 쌍둥이에게 보이는 관심은 사라 스스로 받고 싶었던 관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모두 똑 같이 사랑을 나누어 준다고 생각하지만 꼭 자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사라의 눈이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읽어지는 책은 왠지 내가 은연중에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편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지만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따끔한 충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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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러브 메타포 8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메타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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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많고 많은 사랑 중에 가장 아프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사랑은 아마도 첫사랑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감정이 잘 정리되지도 않을뿐더러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어 서툴고 낯선 감정 때문에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되지만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바로 첫사랑이다.
그런데 ‘하드 러브’ 속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속설이 사랑이 시작되면서부터 현실로 다가오는 그런 힘든 사랑이다.

자신을 감정결핍이라고 말하고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 없는 듯 까칠한 소년 존은 지오라는 필명으로 1인 잡지를 내고 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이혼을 강행한 아빠와는 주말마다 만나지만 부자간의 정 따위는 관심도 없는 아빠 덕에 거의 혼자서 주말을 보낸다.
엄마 역시 이혼의 충격으로 존을 차갑게 대하고 만지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런 존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당당히 밝힌 1인 잡지 <탈출속도>의 마리솔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마리솔 역시 입양아라는 사실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매사에 간섭하는 엄마와 커밍아웃 후 처음으로 사귄 연인과의 이별 때문에 힘들어 한다.
서로 다른 환경과 서로 다른 성적 취향에도 불구하고 1인 잡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존은 마리솔을 사랑하게 된다.

존과 마리솔은 세상에 관심 없는 척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숨기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존은 여전히 자유로운 아빠에게 무관심하고 엄마의 남편이자 자신의 새 아빠가 될 앨 아저씨에게도 무덤덤하게 대한다.
마리솔 역시 친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사실과 첫사랑에 버린 받는 사실에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세상에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살기에 너무 팍팍한 고행일 것이다.
하지만 나 말고도 각자 감당해야 할 고통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세상이 좀 더 부드럽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1인 잡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울림을 글로 쓰면서 성숙해져 가는 아이들을 보며 고통은 숨긴다고 절대 없어지거나 옅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양부모를 떠나는 것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탈출하는 마리솔이나 자신의 고통을 부모에게 알리고 1인 잡지 모임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엄마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는 존을 보며 어른보다 한 발작 앞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애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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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일은 희망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6
조앤 바우어 지음, 고은광순 옮김, 정다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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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희망찬 호프는 보통 사람의 눈에는 불우한 아이로 비춰진다.
호프에 엄마는 식당 종업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유로 엄마 노릇을 포기하고 이모에게 호프를 맡기고 떠나버린다.
요리사인 이모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호프는 주인에게 사기를 당해 더 작은 도시로 떠나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도 내일은 희망’은 2001년 뉴베리 영예 도서에 영광을 안은 소설로 고은광순님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을 위한 흥미진진한 정치 동화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정치는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동화를 읽다보면 정치라는 게 국회의원이나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닌 우리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그 참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호프와 이모가 일하게 된 식당의 주인 스툽은 백혈병 환자지만 멀허니의 엘리 밀스턴 시장이 대기업과 결탁해 8년 동안 시장 직을 수행하며 무수한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시장선거에 출마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시장선거에 도전하게 된다.
하지만 스툽의 경력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세력들은 방해공작을 펼치게 되면서 호프를 비롯한 청소년들과 그를 이해하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불의에 당당히 맞서게 된다.

조금은 생소한 정치동화지만 단순히 시장선거만을 다루고 있지 않고 호프가 점차 자신을 인정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함께 담고 있어 딱딱하지 않다.
특히나 선거운동중의 상대방의 협박, 거짓말, 흑색선전 등을 슬기롭게 처리해 가는 모습이 박진감 있게 펼쳐져 긴 이야기지만 지루함을 모르고 읽게 된다.

우리는 우리 일을 대신 해줄 인물을 뽑는 선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 하나가 모여 우리가 되고 그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선거에 대해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명예나 욕심이 아닌 진정한 정치를 위해 시장선거에 도전한 스툽씨 같은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치란 권력이나 통제나 여론 조작과는 관계없는 거야. 그건 어떻게 하면 최대한으로 서비스하느냐 하는 거지.”
(스툽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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