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러브 메타포 8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메타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 많고 많은 사랑 중에 가장 아프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사랑은 아마도 첫사랑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감정이 잘 정리되지도 않을뿐더러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어 서툴고 낯선 감정 때문에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되지만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바로 첫사랑이다.
그런데 ‘하드 러브’ 속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속설이 사랑이 시작되면서부터 현실로 다가오는 그런 힘든 사랑이다.

자신을 감정결핍이라고 말하고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 없는 듯 까칠한 소년 존은 지오라는 필명으로 1인 잡지를 내고 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이혼을 강행한 아빠와는 주말마다 만나지만 부자간의 정 따위는 관심도 없는 아빠 덕에 거의 혼자서 주말을 보낸다.
엄마 역시 이혼의 충격으로 존을 차갑게 대하고 만지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런 존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당당히 밝힌 1인 잡지 <탈출속도>의 마리솔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마리솔 역시 입양아라는 사실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매사에 간섭하는 엄마와 커밍아웃 후 처음으로 사귄 연인과의 이별 때문에 힘들어 한다.
서로 다른 환경과 서로 다른 성적 취향에도 불구하고 1인 잡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존은 마리솔을 사랑하게 된다.

존과 마리솔은 세상에 관심 없는 척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숨기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존은 여전히 자유로운 아빠에게 무관심하고 엄마의 남편이자 자신의 새 아빠가 될 앨 아저씨에게도 무덤덤하게 대한다.
마리솔 역시 친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사실과 첫사랑에 버린 받는 사실에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세상에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살기에 너무 팍팍한 고행일 것이다.
하지만 나 말고도 각자 감당해야 할 고통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세상이 좀 더 부드럽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1인 잡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울림을 글로 쓰면서 성숙해져 가는 아이들을 보며 고통은 숨긴다고 절대 없어지거나 옅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양부모를 떠나는 것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탈출하는 마리솔이나 자신의 고통을 부모에게 알리고 1인 잡지 모임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엄마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는 존을 보며 어른보다 한 발작 앞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애잔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