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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왠지 우울한 표정의 소년이 있는 표지가 그 어떤 화려한 그림보다 눈과 마음을 사로 잡는다.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 중 하나인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구니버드의 작가인 로이스 로리다.
어느새 아주 늙어 할머니가 된 캐티가 너무 울적하고도 복잡해 모두가 말릴 이야기를 증손자들에게 들려주려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을의 유일한 의사인 아빠의 왕진을 따라다니기도 하는 캐티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인 여덟 살짜리 소녀이다.
어느 날 집안일을 도울 페기가 오게 되면서 페기의 동생인 제이콥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제이콥은 정신지체아로 말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어떤 교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소리를 잘 흉내 내고 동물을 사랑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특히 엄마에게 버린 받은 새끼 양에게 새로운 엄마를 만들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다.
캐티와 제이콥은 다른 이들에게는 특별해 보이는 우정을 쌓아가고 캐티에게는 메리라는 동생이 태어난다.
캐티의 옆집 비숍씨 댁에는 활달하고 화려한 성격의 꿈이 영화배우인 넬이라는 페기와 전혀 다른 성격의 언니가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넬과 비숍 씨의 장남 폴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알려지면서 넬은 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리고 비바람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넬은 아이를 낳게 되고 태어난 아이를 거들떠보지 않자 제이콥은 새로운 엄마를 찾아주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제이콥의 진심은 캐티를 뺀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제이콥은 보호시설인 어사일럼에 보내지게 되고 그 후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나와 다른 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보다는 일정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제이콥이 살던 시대는 분명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대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역시 그들을 이해하기보다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제이콥은 다른 사람들과 단지 다를 뿐”이라고 말하는 아빠와 그런 제이콥을 이해하는 캐티의 우정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우정이 아닌가 싶다.
만약 다른 사람들도 제이콥의 다름을 인정하고 제이콥의 다름이 잘못이 아님을 알았더라면 열네 살 소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작가가 이야기에 맞춰 하나하나 찾아낸 사진은 정말 어느 시골 마을에 제이콥이라는 이 세상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소년과 그 소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해 주었던 캐티가 실제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