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여름 어느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발키리 독극물에 9명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범인은 같은 반의 친구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않았던 우에다였다.우에다는 바로 체포돼 소년원에 보내지게 되고 사건은 ‘목요일의 아이’라고 명명된다.사건 7년 후 소설의 화자인 시미즈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 하루이코를 둔 가나에와 결혼하게 된다.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하루이코는 엄마의 결혼으로 목요일의 아이 사건이 벌어졌던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시미즈는 함께 살게된 아들에게서 정체모를 공포를 느끼게 된다.소설은 사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나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벌어지는 학교 폭력과 가장 사랑하고 아껴야 할 존재인 가족에게 행해지는 폭력, 그리고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소년범이 그럴듯한 궤변을 진리라고 설파하는 모습까지 모든 일들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옳지 않은 자신의 생각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고 거악이 되는 가를 보여주는 장면은 우리도 부지불식간에 당하는 가스라이팅의 전형이라 더 무서웠다.특히나 가스라이팅 상대가 아이들일 경우 게임으로 생각하며 쉽게 다가갔다 피해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온 신경을 건드렸다.특히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시미즈를 보며 진짜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핏줄로 연결된 가족이라고 해도 진짜 가족이 아닐 수 있듯이 나중에 부모 자식이 된 사이라도 얼마든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해답을 얻게 된다.나는 진짜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나 생각이 깊어진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의 영화나 드라마,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본 독자나 시청자에게 이야기 끝을 마무리하게 하는 것은 창작자의 소임을 다 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운 것 같아서다.그리고 끝맺음을 찾아 며칠씩 씩씩거리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를 고민하는 게 영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이야기의 끝’은 작가의 전작들을 재미나게 읽었고 “추리소설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가 순한 맛으로 돌아왔다.”는 문구에 혹해 고른책이다.그러다 보니 첫번째 이야기 “하늘 저편”을 읽고 이게 뭐야 싶었다.거기다 작가의 친절한 말씀은 이게 이야기의 끝이라고 못 박는 것 같아 언제나 명료한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 온 탓에 배신감마저 느꼈다.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단편인줄 알았다.그런데 작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다음 이야기들은 첫번째 챕터의 단편소설이 생명력을 잃지않고 세월을 넘어 사람들의 손에 차례차례 전해지며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춰 결말에 도달한다는 내용이었다.암에 걸렸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여행을 온 여성, 꿈을 포기하고 가업을 잇기 위해 여행을 온 청년, 작가라는 꿈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찾아낸 사회 초년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인생에 절망한 라이더 아저씨, 그리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혼자라고 생각하는 중년의 커리어우먼까지 결말 없는 소설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각자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맺는다.책을 읽는 내내 홋가이도 유명 여행지를 찾아가며 읽었다.여행지에서는 누구나 느긋해지고 열린 마음이 되어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그래서 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전하는 소설을 자연스럽게 받아 읽고 자신만의 결말을 만들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하지만 나는 읽은 내내 첫번째 이야기 하늘 저편의 결말을 생각했고 마지막 반전(?)에서 그 수수께끼는 다 풀렸고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독자는 자신만의 결말을 만들 수 있고 마지막에는 작가의 결말까지 얻을 수 있어 처음과 다르게 참 친절한 작가라고 칭찬하게 된다.갈 곳을 잃어 헤매던 이야기는 돌고 돌아 주인을 찾아가는 기적을 만들었고 인간사 걱정없고 고민없는 이가 어디있을까하는 큰 깨달음을 얻으며 책을 덮는다.
처음 알게 된 작가다.인터넷 서점의 추천 마법사가 추천해 준 책이니 내용도 작가에 대해서도 무지한 상태로 읽었다.앞에 1929년 일제강점기 탐정이야기를 읽었으니 미군정기 이야기를 읽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책을 고르는 데 한 몫 했다.미군정기에 미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저명한 윤박 교수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범인은 미군으로 밝혀졌지만 미군정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까 언론은 세 명의 여성 용의자를 발표한다.잡지의 편집자 선주혜, 가장주부이지만 과거가 발목을 잡혀 윤박에게 유린당한 윤선자, 그리고 윤박의 제자이지만 모든 것을 빼앗긴 현초의가 그들이다.종로경찰서 소속 검안의인 가성과 신문기자인 운서가 범인으로 지목된 여자들과 윤박 교수와의 관계를 캐기 시작한다.그리고 세 명의 여성들이 공교롭게도 윤박 교수가 죽던 날 그와 다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소설은 범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아닌 누명을 쓴 세 여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변태로 보이는 가성과 운서, 그리고 현초의와 에리카의 사랑이야기를 하며 이해 받지 못하는 이들의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책을 읽으며 세상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우리는 지금도 나와 다른 정체성이나 사상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터부시하며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내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어쩌면 그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그녀들은 인텔리이든 필부든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던 남자에게 억울하게 당한다.과연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억울하지 않고 공정과 상식 속에서 살고 있는 가 머리가 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마고할미 이야기는 아이들의 그림책에서 처음 접하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설화가 있구나 하며 신기해 했는데 미군정기의 마고는 답답함만을 안겨준다.용감한 여성탐정이야기일거라는 기대는 깨졌지만 소설 속 여성들과 소설 밖 여성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 생각을 정리해 본다. 🐍 소설 뒤 참고문헌의 목록을 살피며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조사를 하고 소설을 썼는지 감히 상상을 해 보았다.작가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부족한 나의 생각을 정리한 뒤 읽은 김보경 선생의 작품해설은 내가 쓴 글을 부끄럽게 한다.하지만 작품해설을 읽으며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실마리를 확실히 잡은 것 같아 감사하다.아마도 조만간 작가님의 다른 책도 찾아 읽을 것 같다.
얇은 책이지만 며칠에 걸쳐 읽었다.직업도 인종도 사는 곳도 다양한 21명의 필진이 모여 자연의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짧은 20편의 글은 작가 자신들이 느끼고 보는 자연을 이야기하지만 독자에게 자연을 함께 사랑하자고 강요하고 잘못하고 있다고 질책하지 않아 좋다.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고 즐기다 그대로 떠나는 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유명한 석학의 글도 좋지만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이들이 느끼는 자연의 경의로움은 특별하지 않아 더 좋다.특히 콜로라도 걸라이어스산의 브로슬콘소나무 이야기가 인상 깊다.외향적으로도 특히한 나무가 긴 시간,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은 걸 보며 미약한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나는 2주에 한 번씩 동네 도서관 나들이를 한다.그리고 꼭 도서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라떼 한 잔을 산다.예전에는 카페 안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며 커피를 마시고 왔기에 당연히 카페에서 제공하는 컵을 사용했다.하지만 봄부터 커피를 사서 근처 공원에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 오면서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커피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오곤 했다.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수없이 생산해 낸 일회용 컵이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저 번주 토요일에 도서관에 가는 길에는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갔다.그런데 또 애석하게도 편하게 마시려고 일회용 빨대를 하나 얻었다.그리고 공원에 한참을 앉아 에어컨이 아닌 미지근한 바람과 시끄러운 매미 소리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꼈다.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을 강요하지 않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 큰 울림을 준 책은 텀블러라는 작은 실천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 만으로 제 몫을 다 한 듯 하다.*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 받아 읽은 책입니다.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은 은일당 이야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1편보다 재미있는 두번 째 이야기다.더운 여름 경성에선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남산에는 해수구제라는 미명하에 순사들이 포진해 있다.친구인 세르게이 홍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에드가 오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다시 경찰서에 잡혀 가게 된다.다행히 살인혐의를 벗지만 친구는 쉬 만날 수 없고 경찰은 세르게이 홍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1편이 개인적인 일로 살인이 벌어졌다면 2편은 더 슬프고 잔인하며 안타까운 이유로 살인이 일어난다.일제 강점기의 우리 백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동대지진과 조선인학살 같은 큰 사건도 등장한다.그리고 에드가 오가 왜 그토록 발음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과 선화가 신문을 정독하는 안타까운 이유도 등장한다.에드가 오는 차분해 졌고 선화는 더 당차고 똑똑해 졌다.그리고 사건은 더 거대해지고 촘촘해 졌다. 1편에서 스스로 탐정이라고 외쳤지만 정작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 에드가 오가 이번 편에서는 자신의 위치에서 사건 해결에 큰 몫을 해 낸다.여전히 여자들은 똑똑하고 용감하며 두려움이 없는 존재들로 등장한다.누구나 알고 있는 일제시대의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 더 처연하게 다가온다.평범한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그 시대를 살았고 또 누군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었던 시대였다.모두가 애국자가 아니라 더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읽힌다.2권을 덮자마자 3권이 기다려 진다.과연 연주와 선화 사이의 비밀은 무엇이고 모던 보이의 신상에 다른 변화가 없을 지 궁금해진다.소설을 읽으며 드라마로 제작 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출판사에서 선물 받아 즐겁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