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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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알게 된 작가다.
인터넷 서점의 추천 마법사가 추천해 준 책이니 내용도 작가에 대해서도 무지한 상태로 읽었다.
앞에 1929년 일제강점기 탐정이야기를 읽었으니 미군정기 이야기를 읽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책을 고르는 데 한 몫 했다.

미군정기에 미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저명한 윤박 교수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미군으로 밝혀졌지만 미군정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까 언론은 세 명의 여성 용의자를 발표한다.
잡지의 편집자 선주혜, 가장주부이지만 과거가 발목을 잡혀 윤박에게 유린당한 윤선자, 그리고 윤박의 제자이지만 모든 것을 빼앗긴 현초의가 그들이다.

종로경찰서 소속 검안의인 가성과 신문기자인 운서가 범인으로 지목된 여자들과 윤박 교수와의 관계를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 명의 여성들이 공교롭게도 윤박 교수가 죽던 날 그와 다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범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아닌 누명을 쓴 세 여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변태로 보이는 가성과 운서, 그리고 현초의와 에리카의 사랑이야기를 하며 이해 받지 못하는 이들의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세상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는 지금도 나와 다른 정체성이나 사상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터부시하며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내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어쩌면 그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녀들은 인텔리이든 필부든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던 남자에게 억울하게 당한다.
과연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억울하지 않고 공정과 상식 속에서 살고 있는 가 머리가 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고할미 이야기는 아이들의 그림책에서 처음 접하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설화가 있구나 하며 신기해 했는데 미군정기의 마고는 답답함만을 안겨준다.
용감한 여성탐정이야기일거라는 기대는 깨졌지만 소설 속 여성들과 소설 밖 여성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 생각을 정리해 본다.

🐍 소설 뒤 참고문헌의 목록을 살피며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조사를 하고 소설을 썼는지 감히 상상을 해 보았다.
작가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부족한 나의 생각을 정리한 뒤 읽은 김보경 선생의 작품해설은 내가 쓴 글을 부끄럽게 한다.
하지만 작품해설을 읽으며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실마리를 확실히 잡은 것 같아 감사하다.
아마도 조만간 작가님의 다른 책도 찾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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