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씨의 포옹
정은혜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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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로 차별과 편견없이 세상을 보고 있는가?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차별과 편견없이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다는 말은 할 수 있으나 이 기본적인 것을 노력해야만 한다는게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다.

은혜씨보다 엄마인 장차현실씨를 먼저 알았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만화가로 소개된 tv프로였다.
그때 함께 출연한 아이가 은혜씨였던 것 같다.

그 은혜씨가 유명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그의 그림이 소개되고 드디어는 그림 에세이로 출간됐다.
언제나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은혜씨의 그림과 글을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본다.

항상 벽을 치고 살아왔는데 가끔은 함께 하는 포옹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은혜씨의 순수하고 마음 따듯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한순간 내 스스로 선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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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 볼수록 매혹적인 우리 유물
이소영 지음 / 낮은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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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예쁜 책이다.
우리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세계로 벋어가는 K-컬처를 이야기하지만 진짜 우리 유물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나는 책에 소개된 물건 중 실제로 사용하거나 사용한 것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어쩌다 우리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입으로는 말하며 모든 물건들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건지.

화려하게,단아하게,재미있게,쓸모 있게 예쁜 것들이 소개된다.
멋진 사진들과 물건에 대한 짧은 설명글은 앉은자리에서 읽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 꽂아둘 책이 절대 아니다.
두고 두고 들여다보며 잊혀져 가는 우리 유물들을 되새기게 도와줄 유용한 책이다.

나는 특별히 물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책에 소개된 몇몇 유물들은 탐이 나기도 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쇠뿔인 화각으로 만든 화각 함은 특별한 물건을 안에 넣어두지않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부유해진 것 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금으로 만들어 탐 나는 건 아니지만 고급스럽고 화려한데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금 귀이개는 꼭 하나 갖고 싶다.

“백자 청화 복숭아 모양 연적”은 책상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 할 것처럼 단아하고 아름답다.
이런 류의 책을 보며 웃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청자 원숭이 모양 먹 항아리”의 원숭이를 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원숭이가 항아리를 들고 웃는 모습은 원래 용도가 아닌 장식품으로서 훌륭할 듯해 자꾸만 보게 된다.

아쉬움이라면 이 좋은 책에 나오는 유물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얼마전에 사철 제본되어 펼침이 좋은 책을 읽은 후라 그 마음이 더 크다.
출판사에서도 여러 고민은 했다는 데 책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제대로 된 유물 사진을 보고 싶다.
두 페이지에 걸쳐 인쇄된 사진이 겹쳐져 보여 가려진 사진의 일부만 보고만 듯한 아쉬움이 크다.
이 것만 개선된다면 정말 예쁘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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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과 고양이 사노 요코 그림책 1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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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첫 그림책이다.

“뭔가 떨어져 있는 건 없을까?”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짱과
“뭔가 떨어지지 않을까?” 위를 올려다보는 고양이는
참 다정한 사이지만 성격은 정 반대인가 보다.

산책길에 아주 커다랗고 반짝이는 풍선을 발견한 고양이가 먼저 풍선을 잡지만 풍선이 욕심난 수짱은 풍선을 갖고 집으로 도망친다.
수짱은 약 올리듯 풍선과 다정히 놀고 고양이는 창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일찍 들판으로 나간 고양이는 엄청나게 많은 풍선을 갖게 된다.

풍선을 하나 갖고 있는 수짱과 많은 풍선을 갖게 된 고양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풍선이 없었을때 수짱과 고양이는 ‘쪽’ 뽀뽀도 하고 간식도 함께 먹고 옷입히기 놀이도 하고 목욕도 하고 함께 잠들었을 것이다.
처음에 고양이는 자신이 잡은 풍선을 가져간 수짱이 미워 “내 풍선! 내 풍선!”을 외쳤지만 뜬 눈으로 밤을 센 고양이는 풍선에 대한 욕심보다는 친구 수짱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더 컷을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그 많은 풍선을 날리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살다보면 별 것 아닌 것을 지키려다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그게 눈에 보이는 크고 화려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나는 혹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커다란 풍선을 손에 넣기위해 진짜 소중한 것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림책을 보며 생각해 본다.
글이 재미있는 건 물론 고양이와 수짱의 변화하는 얼굴 표정을 보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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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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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소개가 아니었음 그냥 지나쳤을 책이다.
책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을 요량을 그만 두기로 했다.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빨치산 아버지가 만우절도 아닌 날 거짓말처럼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생을 마감한다.
장례가 치러지는 3일동안 찾아오는 문상객과의 인연과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로 소설은 전개된다.

소설 속 장례식은 말도 못하게 슬프거나 엄숙하지 않다.
천수를 누리고 잘 사시다 가신 분의 장례식에 가보면 손님들은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오랜만의 만난 얼굴들이 반가워 왁자지껄해진다.
상주들 역시 상을 치루는 내내 울지않는다는 걸 알 것이다.
딱 그런 장례식이다.

연좌제가 존재해 사돈에 팔촌이 빨갱이여도 불이익을 당했던 시절에 내 형제가 지리산 빨치산이었다면 세상의 대우가 어떠했을지는 짐작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작은아버지의 마음도 이해되고 끝끝내 무정하지 못한 형제의 마음도 그대로 전해져 눈물이 차오른다.
위대한 혁명가였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장 크게 품고 산 고상욱씨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다.

소설은 가슴이 울렁울렁하면서도 재미있다.
아버지의 만능 치트키인 사회주의자, 혁명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면 설핏 웃음이 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딸의 인물평을 하의 상으로 내릴 정도의 냉철함을 잃지않는 모습도 멋지다.
나는 고향을 멀리 떠나본적이 없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를 따로 찾아보지 않고도 그 미묘함까지 알 수 있었다.
잊고 있던 단어 “항꾼에”를 만난 것 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 항꾼에 이 재미나고 눈물 나는 책 읽고 행복한 시간가져보아요^^

첫 문장
아버지가 죽었다.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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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안전가옥 오리지널 1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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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끝나고 프로듀서의 말중 장르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글이 있다.

이 소설은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9개의 장로 이루어져 각 장마다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은 각각의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가 된다.

소설을 읽으며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추리 소설 어떤 장르를 붙여도 수긍할 만한 이야기다 싶다.

 

어떤 이유로 놀이공원에 갔던 사람들이 젤리로 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험한 기운의 인물이 출현은 하지만 그가 인간을 젤리로 만들고 얻는 게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인간들을 젤리로 만드는지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젤리가 됐거나 젤리화되는 것을 믿음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이들 모두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를 둔 아이, 엄마와 단둘이 살며 힘든 엄마를 보는 아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돈으로 생각하는 청년, 막 이별한 남녀 등등 모두 우리가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젤리가 된다는 엉뚱한 이야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주아와 유지의 선택이 마음 아프다.

 

작가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과 세상에 비일비재한 일을 젤리라는 매개를 통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이야기하며 등장 인물들 중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닮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세상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젤리가 되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고 그러니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바르고 행복하게 살라고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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