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을 읽고 오랫동안 생각했다.요스케는 인생의 파국을 맞을 만큼 나쁜 사람이었을까?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모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여자 친구도 있고 친구들과 주변인들과도 별문제가 없다.특별한 즐거움이나 변화가 없는 그 또래들의 비슷한 생활을 하는 요스케는 새로운 여자친구인 아카리와 환승 연애를 시작하며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실제로 요스케 같은 젊은이를 만난다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목표가 확실하고 여자 친구에게도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로 보일 것이다.어쩌면 요스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특별하지 않는 사람이다.요스케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지만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그냥 또래들과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하고 사는 젊은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내내 마음 한 켠이 불안하고 뒤숭숭했다.아마도 비슷한 나이의 아들들이 있어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또한 현재를 사는 청년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암울함이 그대로 전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아들들 앞에서 “라떼는”는 시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게 남편과 이야기 할때는 “요즘 애들”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만다.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젊음은 언제나 불안하고 불투명한 것이다.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하지만 그 때를 지나는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를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비로소 편안하지는 요스케의 모습이 인생의 끝에 다다른 이의 모습같아 마음이 아프다.많은 청년들이 젊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는 현실을 어떤 긴 소설보다 잘 그린 것 같다.🎁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신 시월이일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저자인 스티븐 어스태드는 노화를 진화생물학적으로 분석하는 생물학자이자 노화학자다.사실 노화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노화학이 생소해서인지 40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연구한 저자의 이름이 생소하다.저서는 자연에서 그리고 실험실에서 오래사는 생물들을 비교 소개하며 장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모두 4부로 이루어진 책은 하늘,땅, 바다에서 오래 사는 동물들과 인간의 장수에 대해 설명한다.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냐에 따라 대부분 실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분야가 있는 반면 동물의 일생을 연구하는 노화학은 연구의 상당부분을 자연에서 직접 관찰하는 학문이다.인간이 기르는 동물이 아닌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아무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도 자연 상태의 동물이라면 정확한 생년월일을 아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그래도 사는 곳이 한정된 동물은 관찰하기가 용이하겠지만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수만킬로를 이동하는 새의 경우는 아무리 표식을 해 둔다고 해고 한 개체를 일생에 여러 번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거북은 장수하는 동물이라고 다 알고 있지만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거북은 인간이 동물의 장수에 관심을 가진 기간이 짧은 탓에 200년을 살았다는 거북의 장수를 보증해 줄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물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어류는 비늘,이석,뼈로 된 지느러미 기조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대부분의 조개의 경우 껍질의 나이테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고 상어의 경우 특이하게도 척추의 나이테로 연령을 측정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저자는 동물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연구하고 인간의 장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그러나 인간은 현재도 포유류 중 장수 지수가 높은 종이다.탁 트인 공간을 날아다니며 먹이를 구하고 짝짓기를 하는 수명이 짧은 곤충의 삶과 개미나 흰개미 여왕처럼 단 한 번의 비행 후 일생동안 어두운 지하 땅굴에서 알을 낳으며 오래 사는 삶 중 어떤 삶을 선택 하겠냐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다.안타깝게도 수 많은 동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하지만 장수의 비밀을 풀지 못한다.그래도 여전히 장수하는 동물을 통해 건강한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땅굴 속에서 오래사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햇빛 속을 걸으며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현재의 삶이 장수보다 더 값진게 아닌가 감히 말해 본다.🎁좋은 책 보내주신 윌북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해 못할 현상이나 이상한 것을 본 적이없다.그래서인지 괴담이나 기담은 웬만해서는 무섭지 않다.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소설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범죄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우중괴담은 작가의 소설 중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소설 속 <나>는 미쓰다 신조 자신으로 호러미스터리 작가인 나를 찾아와 직접 경험한 괴이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을 소개하는 식으로 전개된다.소설은 단순히 전해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않고 이야기를 전해 준 사람의 비밀을 지켜주는 듯 가명을 쓰고 실제 지명이 나오고 사진이 등장하고 작가의 진짜 작품들을 적절하게 소개하며 괴담이 사실임을 은연 중 강조하고 있다.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정말 어딘가에서 실제 벌어지고 누군가 직접 경험한 일인 듯하다.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는 ‘모 시설의 야간 경비’다.실제로 어두운 광배회의 십계원을 헤메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나머지 이야기들은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액댐을 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에 약속된 기간동안 규칙을 지키며 머물러야 하는 데 변수가 생겨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는 ‘은거의 집’에서 읽을 수 있었고 죽음을 가져오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부르러 오는 것’ 역시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같다.그렇지만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새로울 게 없는 소재의 이야기는 이야기소개 방식때문인지 실화를 듣는 기분이 들게도 한다.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금기는 모두 고루한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꼭 지켜야 될 약속이나 미리 조심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괴담 역시 일상생활에서 쉬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약속을 지키지않았거나 악하게 산다면 그 끝은 좋지 않다고 경고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들이다.그래서 두렵고 공포에 떨면서도 기담과 괴담을 찾아읽는 게 아닌가싶다.머지않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을 것 같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칠레 여행 중 예기치 않은 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크리스틴이 함께 시간을 보낸 남자가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자 자신을 방어하다 우발적으로 사건은 일어나고 목격자가 없다고 판단한 둘은 시체를 암매장하고 각자 자신들의 직장이 있는 호주와 미국으로 돌아간다.그리고 에밀리는 작년 캄보디아 여행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살인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다 크리스틴 역시 힘들어 할거라 생각하며 연락하지만 크리스틴은 별 반응 없이 사건의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이제 막 애런과 교제 시작한 에밀리는 연거푸 일어난 사건에 힘들어하며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된다.그러던 중 크리스틴은 호주에서 갑자기 귀국하게 되고 에밀리의 일상에 더 깊숙하게 관여하게 된다.집하고 멀리 떨어진 여행지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던 두 여성은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르지만 첫번째 캄보디아의 살인은 누구의 의심도 사지않고 넘어간다.하지만 두번째 저지른 살인 사건은 시체가 발견되고 희생자 부모의 끈질긴 노력으로 점점 수사 범위가 좁혀오기 시작하자 끈끈한 우정의 두 여성도 서로를 의심하게되고 믿지 못하게 된다.소설은 에밀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언제나 나(에밀리)보다 적극적이고 야무진 크리스틴은 학창시절 시원찮은 남자 친구들과의 안전이별을 도왔고 사건이 일어난 후엔 약해진 멘탈을 다잡을 수 있게 지켜준다.하지만 두번 째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정신과 상담은 물론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크리스틴의무덤덤함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다.소설을 읽는내내 에밀리의 의심에 동조하게 된다.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함께 의심하게 되고 크리스틴에게 끌려가는 듯한 에밀리의 행동이 답답하게 보이기도 한다.그리고 크리스틴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크리스틴이 에밀리를 조정하려 한 것인지 진짜 친구를 걱정해서 한 행동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진짜 크리스틴은 어린 시절부터 친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조정한 것일까?혹시 에밀리의 입장에서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여행지에서 첫번째 살인도 에밀리가 스스로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진정으로 친구를 걱정했던 크리스틴의 진심을 의심한 것은 아니였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진짜 에밀리를 조정하려했다면 크리스틴은 과연 호주로 떠나는게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다.에밀리의 전남자 친구들은 기억보다 더 형편없는 인간들이었고 점점 수사망이 좁혀오자 공범인 에밀리의 행동에 불안을 느낀 크리스틴이 여행지까지 따라온 것은 아닌지 더 이상 진실을 말할 수 없는 크리스틴의 입장에서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으며 에밀리의 여행이 아름답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넷플릭스 영화화가 확정이라니 혹시 진짜 악인을 에밀리로 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오드림서포터즈로 출판사에게 제공받은 책입니다.즐겁게 읽고 느낌은 소심껏 작성하였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인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언제나 독서라고 했다.본디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걸 좋아했고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이 제일 편안한 장소다 보니 시간이 날때 집안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독서다.어려서 부터 할머니가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탓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이다.인터넷 서점의 서재가 생기고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며 나의 독서가 과연 옳은 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다양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주야장천 소설만 읽는 책 읽기를 계속해가도 되나 싶어서 였다.그러다 기회가 돼 인문학 수업을 들으며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그 글을 쓰며 과연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뭔가 깊게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그리고 나는 대단한 지식을 얻기위해서도 아니고 재테크를 잘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나의 생활습관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서 하는 독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나의 독서는 오직 즐거움,재미를 위한 오락임을 깨닫고 소설만 편독하는 나를 인정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책 읽기가 휠씬 행복해졌다.연배도 다 다르고 등단 시기도 다 다른 23인의 소설가가 작가정신 35주년을 기념에 소설에 관한 에세이를 선보였다.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창작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소설을 완성할 지 늘 궁금했던 독자의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해 준다.우리나라 작가들은 대부분 등단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등단했다고 해서 모두 책을 출간하는 것도 아니고 혹여 소설을 계속 쓰고 있어도 그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많은 작가들이 다른 일을 겸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15년이 지나서야 매일 여섯 시간의 고정적인 작업 시간을 확보했다는 김이설 작가님의 이야기와 첫 책이 출간된 것을 축하하며 정지돈 작가가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는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감히 짐작하게 한다.📚아버지는 나의 첫 책이 출간된 걸 축하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그래, 고생했다.그럼 이제 일을 해야지.”“아빠, 이게 제가 한 일의 결과잖아요.”“그치.근데 내 말은 직업을 구하라는 거야.”“소설가가 제 직업이잖아요.”“그치.근데 내 말은 진짜 직업을 구하라고.” (P138) 임현 작가님의 “결국 소설이 써지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소설을 쓰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p99)는 글을 읽으며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그대로 전해졌다.📚작가가 되는 일과 작가로 사는 일에는 선명한 틈이 있고 그 지점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작가로 살아가는 데 없어서도 안 되고 잃어버려서도 안 되는 게 한 가지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p150)조경란 작가81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수철 소설가의 글을 읽으며 40년 넘게 소설을 써 온 작가 역시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뇌하는 지 글을 읽는 내내 그대로 전해져 울컥했다.나의 책 읽기의 9할은 소설이다.책을 받으면 제목을 시작으로 띠지,책날개,뒷면 등 글자는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완독하려고 노력한다.소설가를 흔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분들이라고 하는 데 그렇게 노력하는 작가들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어찌 허투루 읽을 수 있겠는가?2만원이 못 되는 돈만 지불하면(요즘은 도서관도서와 서평도서가 대부분을 차지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어디든 데려가는 소설 읽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작가정신에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