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내 소유의 책도 없던 초록콩에게 책에 대한 첫기억은 화려한 새사진이 있던 사진집이었어요.17살 차이난 큰오빠가 사다준 건데 참새나 제비같은 집 주변 흔한 새나 보던 저는 세상에 이렇게 화려한 빛깔의 새가 있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납니다.이 책은 그런 어릴 적 추억에 QR코드라는 과학이 결합하여 훨씬 실감나게 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이 책은 6개 장으로 나뉘며, 각 장마다 다른 대륙을 다룬다.다만 남극에는 서식하는 새는 종류가 적어서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각 장은 그 대륙의 특색 있는 새를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 옆에 있는 마이크 랭먼이 그린 매력적인 풍경화에서 각 대륙의 자연 환경과 그 장에서 다루는 몇몇 새도 볼 수 있다.순서없이 새 그림만 보는 것도 좋습니다.대륙별로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아니면 차례차례 페이지를 넘겨가며 어떤 목소리로 노래할까 상상해 보고 QR코드로 찍어 새소리를 듣는 것도 즐겁습니다.간단한 설명글만 읽어도 좋고 설명글에 나온 새소리가 진짜 새소리와 얼마나 같은 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글자로 표현된 새소리를 보고 새소리를 들으면 진짜 그렇게 들리는 듯도 합니다.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새 200종을 담은 책은 유려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에 독자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는 물론 새를 좋아하는 독자는 말 할 것도 없고 새에 별 흥미가 없는 누구라도 일단 한 번 책을 펼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되는 신비한 책입니다.저는 가족들에게 맘에 드는 새를 고르게 하고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남편은 처음엔 귀찮아하더니 나중엔 주도적으로 새소리를 듣고 맘에 드는 새소리는 저에게도 들려주었습니다.아마도 오랜시간 우리집에서 사랑받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신기하고 멋진 책 보내주신 영림카디널 출판사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인듯 한데 ‘이국에서’가 처음 읽게 된 작가의 소설이다.인구 300만 도시의 시장 최측근인 황선호는 뇌물 관련 사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잘 알려지지않은 나라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어든다.“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한” 보보공화국의 실제는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뜨거운 기후가 사람을 힘들게 하고 군부 쿠데타와 난민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였다.이름까지 숨긴 황선호는 보보의 난민 정책에 의해 갈 곳 없는 외부인 신세가 된다.소설을 읽는 내내 보보민주공화국이 멀리 떨어진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여러 번하게 된다.몇몇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편한 마음으로 소설을 즐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어느 도시의 사건의 경험자인 까닭에 괴로워하고 평범한 삶을 버리고 사랑하는 이마저 외면한 체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었던 김경호가 보보에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맞설때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괴로웠다.우리나라에서 내부인이 나는 과연 외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반성하게 했다.📚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데이지꽃처럼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우쭐거리고 우월하고 자비심 없고 잔인하고 자유롭고 금발이고 강단 있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열 다섯 소녀 데이지의 이야기다.처음 읽어보는 시로 쓴 소설은 긴 문장의 어떤 다른 소설보다 명료하고 날카롭게 읽힌다.데이지는 어느날 핸드폰에 온 모르는 메시지의 상대와 친구가 된다.데이지보다 두 살이 많은 오쉰이라는 남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학교 생활은 엉망이 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이머와도 멀어지게 된다. 어느날 이머와 오쉰 문제로 다투게 되고 드디어 데이지는 오쉰을 만날 약속을 하게 된다.소설은 오쉰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변화하는 데이지의 입장이 1부로 사건 발생 후 이머의 마음을 따라가는 2부로 나눠진다.데이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녀다.남자 친구를 사귄 적도 없고 거들먹거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이렇게 평범한 아이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이성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피해자가 된다.우리는 인터넷이나 핸드폰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보이스 피싱을 비롯해 사이버 스토킹,성폭력, 개인정보침해,음란물 유통,디지털 성범죄 등 범죄의 도구가 되는 순간을 수없이 봐 왔다.이제 안전한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않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 역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당해야 제대로 범죄자들을 단죄할 수 있을 지 가슴이 답답해진다.데이지만 운이 나빠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어른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선언디어드라 아주머니한테반박할 말이 떠올라.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말.라푼젤처럼어린 소녀들을 안전한 탑 안이 가두는 건사는 게 아니라는 말.그건 ‘안전’한 게 아니라가두는 거라고.집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말.우리가 숨으면 안 된다는 말.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우리가 마음을 닫아선 안 돼.그 악마가 우리 인생의주인은 아니잖아.그 악마에게 그럴 힘을 주면 안 되잖아.그 대신 우린 이 세상을 걸어 다닐 거야.온라인에서도오프라인에서도.눈을 크게 뜨고경계하면서.왜냐하면그것만이우릴안전하게 지켜 줄 테니까.🎁특별한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양철북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고 있는 시리즈 ‘소설.잇다’의 첫 번째 이야기는 백신애 작가와 최진영 작가가 포문을 연다.백신애 작가는 1908년 태어나 보통학교 교원을 거쳐 잡지사 기자를 한 이력이 있다.19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당선되어 신춘문예로 등단한 첫 여성 작가가 된다.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에 “백신애문학상”이 제정된다.‘구의 증명’으로 독자에게 사랑받은 최진영 작가는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긴 시간 차를 두고 활동한 두 여성 작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여성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소설들을 썼고 한 분은 현재도 쓰고 있다.백신애 작가의 소설 세 편과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한 편, 에세이 한 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백신애 작가의 소설 ‘광인수기’는 남편의 외도로 미쳐버린 여인이 등장하여 비오는 날 하느님에게 하소연하며 넋두리하다 종내는 자식에 대한 사랑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혼명에서’는 이혼으로 마음 둘 곳 없던 나는 우연히 S를 연거푸 만나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찾게 되지만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마지막 ‘아름다운 노을’은 혼담이야기가 오가는 남자의 동생을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다.최진영 작가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아들 또래의 연하의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아름다운 노을’을 이십대와 사십대 두 여자의 이야기로 변주하고 있어 두 이야기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솔찬하다.지금보다 더 젊었을때는 남녀간, 부모 자식간의 사랑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세월이 지나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런 사랑은 기본이고 세상 어디에나 사랑은 존재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살아간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광인수기’속 여인도 남편의 사랑만을 중이 여긴 탓에 하늘을 원망하고 정신을 놓지만 마지막엔 모성이라는 더 큰 사랑으로 정신을 붙잡을 수 있게 된다.‘혼명에서’의 나 역시 S의 부고를 듣지만 그가 가르쳐준 ‘힘’에 의지해 희망을 잃지 않는다.‘아름다운 노을’은 어린 남자에 빠진 여자의 무분별한 사랑이야기가 파격적이지만 최진영 작가가 다시 쓴 이야기를 읽으며 사랑이라는 것이 비슷한 또래사이 존재하는 감정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만나는 여인들은 남편이라는 존재에 의지하여 살다 그 존재가 사라진 순간 절망하고 또 다른 이를 찾아나선다.하지만 현재의 여성들은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함께 연대하고 사랑하면서 이 세상을 헤쳐나간다.이 험난한 세상에 사랑마저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이 시리즈의 다음은 어떤 작가분들이 바통을 이어갈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작가정신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소설집입니다. 좋은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구 붕괴의 시대를 지나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우주선 하우스오브위즈덤호를 우주에 띄운다.많은 과학자들과 그 가족을 태운 우주선은 평온한 순항을 계속하던 중 라고 박사가 퍼트린 바이러스에 의해 몰살당하고 자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다.그렇게 폐쇄된 우주선은 10년 동안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 된다.붕괴를 겪은 후에도 인류는 선택받은 사람들이 속한 의회와 거기에 속하지 못해 황무지에 사는 사람들로 나뉘어 진다.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이들은 하우스오브위즈덤호를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자스 일행을 인질로 잡아 우주선으로 향한다.인질이 된 자스와 인질범인 자흐라 일행이 가까스로 도착한 우주선에는 감염되는 순간 광폭해지고 스스로를 자해하고 다른이를 감염시키고 파괴하는 바이러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소설은 아빠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쌍둥이 동생을 위해서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 와야만 했던 라고 박사의 딸 자흐라와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스의 입장이 번갈아가며 나오기때문에 인물들이 더더욱 생동감있다.현재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인류의 의해 붕괴를 맞고 그 후 4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지만 지금과 별로 달라지지않은 사회로 그려지고 있다.여전히 지배 계급인 의회가 있고 거기에 속하지 못한 존재들이 있다.그 존재들은 끊임없이 의회에 들어가기위해 기다리고 노력하는 수고를 하지만 한정된 인원만 의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사회다.의회는 힘있는 자들 편에 서고 진실보다는 기득권자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존재하고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 진실을 숨기기도 하고 거짓을 강요하기도 한다.그리고 의회에 시민인 이들은 황무지에 사는 이들이 의회에 들어올 수 없는 이유를 알려고 하기보다 노력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탓한다.소설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발표됐다.우주선에 잠입하여 갈등을 겪는 두 적대 세력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광기 어린 악당, 그리고 주인공의 희생과 그들을 돕는 조력자까지 흥행요소가 가득하다.소설을 읽는내내 과연 영화로는 어떻게 구현될가 기대되고 특히나 은색의 반짝이는 기생충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우주를 우영하는 시체안에 존재하는 기생충의 모습을 그리며 속편을 예고하며 끝맺을 것 같다.너무 진부한 클리셰지만 어쩌랴 나의 상상력이 여기까지인걸.🎁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을 기회를 주셔서 황금가지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