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고 있는 시리즈 ‘소설.잇다’의 첫 번째 이야기는 백신애 작가와 최진영 작가가 포문을 연다.백신애 작가는 1908년 태어나 보통학교 교원을 거쳐 잡지사 기자를 한 이력이 있다.19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당선되어 신춘문예로 등단한 첫 여성 작가가 된다.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에 “백신애문학상”이 제정된다.‘구의 증명’으로 독자에게 사랑받은 최진영 작가는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긴 시간 차를 두고 활동한 두 여성 작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여성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소설들을 썼고 한 분은 현재도 쓰고 있다.백신애 작가의 소설 세 편과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한 편, 에세이 한 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백신애 작가의 소설 ‘광인수기’는 남편의 외도로 미쳐버린 여인이 등장하여 비오는 날 하느님에게 하소연하며 넋두리하다 종내는 자식에 대한 사랑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혼명에서’는 이혼으로 마음 둘 곳 없던 나는 우연히 S를 연거푸 만나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찾게 되지만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마지막 ‘아름다운 노을’은 혼담이야기가 오가는 남자의 동생을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다.최진영 작가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아들 또래의 연하의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아름다운 노을’을 이십대와 사십대 두 여자의 이야기로 변주하고 있어 두 이야기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솔찬하다.지금보다 더 젊었을때는 남녀간, 부모 자식간의 사랑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세월이 지나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런 사랑은 기본이고 세상 어디에나 사랑은 존재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살아간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광인수기’속 여인도 남편의 사랑만을 중이 여긴 탓에 하늘을 원망하고 정신을 놓지만 마지막엔 모성이라는 더 큰 사랑으로 정신을 붙잡을 수 있게 된다.‘혼명에서’의 나 역시 S의 부고를 듣지만 그가 가르쳐준 ‘힘’에 의지해 희망을 잃지 않는다.‘아름다운 노을’은 어린 남자에 빠진 여자의 무분별한 사랑이야기가 파격적이지만 최진영 작가가 다시 쓴 이야기를 읽으며 사랑이라는 것이 비슷한 또래사이 존재하는 감정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만나는 여인들은 남편이라는 존재에 의지하여 살다 그 존재가 사라진 순간 절망하고 또 다른 이를 찾아나선다.하지만 현재의 여성들은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함께 연대하고 사랑하면서 이 세상을 헤쳐나간다.이 험난한 세상에 사랑마저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이 시리즈의 다음은 어떤 작가분들이 바통을 이어갈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작가정신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소설집입니다. 좋은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