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꽃처럼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우쭐거리고 우월하고 자비심 없고 잔인하고 자유롭고 금발이고 강단 있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열 다섯 소녀 데이지의 이야기다.처음 읽어보는 시로 쓴 소설은 긴 문장의 어떤 다른 소설보다 명료하고 날카롭게 읽힌다.데이지는 어느날 핸드폰에 온 모르는 메시지의 상대와 친구가 된다.데이지보다 두 살이 많은 오쉰이라는 남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학교 생활은 엉망이 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이머와도 멀어지게 된다. 어느날 이머와 오쉰 문제로 다투게 되고 드디어 데이지는 오쉰을 만날 약속을 하게 된다.소설은 오쉰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변화하는 데이지의 입장이 1부로 사건 발생 후 이머의 마음을 따라가는 2부로 나눠진다.데이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녀다.남자 친구를 사귄 적도 없고 거들먹거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이렇게 평범한 아이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이성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피해자가 된다.우리는 인터넷이나 핸드폰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보이스 피싱을 비롯해 사이버 스토킹,성폭력, 개인정보침해,음란물 유통,디지털 성범죄 등 범죄의 도구가 되는 순간을 수없이 봐 왔다.이제 안전한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않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 역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당해야 제대로 범죄자들을 단죄할 수 있을 지 가슴이 답답해진다.데이지만 운이 나빠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어른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선언디어드라 아주머니한테반박할 말이 떠올라.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말.라푼젤처럼어린 소녀들을 안전한 탑 안이 가두는 건사는 게 아니라는 말.그건 ‘안전’한 게 아니라가두는 거라고.집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말.우리가 숨으면 안 된다는 말.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우리가 마음을 닫아선 안 돼.그 악마가 우리 인생의주인은 아니잖아.그 악마에게 그럴 힘을 주면 안 되잖아.그 대신 우린 이 세상을 걸어 다닐 거야.온라인에서도오프라인에서도.눈을 크게 뜨고경계하면서.왜냐하면그것만이우릴안전하게 지켜 줄 테니까.🎁특별한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양철북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