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꽤 이름이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라고 하는 데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귀여운 그림과 길지 않은 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작가와 비슷한 연배의 저는 일상이 다이나믹하지 않고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매일의 연속입니다.그래서 간혹 정기적으로 있는 모임도 누군가 중간에 알려주지 않으면 다른 모임을 먼저 잡아 곤란해지기도 합니다.작가가 쓴 이야기는 맛으로 치자면 슴슴하다 못해 무미하게도 느껴집니다.하지만 이 나이가 되면 어느 순간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이 땡기기도 하고 그 맛이 편해지기도 합니다.작가의 글은 바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작가가 다닌 곳을 조용히 따라가고 싶어집니다.데이코쿠 호텔의 폭신폭신 푹신푹신한 팬케이크도 먹어보고 싶고 삶은 달걀이 아닌 달걀 프라이가 들어간 달걀샌드위치도 먹어보고 싶습니다.저도 가끔 아파트 단지를 걷다 창문이 열린 일층집으로 고개를 돌렸다 혼자 미안해져 고개를 돌리곤 하는 데 작가도 그런 마음인가 봅니다.집 앞에 화분을 보며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생활을 상상하는 모습, 극장에서 엔드롤을 눈치보면 앉아지켜보는 작가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습니다.그래서 작가의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특별하지 않은 작가의 일상이 글로 표현되어 읽을 수 있어 일요일 오후가 평화롭고 행복합니다.글의 여운이 길게 남아 산책길의 걸음이 더디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편안한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2022년 대단한 사랑을 받았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힘을 얻어서인지 10년 전 “숲의 대화”로 출간 됐던 소설집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의 아름다운 날들”로 재출간되었다.모두 11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전라도 입말이 덜 등장했고 짐작은 했지만 제목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아내의 죽음 뒤 매일 아내가 묻힌 잣나무 숲을 찾던 노인은 오래된 인연의 죽은 빨치산을 꿈인 듯 생시인 듯 만난다.사랑이 워치케 신념이 된다냐.사랑이 신념인 사람도 시상에는 있어라 (p24,25)<숲의 대화>속 사랑이 신념이 되어 죽음의 순간까지 다른 이를 가슴에 품었던 여자를 한 평생 사랑했던 남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돈은 풍족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모르고 살았던 에이코, 돈과 자식도 없지만 남편 사랑 하나로 행복했던 하루코, 사상범이라는 굴레 속에서 평생을 살았던 사다꼬 할머니는 80이 되어도 소녀처럼 질투하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봄날 오후,과부 셋>속의 세 할머니는 여전히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의지하지만 에이코 할머니를 보며 세상사 가장 소중한게 사랑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중증 장애를 가진 ‘그’의 천국인 헛개나무 밭에 찾아온 호아에게 <천국의 열쇠>를 건네는 마음이 이미 그는 누구보다 더 건강한 인간으로 살아서 이미 천국에 가까워진 듯하다.늙은 어미의 목욕을 한 번이라도 도운 자식이라면 눈물을 흘리며 읽을 이야기 <목욕가는 날>은 남편없이 두 딸을 건실하게 키운 엄마의 고난과 그 엄마를 보는 딸들의 마음이 내 맘 같아 괜히 훌쩍인다.23년이나 자식의 병수발을 드는 늙은 부모의 이야기 <브라보, 럭키 라이프>는 일말의 희망으로 모든 것을 쏟아붓는 부모의 마음도 혼자서는 거동도 못하는 아들의 마음도 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늙은 부모를 찾아와 폐악을 부리는 다른 자식의 마음도 모두 이해돼 더 마음 아프다.누가 <핏줄>속 시아버지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며느리는 맘에 들지만 태어날 손주의 피부색 걱정하는 노인을 욕하기 전에 과연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아동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 가를 되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다.빨치산과 켈로였던 두 노인의 대화 속에 이념이 뭐고 사상이 뭔지 저무는 인생만큼 허무하다.<혜화동 로터리>에서 차를 타고 떠나는 그들의 “간다”라는 인사가 서글프다.언젠가 “세상의 이런 일이”에 나왔던 노인이 생각나는 <인생 한 줌>속 노인이 꿈 속을 헤메는 듯 봉황과 거북으로 끝까지 보는 게 노인에게 행복일까 아님 문득 아무것도 아닌 멋대가리 없이 커다란 바위임을 깨닫는 게 순간이 행운일까 오랫동안 고민하게 한다.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시골에서 글이나 쓰며 살려했던 꿈이 산산히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즐거운 나의 집>은 시골인심도 사는 게 희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진리를 알게 해 준다.“푼돈으로 내가 쟤 하늘이 됐어” (드라마 더 글로리)김 여사는 상냥하게 전화를 끊는다.수술을 한 것 도 아니니 병원비라고 해봤자 100만 원 안쪽일 게다.구두 한 켤레값도 안 되는 돈에 굽실거릴 수 있다는 게 김 여사는 놀랍고 안쓰럽다. 날 밝으면 병원장에게 전화라도 넣어줘야지, 김 여사는 아주머니가 안쓰러워 그렇게 마음먹는다. (p285)표제작 <나의 아름다운 날들>의 문장이 드라마 속 대사와 오버랩 돼 그들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노숙은 하지만 노숙자 되기를 거부하는 남자의 끝이 <절정>과 거리가 먼 삶이라 한 숨이 난다.11편의 단편을 읽으며 절망의 구렁텅이에게 헤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소설의 다 읽고 과연 누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나이 들었지만 돈도 있고 건강도 나쁘지 않은 할머니, 몸은 불편하지만 헛개나무 천국을 가진 남자, 목욕을 다닐 엄마가 있는 여자.’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살며 실패하기도 하고 그만 됐다 포기하기도 하고 여전히 꿈꾸기도 하지만 태생부터 보통사람들의 삶과는 다른 1프로의 삶을 살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금혼식에 40년 전 남편이 사준 명품 옷을 차려입는 김여사의 삶이 부럽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크라임 단편 앤솔러지인 단편집은 작가 7인의 작품이 여덟 편 수록되어 있다.크라임이라는 단어가 붙었으니 당연히 범죄와 관련된 단편들이다.어떤 이야기에서는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큰 범죄는 아니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이유나 상황이 더 마음 아프기도 하다.잠깐의 실수로 눈 감아 줄 수도 있을 만한 사건을 자식에게 목도되는 순간 부끄러운 부모의 민낯을 보여주는 박한선의 <사라진 것>과 한소은의 <치마>는 사건의 크기보다 더 큰 묵직함이 가슴을 짓누른다.특히 <치마>는 고상한 척하던 이웃집 여자의 닫친 문 뒤에 아이에게 행해질 행동이 짐작되어 더 섬뜩해 진다.조나단의 <곶자왈에서>와 김태민의 <파티에서 주는 박하차는 위험하다>, 한소은의 <나에게 있는 것 너에게 없는 것>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다.모두 살인을 저지른 여자들이 등장하지만 신고보다는 잡히지 않기를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이나경의 <16개월 동안>은 건달의 자리세, 060 서비스라는 철 지난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2010년을 배경으로 해서 그 시대에는 그럴수도 있겠다 수긍하게 된다.현이랑의 <독>은 할아버지의 장례식 뒤 장독대의 독에서 발견된 시체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지만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더 소름끼친다.유아인의 <뻐꾸기 살인사건>은 주인공들이 소설의 안팍을 넘나 들며 직접 독자와 소통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이 떠오른다.조난당한 두 주인공이 우연히 들어간 산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을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시트콤처럼 엉뚱하고 우습기만 하다.장르소설 플랫폼 브릿G과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필진으로 활약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익히 읽어왔던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탐정 소설이라면 당연히 범인이 잡혀야 하지만 그렇지않은 소설이 등장하고 크라임 단편이라고 해서 핏빛이 넘실대는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그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 사람 사는 이야기도 있다.7인 7색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래서 그 여자들은 살인을 들키지않고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누가 독에 그를 넣었는가 범인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딱 떨어지지 않는 결말이 더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꾸준히 열심히 글을 쓰는 소설가들이 엔솔러지가 아닌 본인만의 이름을 내 건 소설집을 출간하기를 응원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장르문학에 더 큰 기대를 하게 된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sf나 미스터리를 기반하지 않은 번역된 단편 소설을 읽은 건 꽤 오랜만이다.모두 11개의 단편이 실린 <우유,피,열>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예전 우리가 미국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 ‘비버리 힐즈 아이들’을 보며 세상에 저런 고등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그 어떤 공상만화영화보다 괴리감을 느끼며 봤던 기억이 있다.하지만 현재의 우리와 서양의 그들이 별차이없는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현실에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돼 버렸다.친구가 최고인 그 나이 대 두 소녀의 이야기인 표제작 ‘우유,피,열’은 단순한 십대 소녀들의 우정 이야기인가 싶었다.나는 여전히 피를 나눠 마신 두 소녀 키라와 에바의 고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지금의 나도 분명 그 사간을 지나왔지만 무엇이 열 세살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알 수 없고 그들을 이해하기도 어렵다.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남아 끝없이 그를 그리워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향연’은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들이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천국을 잃다’는 남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있을때 잘하라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엄마라면 누구나 동의할 이야기 ‘적들의 심장’은 ‘내 자식은 내가 지킨다”며 이를 아득바득 갈았을 프랭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딸은 없지만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배의 바깥에서’을 읽으며 아홉 살의 아이의 선택은 전혀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었다고 인간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살기위해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스노우’는 결혼 생활의 권태기를 맞을 즈음에 읽으면 좋을 이야기이다.살아보면 불 같은 사람도 좋지만 어두워서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늦게 들어오는 나를 위해 현관불을 켜두는 남자가 진짜라는 걸 느끼는 날이 있을 것이다.그 것을 실수하지 않고 깨달은 트리니티에게 박수를 보낸다.11편의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그 것도 유색의 피부를 가진 여자들이 많이 등장한다.우리야 대부분 같은 색의 피부를 갖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에 다른 피부색 사이에 섞인 유색의 여자들의 사는 세상을 모두 알 수는 없다.우리와는 멀리 떨어져있고 생활 방식도 다르지만 비슷한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생활이 무료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뼈들의 연감’속 떠나는 엄마와 머무는 할머니를 보면 휠씬 선택이 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치열하고 위험한 세상을 무사히 살아나가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오드림 서포터즈 3기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찔리지않을 어른이 몇이나 될까요?저 역시 늑대가 등장하는 이 그림책을 보며 뜨끔했습니다.그림책은 우리에게 경고합니다.“손에 쥔 작은 네모”에 정신이 팔리면 늑대의 사냥감이 된다고요.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소리내 읽어주기에는 참 고약스럽습니다.우리가 보통 보던 정형화된 글자 배열이 아닙니다.유튜브 생방송의 댓글창같은 글과 빨간 모자와 할머니가 나눈 문자도 나옵니다.엄마가 읽어줄때보다 아이가 자유롭게 읽으면 휠씬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밤코님 특유의 그림과 글이 잘 어울려 그림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성합니다.우리가 얼마나 “손에 쥔 작은 네모”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어요.앞 뒤 면지에 그려진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실감하게 되네요. 그림책을 보며 최소한 스몸비족은 되지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림책은 직설적인 충고를 건네지만 반발심이 일어나지 않은 그림책입니다.아마도 주독자인 어린이도 뜨끔해져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할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