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나 미스터리를 기반하지 않은 번역된 단편 소설을 읽은 건 꽤 오랜만이다.모두 11개의 단편이 실린 <우유,피,열>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예전 우리가 미국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 ‘비버리 힐즈 아이들’을 보며 세상에 저런 고등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그 어떤 공상만화영화보다 괴리감을 느끼며 봤던 기억이 있다.하지만 현재의 우리와 서양의 그들이 별차이없는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현실에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돼 버렸다.친구가 최고인 그 나이 대 두 소녀의 이야기인 표제작 ‘우유,피,열’은 단순한 십대 소녀들의 우정 이야기인가 싶었다.나는 여전히 피를 나눠 마신 두 소녀 키라와 에바의 고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지금의 나도 분명 그 사간을 지나왔지만 무엇이 열 세살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알 수 없고 그들을 이해하기도 어렵다.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남아 끝없이 그를 그리워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향연’은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들이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천국을 잃다’는 남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있을때 잘하라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엄마라면 누구나 동의할 이야기 ‘적들의 심장’은 ‘내 자식은 내가 지킨다”며 이를 아득바득 갈았을 프랭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딸은 없지만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배의 바깥에서’을 읽으며 아홉 살의 아이의 선택은 전혀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었다고 인간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살기위해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스노우’는 결혼 생활의 권태기를 맞을 즈음에 읽으면 좋을 이야기이다.살아보면 불 같은 사람도 좋지만 어두워서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늦게 들어오는 나를 위해 현관불을 켜두는 남자가 진짜라는 걸 느끼는 날이 있을 것이다.그 것을 실수하지 않고 깨달은 트리니티에게 박수를 보낸다.11편의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그 것도 유색의 피부를 가진 여자들이 많이 등장한다.우리야 대부분 같은 색의 피부를 갖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에 다른 피부색 사이에 섞인 유색의 여자들의 사는 세상을 모두 알 수는 없다.우리와는 멀리 떨어져있고 생활 방식도 다르지만 비슷한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생활이 무료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뼈들의 연감’속 떠나는 엄마와 머무는 할머니를 보면 휠씬 선택이 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치열하고 위험한 세상을 무사히 살아나가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오드림 서포터즈 3기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